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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귀자 소설 '모순'의 모순된 사람들

신문읽기특훈

by 골드래빗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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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양귀자 소설 '모순'



이 유명한 소설을 부끄럽게도 저는 지금 처음 읽었답니다. 제가 참 실용서만 읽고 살았던 거 같아서 올해는 문학을 좀 더 많이 접해보려고 해요.�



� 주인공 안진진의 시선에서 봤을 때 세상 사람들은 선악이 완벽하게 구분되지 않았죠. 그냥 모든 사람들이 '모순'된 모습으로 그렇게 살아가고 있다고 정의 내린 거 같았어요. 이런 성격이 참 부럽더라고요. 요즘 같은 시대에는 조금만 마음에 들지 않아도 조용한 손절을 하거나 대놓고 척을 두고 살잖아요. 주변에서 안진진 같은 사람 참 보기 힘든 것 같습니다. 결국 누구나 모순된 모습으로 살아가니까 → 상대방을 쉽게 단정 짓지 말고 → 그 안에 어떤 이야기가 담겨 있어서 이런 모습을 보이는지 → 나도 좀 들여다 보고 살아야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안진진한테 한 수 배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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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열 살이 넘으면서부터 내 손으로 곧잘 밥을 지어먹곤 했다. 착한 마음이 불 일듯 이러나는 날에는 된장찌개도 끓이고 나물도 무쳐서 밥상을 차려놓고 시장에서 돌아오는 어머니를 기다렸다. 그러나 열다섯 살이 넘은 후로는 그렇게 착한 마음이 생기는 날이 참 드물었다. 이상한 일이었다. 철이 들면 더욱 착하게 굴어야 할 텐데, 나는 그렇지가 못했다. 나이가 들면서 가만히 주위를 살펴보니, 내가 아는 착한 애들은 모두 바보였다. 그 당시 나는 바보가 되고 싶지 않았을 뿐이었다. p60



� 그때나 지금이나 진모처럼 갈치를 탐하는 식성이 아닌 탓에 내가 이모부에게 관대한 평가를 내리고 있는 것은 아니었다. 사람들은 작은 상처는 오래 간직하고 큰 은혜는 얼른 망각해버린다. 상처는 꼭 받아야 할 빚이라 생각하고 은혜는 꼭 돌려주지 않아도 될 빚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인생의 장부책 계산을 그렇게 한다. p1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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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쓰러지지 못한 대신 어머니가 해야 할 일은 자신에게 닥친 불행을 극대화시키는 것이었다. 소소한 불행과 대항하여 싸우는 일보다 거대한 불행 앞에서 무릎 꿇는 일이 훨씬 견디기 쉽다는 것을 어머니는 이미 체득하고 있었다. 어머니의 생애에 되풀이 나타나는 불행들은 모두 그런 방식으로 어머니에게 극복되었다. 불행의 과장법, 그것이 어머니와 내가 다른 점이었다. 내가 어머니에게 진저리를 치는 부분도 여기에 있었다. p152



� 인간이란 누구나 각자 해석한 만큼의 생을 살아낸다. 해석의 폭을 넓히기 위해서는 사전적 정의에 만족하지 말고 그 반대어도 함께 들여다볼 일이다. 행복의 이면에 불행이 있고, 불행의 이면에 행복이 있다. p303




�2월 신문읽기특훈에서 양귀자 소설 '모순'을 함께 읽었어요. 함께 진도를 맞춰 읽으니 부담도 되지 않았고, 서로 마음에 와닿았던 문장을 공유하다 보니 동질감도 느낄 수 있어서 좋았어요. 처음 시도해 본 북클럽인데 나름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답니다. 3월 신문읽기특훈에서는 <모리스씨의 눈부신 일생>을 읽을 예정이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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