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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골드래빗 Apr 06. 2023

나의 10대 때 읽었던 인생책

* 10대 인생책

오늘은 자목련이 강바람에 흔들리며 마음을 싱숭생숭하게 만들던 날입니다. 오전에 마감 하나 잡고,  머리나 식히려고 책장을 기웃거리다가 이 책 앞에 섰네요.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입니다. 10대 때 읽었던 책 중에 가장 인상 깊었던 책 땍 한 권만 고르라면 저는 이책을 고를게요.


친언니 베프이자 문과 전교 1등 하던 홍땡땡 언니가 추천해줘서 읽은 책인데요. 이갈리아의 딸들, 로마인 이야기, 향수 같은 책들을 다 이 언니가 추천해줘서 읽었던 기억이 있어요. 이래서 주변에 책 좋아하는 사람이 있어야 하나봅니다.


일단 차라투스트라는 책이 두껍고, 니체가 쓴 책이고, 제목이 근사해서 들고 다니면 폼이 납니다. 아마 그래서 저도 이걸 읽지 않았을까요? 내용은 어렵습니다. 철학도 어려운데 이걸 또 문학으로 풀어냈으니 얼마나 어렵겠어요.


문장은 매우 짧고, 강렬한 문구가 많아서 잘 읽힙니다. 단, 그래서 무슨 말인가는 좀 곱씹어서 생각해 봐야 합니다.

사실 10대 때는 절반도 이해 못했습니다. 그냥 뭔가 세상에 대해 강한 말투로 알려주는 자신감이 좋아서 읽었거든요. 나중에 니체 관련 책을 좀 더 읽고 읽으니 왜 이런 말을 했는지 좀 이해가 되더라고요.


차라투스트라는 10년 동안 산 속에 살다가 터득한 바를 인간들에게 가르치기 위해 내려온 선지자입니다. 그가 인간 세상에 내려와서 하는 말들이 뭐랄까... 지금 현재에 적용해도 전혀 촌스럽지 않습니다. 60년 전 샤넬백이 지금도 아름다운 것과 같은 느낌이라 할까요. 니체 특유의 인간 중심의 건강하고 쿨한 감성이 문학에서도 나타납니다.


물론 인간 말종이라느니 경멸이라느니 딱딱한 표현도 있고, 여성을 비하하고 신과 국가를 부정하는 등 좀 거북한 내용도 있지요. 저는 오히려 이 사람은 뭔데 이렇게 당당하게 자신의 생각을 펼칠 수 있을까에 더 주목했던 것 같습니다.


제가 가장 좋아했던 두 대목을 소개할게요.


벗에 대하여...그대는 그대의 벗에게 맑은 공기이자 고독이며, 빵이고 약인가? 많은 사람이 자신을 묶은 쇠사슬은 풀지 못하지만 벗에게는 구원자가 될 수 있다. 그대는 노예인가? 그렇다면 그대는 벗이 될 수 없다. 그대는 폭군인가? 그렇다면 그대는 벗을 가질 수 없다.


인간은 짐승과 초인 사이에 놓인 밧줄이다. 심연 위에 걸쳐진 밧줄이다. 저쪽으로 건너가는 것도 위험하고 줄 가운데 있는 것도 위험하며 뒤돌아보는 것도 벌벌 떨고 있는 것도 멈춰 서는 것도 위험하다. 인간의 위대함은 그가 다리일 뿐 목적이 아니라는 데 있다. 인간이 사랑스러울 수 있는 것은 그가 건너가는 존재이며 몰락하는 존재이기 때문이다. 나는 사랑한다. 몰락하는 자로서 살 뿐 그 밖의 삶은 모르는 자를, 왜냐하면 그는 건너가는 자이기 때문이다.


우정과 입시 사이에서 갈등하던 고등학교 때가 다시 떠오르네요. 지금 또 읽었는데 재미있네요. 잘 이해가 안 되는 부분도 여전하고. 그렇다고 각잡고 읽고싶지는 않는 그런 책이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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