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물여섯에게 흰머리란?

내가 감당해야 할 내 몫의 하루

by 작가H

작년부터 흰머리가 나기 시작했다. 정확히는 졸업을 하고 본격적인 ‘취업준비생’이 되고서부터. 처음에는 가르마를 반대로 타야 찾을 수 있을 정도였다. 몇 가닥이 되지 않았다. 거의 평생을 한 방향으로 타 오던 가르마를 바꿀 일도 없으니 사람들 눈에도 띄지 않았다. 하지만 점점 흰머리는 늘어나기 시작했다. 굳이 가르마를 반대로 타지 않아도 보일만큼 늘어났다. 취업에 대한 스트레스와 함께 흰머리는 점점 늘어났다. 스트레스 때문에 흰머리가 생기기 시작했는데 이제는 흰머리 때문에 또 스트레스를 받았다. 결국 염색을 했다. 하지만 또다시 흰머리들은 새로운 머리카락들과 함께 자라나고 있다.


나도 몰랐다. 내가 이렇게 스트레스에 취약한 사람이었다니. 스스로 멘탈이 강한 사람이라고 생각했었다. 대학교의 식당에서 혼밥을 하는 것도 신경 쓰이지 않았고 새로운 도전을 하는 것도 두렵지 않았다. 대학생 때는 어떤 일을 하던 대부분 좋은 결과를 가져왔다. 무엇을 선택하던 실패하지 않을 거라는 자신감이 있었다. 하지만 취업 준비를 하며 내 멘탈이 꼭 강한 것만은 아닐지도 모르겠다고 생각이 들었다. 아니 오히려 사실 내 멘탈은 쉽게 부서질 수 있는 유리가 아닐까 생각했다.


대학생 때는 취업에 대해 그렇게 어렵게 생각하지 않았다. 노력만 하면 할 수 있는 것이라고 마음대로 확신해버렸다. 원래는 승무원을 준비했었다. 전공과는 전혀 관련 없는 일이었다. 사실 한 번도 생각해본 적 없는 일이었지만 교환학생을 다녀오며 꿈을 정했다. 그리고 승무원이 되기 위해 학원도 다니고 일주일에 세 번 스터디도 했다. 처음 면접에서 떨어졌을 때는 그럴 수도 있다고 생각했었다. 다음에 더 잘하면 된다고. 하지만 떨어지는 경험들이 자꾸 쌓이다 보니 다음 면접에서도 또 떨어질 걸 걱정하게 되었다.


올해 초 코로나 바이러스가 급격하게 확산됨에 따라 해외여행 길이 막혀버렸다. 항공업계들이 손해를 보는 것은 당연했다. 그리고 이것이 오래 지속되다 보니 문을 닫는 곳까지 생겨났다. 처음에는 곧 없어질 거라 생각했지만 바이러스는 장기화되고 있고 결국 나도 승무원에 대한 꿈을 접을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승무원에 대한 꿈을 접고 전공과 관련된 곳으로 취업을 준비하면서도 취업문은 내게 쉽게 열리지 않았다. 사람들은 ‘100군데는 넣는다는 생각으로 이력서를 넣다 보면 어딘가 한 군데에서는 너를 불러주는 곳이 있을 거다’ 이야기했다. 처음에는 이 말이 위로가 되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며 정말 100군데를 넣어야 할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자 100군데를 채 넣기도 전에 내가 완전히 지쳐버릴 것만 같았다.


맞다. 자격증 공부를 하고 자기소개서를 쓰느라 바빠도 취업이 되지 않아 우울해도 이것들은 온전히 내가 감당해야 하는 내 몫이다. 하지만 이 모든 것들이 나의 몫이라 생각하니 걱정 때문에 밤에는 잠이 오질 않고 나의 우울함이 상대방에게 전해질까 두려워 누군가와 약속을 잡는 것도 꺼려진다.


오늘 아침에 거울을 보며 또 흰머리 하나를 발견했다. 이제 흰머리가 나기 시작한 곳에는 영영 검은 머리가 나지 않을까 봐 걱정이 된다. 취업이라는 커다란 스트레스가 사라지면 흰머리도 사라질 수 있을까 고민하게 되는 하루하루. 그렇게 내가 감당해야 하는 나의 몫들을 짊어진 채 오늘도 살아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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