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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네덜란딩 민수현 Sep 03. 2020

해외취업, 동화같은 유럽 일상의 이면

해외 취업을 생각할 때 현실적으로 고려해야 하는 부분

"우와 네덜란드에서 일해요? 너무 부럽습니다!"
"하루하루 동화같은 곳에서 계시니 너무 행복하시겠어요"


27살에 북유럽 네덜란드 이민


내가 좋아하는 업계에서, 내가 좋아하는 일 (광고, 분석, 데이터, 마케팅)을 구했다. 근무지는 네덜란드.

나는 해외 취업에 성공해  2019 27살이 되는 , 네덜란드혼자 이민 왔다.


북유럽, 네덜란드에서 일한다고 하면 많은 분이 신기해하고, 어떤 분들은 부러워한다.

하지만 맛있는 치킨을 먹으면 입은 즐겁지만 체지방이 늘어나듯, 유럽 생활이 마냥 달콤하고 구름같은 환상 같진 않다.


내가 느낀 현실 적인 유럽의 삶을 적어 본다.



동화속 풍경


도시 골목골목 운하가 흐르고, 운하 사이로 보이는 그림 같은 건축물들.

가벼운 산책을 할 때도, 친구들을 만나러 가는 길도, 일상이 힐링 되는 도시이다. 경치도 정말 멋있지만 무심코 지나치는 역사와 건축물, 유럽의 시간을 걷게 된다.


출처: https://www.mensjournal.com/



계획없이 떠날 수 있는 유럽 여행


유럽은 기본 휴가가 많고 눈치없이 자유롭게 쓸 수 있다. 주변 국가들이 근접해서 쉽게, 특별한 계획 없이 주말 혹은 하루만 연차쓰면 유럽 어디든 저렴한 가격으로 여행할 수 있다.


맥주 먹으러 가는 벨기에, 심신 위로가 필요할 땐 포르투갈 주말 여행. 도시 바이브가 필요할 땐 런던.

마음만 먹으면 쉽게 주변 나라 독일, 프랑스, 체코, 오스트리아, 벨기에 등 갈 수 있는 곳이 엄청 많다!


나는 유럽에서 조금 더 예쁘게, 나의 모습과 추억을 간직하고 싶어서 여행하는 도시마다 스냅사진을 찍고 있다. 사진을 보면 나의 설레임, 행복함, 어색함이 담겨 더 그날을 기억하게 된다.


스냅 사진: 부모님과 암스테르담, 프랑스 스트라스부르, 파리



돈 내고도 살 수 없는 경험


다양한 사람들과 새로운 곳에서 내가 좋아하는 일을 할 수 있는 경험. 저녁이 온전하게 주어진 삶을 가지니 혼자 해결해야 할 일도, 혼자 있는 시간도 많아진다. 그래서 내가 내 자신을 더 보살피고, 나를 아끼고 그리고 나를 더 객관적으로 이해하는 계기가 되었다. 나는 어떤 것에 스트레스를 받는지, 나는 생각보다 어떤 부분에 강한 사람인지 알게 된다.


새로운 곳에서 새로운 방식으로 살아가면서 나의 시야를 넓히고, 새로운 사람들을 만나면서 신명나는 시간을 보내고, 더 넓은 세상을 더 넓게 받아들이는 방법을 배우게 되었다.



수입과 지출


1인당 GDP가 5.2만불인 네덜란드. 네덜란드 본사에서 일한다고 하면 다들 연봉이 엄!청! 높은 줄 안다. 하지만 왜일까? 내 통장 잔고는 다이어트 중이 아닌데.... 계속 슬림하다.

2020 년 네덜란드 소득세 구간 세율

네덜란드 세율은 어마무시하다. 네덜란드 평균 풀타임 소득자의 세금은 약 38%. 세금에 의료보험은 포함돼있지 않다.


나는 다행히 Highly Skilled Migrant Visa(고급 인력 비자)로 들어와 세금 감면 혜택을 받고 있다.

하지만 그 외 들어가는 주거 비용 및 각종 세금을 포함하면 내 통장에 남는 금액은 높지 않다.


주거 비용: 유럽에서 렌트비가 가장 비싼 암스테르담. 쉐어해도 기본 월 800~1,000유로 (140만 원). 혼자 살면 에너지 비용 포함 기본 월 1,300~1,600유로(200만 원)를 내야 한다.


