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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골드래빗 Feb 25. 2022

(서평) 우리 모두 가끔은 미칠 때가 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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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새 좀 바빠서 틈틈이 읽어내려간 책입니다. 친구가 추천해줘서 서점 간 김에 사봤어요. 책자가 자그만한 게 백에 쏙 들어가는 게 좋더라구요. 특히 저 파격적인 일러스트와 제목. 좀 고리타분한 제 이미지와 반대되는 것 같아 더 끌리기도 했답니다.


저자는 <젊은 ADHD의 슬픔> 이라는 전작에서 자신의 이야기를 고백했고, 같은 연장선에서 이번 에세이에서도 관계 맺기의 어려움을 조근조근, 그러나 단단하게 표현합니다. 킵해두고 싶은 문장이 유독 많은 책이었다 할까요.


저 역시도 무의미한 존재가 되어가는 과정이 서글프기도 했던 요즘이라 글을 읽는 동안 몇 번이나 눈물을 글썽였어요. 나만 그런 게 아니고 이 젊은 92년생 저자도 그랬구나. 위로를 받기도 했답니다. 제가 맘 들었던 문장들을 공유할게요.


- 사람들은 아마 죽었다 깨어나도 서로를 이해하지 못할 거라고 생각한다. 알지 못하니 가질 수도 없다. '나'와 '너' , '우리'의 경계에서 빈손으로 헤맬뿐이다. 이것을 영원히 채워지지지 않는 결핍으로 볼 수도 있겠지만, 나는 끝없는 가능성이라 말하고 싶다. (7p)


- 직장 생활을 하다보면 모든 것이 차근차근 붕괴하다 결국 종말에 왔음을 인정하는 순간이 있다. 급여, 모자라기 짝이 없고 업무, 지루하거나 과중하며 동료, 도무지 희망이 보이지 않는다. (47p)


- 이것들을 다섯 글자로 줄이면, 가스라이팅이다. 내가 제정신을 팽개치고 내면의 보이스를 피싱당한 이유는, 이런 방식이 실제로 외부와의 갈등을 줄여주기 때문이었다. 바보 역할을 자처하던 시절 난 누구와도 싸우지 않았고 누구 말에도 반대하지 않으며 평판의 황금기를 누렸다.


- 이젠 뜬금없이 지새우는 밤들이 새롭지도 않다. 자의식은 가난한데 의식만 과잉된 나라서, 새벽녁 떠오르는 해도 상서로운 징조가 되지 못한다. 불완전, 불균형, 불건전. '불'자에 종속된 단어들로 우울을 조립하는 내가 웃긴다. (149p)


- 카카오톡을 붙잡고 살면서도 외로움에 허덕이는 나는 대단히 나약한 인간이었다. 하지만 그건 별난 노력 없이도 강해질 수 있다는 말이기도 했다. 겁쟁이의 성장은 겁을 지탱하는 고정관념을 깨는 것만으로도 훌쩍 성립하기 때문이다.(197p)


좋은 일 있어도 축하해줄 친구 없어 외롭고 나약한 어른에게도 위안이 되는 책이었어요. 맥락을 읽고 싶으시면 꼭 책으로 보시기를 추천드려요.


http://naver.me/I5ossQWj



#일상 #우리모두가끔은미칠때가있지 #정지음 #빅피시 #에세이 #책스타그램 #북스타그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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