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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부캐생성중 Sep 04. 2020

구찌는 무슨 꿍꿍이를
가지고 있을까?

Fashion Case Study


어느덧 구찌가 새 가족을 맞이한 지 6년째. CEO인 마르코 비자리와 디자이너인 알레산드로 미켈레는 명품 세계를 거꾸로 뒤집어 놓았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천재적인 시너지를 보여주었다. 사실 진부함만 가득했던 구찌에 밀레니얼과 Z 세대를 포섭해 놓은 것은 너무 대단한 나머지 노력이 아니라 재능이라고 결론짓는 것이 더 합당해 보인다. 왜냐하면 이 둘이 영입되고 상품을 출시하자마자 매출액은 2배 이상 상승했기 때문이다.


출처 : Vogue Business


2018년 구찌의 매출액은 80억 유로, 한화로 약 11조 2500억 원이다. 매출액 중 62%는 35세 이하의 고객에게서 나왔다. 100억 유로, 130억 유로에 닿으면 곧 샤넬과 루이비통을 만날 수 있다. 루이비통, 샤넬, 에르메스와 매출액 상으로 비벼볼 정도로 구찌가 거쳐온 길은 당연히 험하다. CEO인 마르코 비자리는 누구보다도 세상이 빠르게 변한다는 것을 인지하고 있었다. 기술과 예술의 융합, 어린 세대의 정치적 관심, 시시각각 변하는 소셜 플랫폼 등, 다양한 변수를 고려하여 비집고 들어갈 시장을 찾는 것이 그가 해 온 일이다. 그래서 그는 2015년 구찌 하우스에 들어갔을 때, 혁신과 다양성을 중심으로 직원들을 이끌었다. 하지만 그가 몬스터급 게임 체인져라고 할 수 있는 이유는 미켈레의 미학적인 감각을 비즈니스적으로 재해석하는 데에 있다.


구찌 아트랩 외부와 내부


비즈니스적 사고의 첫 번째 단계는 첫 번째 고객, 바로 직원이다. 마르코 비자리가 직원을 대하는 경영 방식도 굉장히 특이한데, 그는 내부 직원을 첫 구찌 고객으로 보고 그들로부터 의견을 얻었다. 밀레니얼 세대로 결성된 직원들과 함께 밥도 먹고, 이야기도 하면서 밀레니얼 세대가 추구하는 트렌드를 파악하고 적극적으로 경영을 하는데에 활용했다는 것이다. 그의 행보는 제품이 만들어지는 곳까지 확장한다. 2018년 수공예 및 디자인 연구소(즉, 공장)를 Artlab이라고 명명하며, 건물 디자인부터 내부까지 모든 것이 구찌스러운 공간을 만들었다. 이는 직원들이 구찌에 대한 소속감을 고취시키고, 직원의 업무 몰입도 높였으며, 구찌가 밀고 있는 창의적이고 미학적인 디자인과 제품이 탄생할 수 있도록 돕고 있다.


코로나 극복을 위한 구찌 커뮤니티


두 번째 단계는 고객의 내집단 형성이다. 영어로는 Inclusivity인데, 이는 밀레니얼 고객을 중심으로 구찌만의 작은 커뮤니티를 형성한다는 것이다. 샤넬과 루이비통은 소비자에게 타인과는 차별화되는 욕구를 불러일으키면서 Exclusivity(혹은 희소성)를 높이는 반면 구찌는 "너도 샀어?, 나도 샀는데?"라는 느낌의 내적 연결성을 형성하는 것을 추구하고 있다. 더 쉬운 예로 들자면 아이폰을 생각해보자. 애플의 소프트웨어와 안드로이드의 점유율을 비교하면 안드로이드의 점유율이 높다. 그리고 아이폰이 보급형이 나오기 전까지는 단일 기종으로 꽤 비쌌다. 그럼에도 사람들은 아이폰을 구매했던 것은 점점 아이폰만의 생태계가 형성되었기 때문이고 그것이 바로 유인책이다. 마르코 비자리는 오히려 Exclusivity는 한계가 분명하다고 생각했고, Inclusivity는 새로운 Exclusivity라고 주장했다. 특히, 지금처럼 소셜 미디어로 나의 일거수일투족을 모든 사람에게 보여줄 수 있는 시대에서는 말이다. 


구찌의 AR 앱 서비스와 총기 반대 시위 광고


결국, 마지막 단계에서 브랜드를 하나의 플랫폼으로서 락인 효과를 창출하고 브랜드의 가치를 높이는 것이 구찌의 전략이라고 할 수 있다. 고객부터 직원까지 말이다. 이미 우리는 소프트웨어 기업들에서 이 상황을 보고 있다. 애플은 아이폰, 에어팟, 맥, 애플 TV, 클라우드 등 하나의 플랫폼으로 커뮤니티를 형성하여 소비자를 끌어들였고, 소프트웨어 점유율이 높은 구글보다 시총이 높은 전 세계 시총 1위 기업이다. 물론, 구찌는 아직 뚜렷한 락인 효과를 가져올 플랫폼이 없다. 패션은 경쟁자가 워낙 많고, 전환 비용도 상당히 낮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구찌는 미래의 브랜드 가치를 기존과는 다른 관점에서 보고, 그에 따라 형성하기 위해 다양한 노력을 하고 있다. 구찌만의 AR 앱 서비스를 만들고, 팝업 스토어에서 디지털 기술을 활용해 체험형 매장을 구축하고 있으며, 주 고객층인 밀레니얼 세대들과 함께 환경 운동과 정치적, 문화적 뜻을 같이 한다는 것을 가시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아직 구찌는 확실하게 애플처럼 내적 커뮤니티 형성을 하지 못하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점점 명품 업체로서는 미래 몇십 년 동안 더 큰 소득을 가진 잠재 소비자와 이제 막 구찌를 알아가는 어린 연령대의 소비자를 타겟한다는 측면에서는 지금 해 오고 있는 노력이 헛되이 지는 않아 보인다. 한편, 리스크도 적지 않다. 점점 매출 성장률을 떨어지고 있으며, 초기의 구찌의 변화가 너무 충격적이었던 나머지 매년 비슷한 컬렉션과 컨셉은 빠른 트렌드를 추구하는 패션계에서는 또 다른 지루함으로 남겨지고 있다. 또한, 마르코 비자리와 알레산드로 미켈레가 구찌를 얼마만큼 계속해서 혁신적으로 이끌지도 불확실하다.


확실히 구찌에게 부족한 점은 조금 더 많은 사람들을 구찌만의 플랫폼과 커뮤니티 안으로 끌어들이는 힘이 부족하다는 것이다. 많은 사람들이 구찌를 찾고 있는 만큼 그들을 선제적으로 포섭해야 할 필요가 있다. 디지털 시대에 앞으로 강화해야 할 것들이 나 조차도 선명하기에 구찌는 이미 해답을 가지고 도전하고 있는 중이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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