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는 아직 내 곁에 오지 않았다

by Haru

밤 11시. 그는 아직 내 곁에 오지 않았다.


나는 매일 밤 그를 기다린다. 사이가 좋았던 날도, 대차게 싸웠던 날도, 밤이 되면 나는 그를 기다린다. 보이지 않는 선으로 나누어진 킹사이즈의 넓은 침대 절반 안에서, 서로의 공간을 침범하지 않으려 애쓰며 그와 내가 매일 밤 잠드는 이 공간 안에서, 나는 오늘 밤도 여전히 그를 기다린다.


거실 너머에는 방이 하나 있다. 그는 그곳에 들어가면 나올 기미를 보이지 않는다. 간간이 티비소리가 들릴 뿐, 그가 그곳에서 무엇을 하며 수시간을 보내는지 나는 알지 못한다. 나는 왜 물어볼 생각을 하지 않을까. 왜 방으로 들어가서 말을 건네볼 생각을 하지 않을까.


그의 시간을 지켜주고 싶다. 그는 혼자만의 공간에서 충분한 시간을 보냄으로써 기운을 회복한다. 십여 년을 살아온 나는 그의 그런 면을 잘 안다. 살갑고 정겹고 다정하고 사이좋은 그가 되어주기를 바라지만 그에게 그런 면은 없다. 남에게 별다른 관심이 없는 그에게 나 역시도 그에게는 타인일 뿐이겠지.


그는 내게 질문이 별로 없다. 그는 그의 삶을 산다. 그의 면면을 함께한 지 십여 년이 지난 지금에서야 나는 그의 그다움을 바로 보기 시작한다. 내가 바라는 그는 환상 속에서나 존재한다. 현실의 그는 그저 그 다울뿐이다. 나는 그를 바꾸어 놓을 수 없다. 나 자신을 바꾸는 것조차 지구를 들어 옮기는 것만큼이나 불가능에 가까운 일인데, 하물며 그를 바꾸는 것이 가능 키나 하겠는가.


말수가 적은 그는 오늘도 역시나 퇴근하고 돌아와 내가 차려준 저녁밥을 먹고서는 잠깐의 휴식을 취한 뒤에 방으로 들어가 자취를 감췄다.


그는 아직 내 곁에 없다.


밤 11시. 나는 여전히 그를 기다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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