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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UNE HOLIDAY Jul 06. 2023

디지털 노마드

06/07/2023

 외국어를 공부하면서 '디지털 노마드'에 대한 관심이 커졌다. 처음 외국어를 공부한 것은 외국에서 살고 싶었기 때문은 아니었다. 단순히 영어로 말을 하고 싶다는 마음이 외국어 공부의 첫 번째 계기였다. 중~중상 정도는 될 줄 알았던 내 영어 말하기 실력이 사실은 중 이하 정도밖에 안된다는 것을 스스로 깨닫고 적잖은 충격을 받았다. 그러던 중 성인이 된 후에 한국에서만 영어 실력을 키운 사람들을 보고 희망을 갖기 시작했다. 


 외국어로 말하고 싶다는 작은 바람은 '여행에 가서 외국어를 써보고 싶다'는 생각을 거쳐 '외국에서도 살아보고 싶다'는 생각까지 흘러갔다. 어느 시기에 무슨 일을 하고 있느냐에 따라 다르겠지만 기술의 발달과 코로나19는 이 세상에 그 어느 때보다 많은 디지털 노마드를 탄생시켰다. 그런데 찾아보니 많은 디지털 노마드들에게 '언어'는 생각만큼 큰 장벽이 아니었다. 관광객과 디지털 노마드가 많은 도시일수록 그런 사람들이 많은 듯했다. 태국의 치앙마이는 최근 디지털 노마드들에게 많은 선택을 받고 있는 도시 중 하나인데, 과연 해외의 디지털 노마드들 중에 태국어를 구사할 수 있는 사람들이 몇이나 될까. 치앙마이는 대표적인 관광도시이기도 하기 때문에 그들은 간단한 영어와 각종 통번역 서비스를 통해 그곳에서 살고 있다고 한다. 기존의 세계관과 차단된 채 살아가는 기분은 어떨까? 카페에서 커피를 주문하는 간단한 대화조차 제2외국어를 이용해 불편하게 이어가야 하는 상황은 설렘과 긴장감을 모두 선사할 것이다. 


 매일이 긴장과 설렘의 연속인 하루들은 누군가에게는 삶의 활력소가 될 수도 있고, 또 누군가에게는 엄청난 스트레스가 될 수도 있다. 내가 만약 그 상황에서 살아가게 된다면 어떻게 될지 지금으로서는 알 수 없다. 아직 비슷한 경험조차 해보지 못했기 때문이다. 또한 사람의 성향만큼 21세기 방랑자들의 방식 역시 천차만별이다. 고향을 떠나 수년의 세월 동안 이 나라 저 나라를 다니며 사는 사람들도 있는가 하면 정착지를 중심으로 여러 짧은 여행을 여러 번 떠나며 사는 노마드들도 있다. 디지털 노마드 '무식자'의 입장에서 두 가지 삶 모두 매력적으로 다가오는 것은 마찬가지지만 말이다. 

 

 그러나 이런 삶이 내 이상향이냐고 묻는다면 선뜻 그렇다고 대답할 순 없을 것 같다. 오히려 '싫지는 않은데' 이상의 긍정적인 답변이 나오지 않는다. 돈을 벌면서 해외에서 사는 삶? 좋다. 그러나 '굳이?' '굳이'라는 단어는 많은 모험을 포기하게 만드는 단어다. 불필요한 위험에서 벗어나는 단어이기도 하다. '굳이 우리나라에서 살면 되는데 고생하면서 살 필요 있어?'라는 질문에 답변을 내놓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물론 그만큼 진지하게 생각한 사안도 아니지만. 다만 평생을 그렇게 사는 것은 아니더라도 정해진 기간 동안 '여행하는 삶'을 살아보고 싶은 마음은 언제나 있었다. 이 망상이 망상에 그칠지 계획으로 이어질지는 장담할 수 없다. 그저 오늘도 책을 펴고 외국어 공부를 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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