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관계에 대하여_3
대학생이 되면서 인간관계에 있어 내가 다짐했던 것은 이거였다. 친구들과의 관계에 있어서 하나하나 연연하지 않는다. 아닌 사람을 붙잡고 있는 건 아무 소용이 없다.
고등학생 때의 나는 친구들과의 관계에 있어서 참으로 연연하는 학생이었다. 집-학교-학원만을 왔다 갔다 해야 하는 좁은 생활범위 안에서 친구들은 어쩌면 부모님보다도 소중한 존재들이었다. 그러다 보니 친구들이 어쩌다 나를 빼고 놀면 그게 그렇게 섭섭했고 친구들 사이에 내가 모르는 일이 있는 게 싫었다. 그리고 내가 노는 친구들의 무리 안에 새로운 사람이 들어오는 것이 그다지 반갑지 않았다. 지금 생각하면 왜 그랬을까 싶지만 그땐 그랬다. 친구들이 전부인 시기였다. 그래서 친구들이 놀자고 하면 특별한 일이 있는 게 아닌 이상 빠지지 않았다.
그리고 대학생이 되면서 다짐했다. 이제는 그렇게 친구관계 하나하나에 연연하지는 말아야겠다고. 대학생은 모든 수업을 같은 친구들과 들을 수도 없고 각자가 공부하고 준비하는 것이 달라 모든 시간을 고등학생 때처럼 함께 공유할 수 없다고 들어왔다. 그러니 대학생 때는 친구관계에 연연하기보다 내가 해야 할 것들에 집중하며 지내야겠다고 생각했다. 실제로도 그렇게 행동했다. 사실 대학생 때의 나는 전공에 복수전공과 부전공까지 하느라 다른 친구들보다 수업이며 과제의 양이 많았고 당연히 친한 친구들과도 시간표를 겹치게 짜거나 할 수가 없었다. 자연스럽게 혼자 수업을 듣게 되는 경우가 많았고 친구들과 공강이 맞지 않을 때가 많았다. 그러다 보니 혼자 뭔가를 하거나 시간을 보내는 것에 익숙해졌다.
이런 관계에 연연하지 않다 보니 나와 성격이 맞지 않는 친구와 틀어졌을 때도 구태여 그 관계를 바로 잡으려 하지 않았다. 고등학생 때 이런 일이 있었더라면 하루 종일 ‘내 잘못인가?’, ‘이때 이렇게 행동하지 말았어야 했나’, ‘좀 있다가 얘기해 봐야지’라고 생각했었다. 내 잘못이 아니거나 쌍방의 오해로 생긴 일이었음에도 스스로를 탓하곤 했다. 하지만 대학생이 되고 나서는 그러지 않았다. ‘서로에게 맞지 않은 친구였을 뿐이다’며 관계를 끊어내었다. 고등학생 때는 친구관계가 전부라고 생각하고 이 관계가 끊어지면 세상이 무너지는 줄만 알았다. 하지만 생각보다 친구관계를 끊는 것은 별 것이 아니었고 소중하다고 생각했던 친구 한 명이 없어져도 세상은 무너져 내리지 않았다. 오히려 어차피 끊어지게 될 관계였다고 생각하니 속이 후련할 때도 있었다. 더 이상 나와 맞지 않는 이 친구에게 나를 맞추지 않아도 되었고 그 친구의 어쩌면 악의는 없었을지도 모르는 행동에 상처 받지 않아도 되었다.
그러니까 대학시절의 나는 나에게 좀 더 집중하고
내가 하고 싶은 걸 하면서 보냈던 시간들이었다.
그런데 지금에 와서 생각해보니 그때 그 친구들과의 관계를 그렇게까지 끊어내지는 않아도 되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그러니까 그때 그 친구들의 행동에 하나하나 맞춰주지 못했던 것을 후회하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그때 그 관계들을 그렇게 칼로 베어내듯 잘라내지 않았어도 괜찮았을 텐데’를 후회하는 것이다. 예전처럼 친하게 지낼 수는 없더라도 길을 가다 마주쳤을 때 서로를 무시하거나 피하는 사이가 아닌 ‘안녕?’ 정도는 할 수 있는 사이로 남았어도 괜찮지 않았을까. 그렇다면 그 친구와 함께 했던 순간들이 괜찮은 기억들로 남았을 테니 말이다.
스물여섯 살. 많은 시간을 살아왔다고 생각하지만 아직은 살아갈 날이 훨씬 많이 남은 나는 오늘도 인간관계에 대해서 배우고 반성한다. 너무 뜨겁지도 않게 너무 차갑지도 않게 나의 주변관계들을 아끼고 지킬 수 있는 사람이 되어야지. 그리고 인간관계에 너무 지쳤을 때는 한 발 떨어져 생각할 수 있는 시간을 가져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