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어 달 전 어느 날, 영어 회화를 공부하던 도중 이런 생각이 들었다. 영어 말고 다른 언어, 그러니까 제2외국어로도 말할 수 있다면 멋지고 실용적이겠다. 물론 내 영어 회화실력이 엄청나게 뛰어난 것은 아니다. 길에서 만난 외국인에게 간단히 길 정도는 가르쳐줄 수 있겠지만, 그렇다고 유창하게 대화를 할 만큼의 실력이라고 하기에는 부족한 점이 많다. 그러나 '제2외국어를 공부하고 싶다'는 생각을 떨쳐버릴 수 없었고 고민 끝에 프랑스어, 스페인어, 일본어 중에 하나를 배우기로 결심했다. 그중에서도 흥미, 유용성, 학습용이성 등을 고려해서 스페인어를 조금씩 배우기 시작했다. 이후 초급 스페인어 책을 구매해서 공부하던 도중, 외국어 학습 앱인 '듀오링고(Duolingo)'를 접하게 되었다.
'듀오링고'는 초급~고급 수준의 외국어를 마치 게임처럼 단계별로 공부하도록 도와주는 앱이다. 직접 사용해보니 읽기, 쓰기 뿐만 아니라 듣기와 말하기까지 모두 공부할 수 있다는 점이 유용했다.
Duolingo 메인화면
말하라고요? 여기서는 좀...
그런데 지하철에서 공부를 하다 보니 난감한 순간이 찾아왔다. 바로 아래처럼 사용자가 문장을 듣고 직접 말해야 하는 문제가 나왔기 때문이다. 집에서 공부를 할 때는 전혀 상관이 없었다. 그런데 출근길 지하철에서 그것도 공부한 지 얼마 되지 않아 낯선 외국어 문장을 소리 내어 읽을 만큼의 용기가 나에게는 없었다. 그렇다고 문제를 일부러 틀릴 수도 없었다. 듀오링고 무료 버전에는 마치 게임의 '생명'처럼 다섯 개의 하트가 주어지는데 문제를 틀릴 때마다 이 하트가 하나씩 깎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듀오링고는 사용자가 이런 난감한 상황에 처할 수도 있다는 점을 미리 예상했다.
Can't speak now, 지금은 말할 수 없어요
말하기 문제를 풀 수 없을 때, 'CAN'T SPEAK NOW'라는 문구를 누르면 아래와 같이 화면이 진행된다. 15분 동안 말하기 문제는 출제되지 않으며, 같은 문장을 다른 형식의 문제로 다시 내준다. 마치 듀오링고가 나에게 '아, 지금은 말하기 좀 곤란하군요? 다른 문제를 내드릴게요.'라고 말하는 것 같다. 듀오링고의 '언제 어디서든 즐겁게 학습하세요'라는 한 줄짜리 모토를 잘 반영하는 '배려'였다.
말하기 문제를 미루게 되면 같은 문장을 다른 형식의 문제로 출제해준다
오타는 억울해
나는 친한 사람과 편하게 카톡을 하다 보면 꽤 자주 오타를 치는 편이다. 특히 이동하면서 카톡을 하다 보면 'ㅋㅋㅋㄱㅋㄲㅋ'나 'ㅋㅋㅌㅋㅋㅌㅌㅋ'와 같이 오타를 치기 일쑤다. 그러나 이런 오타는 전혀 예민하게 생각할 필요가 없다. 공식적인 대화도 아닐뿐더러 내가 오타를 치더라도 상대방이 그 뜻을 유추해서 올바르게 해석할 수 있기 때문이다.
앞서 말했다시피 듀오링고에는 게임처럼 '하트 시스템'이 있어서 문제를 틀릴 때마다 하트가 하나씩 깎이게 된다. 하트를 충전하기 위해서는 강의를 진행하면서 얻은 '보석'으로 구매를 하거나, 한 시간을 기다려야만 한다. 때문에 모르는 문제를 틀리는 것은 어쩔 수 없다고 치더라도 '아는 문제를 오타 때문에 틀리는 경우'는 억울할 수밖에 없다. 특히 듀오링고 앱은 지하철이나 버스처럼 이동 중에 많이 사용하기 때문에 오타가 나올 확률이 높아진다.
그러나 듀오링고는 사용자가 실수로 오타를 입력하더라도 자체적으로 이를 조정하여 해석할 수 있는 기능을 포함하고 있다. 아래의 경우를 살펴보자.
간단한 오타는 듀오링고가 자체적으로 조정하여 해석한다
왼쪽의 경우, 스페인어 'casa'는 영어로 'house'를 의미한다. 따라서 'She has a house'라는 문장을 입력해야 한다. 그런데 버스가 급정거하는 와중에 정답을 입력하느라 'house'의 'e'를 바로 옆의 'w'로 잘 못 눌러 'housw'라고 입력해버렸다. 그렇지만 듀오링고는 이 문제를 오답 처리하지 않았다. 정답을 몰랐던 것이 아니라 단순 오타라는 것을 알고 사용자가 정답을 맞힌 것으로 처리했다. 뿐만 아니라 'You have a typo in your answer', '정답에 오타가 있어요'라는 친절한 설명과 함께 오타가 난 것으로 추정되는 단어에 밑줄을 그어서 보여준다. 오른쪽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영어의 'ticket'은 스페인어로 'boleto'라고 한다. 그런데 이번에는 흔들리는 지하철에서, 그것도 엄지손톱이 매우 긴 상황에서 정답을 입력하느라 'o'를 'p'로 잘 못 눌러 'boletp'이라고 입력해버렸다. 그러나 이 경우에도 듀오링고는 이 문제를 정답 처리하였고 정확한 답안을 안내해주었다.
언제 어디서든 공부에'만' 집중하세요
하루에 듀오링고를 사용하는 시간은 길어야 30분 남짓이다. 그렇지만 이 짧은 시간 동안 나는 오롯이 스페인어 공부에'만' 집중할 수 있었다. 큰 목소리를 낼 수 있을 때까지 공부를 미룬다거나, 어처구니없는 오타 때문에 마지막 하트를 날려서 한 시간을 허비해야 할 필요가 없었다. 듀오링고의 사용자에 대한 작은 '배려'는 사용자로 하여금 본래의 목적, 즉 '외국어 공부'에만 집중할 수 있도록 도와주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