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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골드래빗 Jun 09. 2019

완벽하려 했던 '서른'을 지나고

30대는 완벽한 척해야 했고,
자기 계발에 치여 살았고,
인정받을수록 더 어려운 프로젝트가 떨어졌으며,
지지 않으려고 애쓰던 낮과 밤이었다.


괜한 자존심이었을까?  나는 소심한 A형이지만 쿨한 B형처럼 보이고 싶었고, 뼛속까지 이과생이었지만 말 잘하는 문과생처럼 보이려 했다. 동기들에게 지지 않으려고 야근도 정말 많이 했고, 영어를 잘 못했지만 밤새서라도 300페이지 영문계약서를 번역했다. 30대는 출퇴근에 치여 계절이 가는 것도 잘 모르고 살았다.


서른아홉이 되던 해, 나는 회사를 떠났다. 16년 만이었다. 마지막 두 해는 큰 프로젝트를 연속 성공하여 최고의 고과를 받았다. 이대로만 가면 연봉과 미래가 안정적일 것이라 생각했다. 동료와 선배들은 익숙했고, 새 판을 벌리는 기획 업무는 적성에 잘 맞았다.


문제는 건강이었다. 2016년 연말 폐렴으로 병실에서 1주일을 꼬박 보내야만 했다. 한 달 이상 지속된 기침을 잡지 못한 채 송년회를 마치고 비를 맞으며 퇴근했다. 그리고 다음 날 아침 결국 병원에서 눈을 떴다. 크리스마스도 연말 파티도 없이 나는 병원에 쓸쓸히 누워있었다. 하얀 천장만 바라보며 혼자서 멍하니 있는 시간이 필요했던 것일까? 하루 종일 내가 살아온 시간과 가족에 대해 생각해보았다.


나는 늘 나 자신이 평범하고 불완전한 사람이라 생각해왔다. 심지어 남들보다 겁이 더 많았기에 앞날에 대한 준비도 앞서 할 수밖에 없는 성격이었다. 고등학교 때 공부도 취업도 그랬다. 입사 후 결혼과 내 집 마련을 한 후, 영원히 직장에서 월급 받으며 살 수 없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그래서 방법을 찾기 시작했다. 퇴근 후 서점에 매일 들러 경제고전부터 주식, 부동산까지 파고 또 팠다. 고등학교 때보다 더 많은 공부를 했다. 목표는 하나, 돈 걱정 없이 사는 삶을 현실로 만들기 위해서였다.


30대의 끝자락, 이제는 내 삶에 집중할 때가 되었다. 늦은 퇴근 후 대강 챙겨 먹던 저녁, 쓰러질 듯이 쌓여만 가던 옷 더미들, 먼지 쌓인 자전거. 한때 아이를 위해 이부자리를 펴고 책을 읽어주던 경이로운 순간들을 잊고 산지 오래였다.


‘삶을 정성스레 살아보자. 가만있자 그동안 모은 자산이 얼마나 되지?.’

병실에 누워 직장 생활하며 모으고 불린 돈이 얼마나 되나 계산해보았다. 부동산과 금융 자산이 어느새 지금 생활을 유지한다 해도 노후까지 가능한 수준에 이르러 있었다. 끝없는 소비 욕망에 허덕이며 세월을 낭비하지 말고 돈을 버는 기간 내 최대한 자산을 만들고자 한 노력의 결실이었다.      


더 부자가 되기 위해 삶을 희생하기보다 소박한 부자로의 삶을 사는 게 더 낫다고 판단했다. 그래서 나는 회사를 떠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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