각종 세금: 추가로 내야하는 의료 보험, 지방세, 사회보장 세금, 상하수도 및 쓰레기 처리세 등을 포함하면 한달에 약 200~300유로(35만 원)가 추가로 들어간다.


이외 생활비, 외식비 등등을 생각하면 정말 순식간에 내 통장에서 월급은 로그아웃된다. (이번 달도 지켜주지 못해 미안해)


인종 차별


감히 어떻다고 확정해서 이야기하기에는 인종차별은 조금 예민한 문제라 조심스럽지만.. 인종차별이 없지는 않다.


길거리에서 나를 보고 "니하오~ 칭총~"하면 무시하거나 혹은 "I am Korean ^^ " 이러고 지나간다.

뜬금없이 물 폭탄을 맞은 적도 있고, 자전거를 탄 성인 남성 다섯 명이 쫓아와 길을 막으며 이유 없이 조롱한 적도 있다. 친구와 약속을 마치고 집에 돌아오는 길엔 성희롱 발언을 들은 적도 있다.


이외 주변 친구들은 신체적으로 위협받는 인종차별도 당했다고 한다. 하지만 어떤 친구들은 네덜란드에 5년 이상 거주하면서 한 번도 인종차별을 겪은 적이 없다고 한다.



슬로우 라이프 (Slow Life)


빨리 빨리! 택배, 서비스, 전화 혹은 문자 한 통이면 바로 되는 한국과는 달리 유럽은 느리고 불편한 점이 참 많다.


네덜란드에서 카드 재발급을 받는데 3주를 기다렸고, 냉장고를 고치려고 했는데 약 한 달 정도를 기다렸다. 직원 실수로 이중 결제된 헬스장 환불 비용은 7개월이 지난 아직도 깜깜 무소식이다.


네덜란드의 수도 암스테르담에서 인터넷 설치를 하기 위해 2주 반을 기다려야 했고, 몸이 너무 아파 병원에 가고 싶었는데 예약이 꽉 차서 4일 후에 방문이 가능하다고 했다. 내 몸은 병원 예약을 기다리는 기간 동안 이미 다 호전됐다.


긍정적으로 생각하면 여유롭고 자유로운 나라, 하지만 간혹..많이 답답할 때가 있다.


하지만 빨리 빨리 문화가 없는 유럽에서는 산책하다가 서로 인사하기도 하고, 도로에 서 있을 때는 버스 혹은 트램이 건너라고 양보해주기도 한다. 서로서로를 위해 나누는 여유와 웃음을 볼 땐 나도 모르게 미소가 절로 나온다.


암스테르담 거리에서

음식


나는 해외에서 유년 시절을 보냈기 때문에 음식에 대한 거부감이 정말 없다! 뭘 줘도 잘 먹고, 뭘 먹어도 맛있다. 하지만 미국, 호주, 뉴질랜드 등등 다른 나라에 비해서 네덜란드는 한국 음식이 다양하지 않다. 나는 곱창을 정말 좋아해서 친구들 사이에서 '곱창걸' 이라고 불리는데.. 암스테르담에서는 곱창을 구할 수 없다.


여기서 먹는 와인, 스테이크, 다양한 해산물 요리도 정말 최상이지만 .. 곱창과 감자탕 그리고 시장 떡볶이가 너무 먹고 싶다.



유럽에서만 느낄 수 있는 소확행. 내가 걷는 거리가 역사이고, 여행이 일상이며 존중받으며 일할 수 있는 곳.


하지만 몽글몽글하고 새하얀 구름 같은 환상만 존재 하지는 않다. 다양한 사람들이 있고, 새로운 경험을 할 수 있지만 내가 이방인이라는 느낌은 져버릴 순 없다.


익숙함과 편안함을 버리고 새로운 곳에서 새로운 일상을 살아가는 것. 새로운 도전이고 정말 설레는 일이다. 하지만 "해외 취업 성공담", "하루하루가 행복한 내 유럽 회사 일상" 이런 글을 보고 꿈과 환상만 품고 오면 하루하루가 먹구름이 될 수 있다.


이왕 올 거 마음 단단하게 먹고, 목표를 세우고 그리고 어떤 어렵고 외로운 상황을 마주하게 되어도 쉽게 무너지지 않는 자신감, 열정, 패기, 욕심을 장착하고 왔으면 좋겠다.


긍정*열정*패기 만렙으로 더 행복한 유럽 생활을 하려고 나는 오늘도 노력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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