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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작가H Sep 09. 2023

고래싸움에 새우등 터진다

어제와 오늘이 다르시면 저흰 어떡하죠?

아무리 생각해도 내가 다니는 회사 대표의 가장 큰 적은 대표 본인이다. 그러니까 좀 더 정확하게 말하면 오늘의 대표의 적은 어제의 대표다. 어제의 마음과 오늘의 마음이 손바닥 뒤집듯 달라지니 말이다.


어제는 분명 직원들의 설득에도 자신의 의견을 굽히지 않고 그렇게 하지 말라고 해놓고는 오늘은 왜 어제 하지 말라고 했던 것을 하지 않았냐고 혼낸다. 직원들은 혼란에 빠진다. 분명 회의에서 지시한 대로 했는데 혼나는 꼴이 됐으니 말이다. 


그리고 직원들은 생각한다 내일의 대표는 또 오늘과는 다른 말을 하겠지. 매일이 이런 나날들의 반복이니 직원들은 생각할 수밖에 없다. 오늘 대표의 적은 어제의 대표다.


사람이니 마음이 이랬다 저랬다 계획도 이랬다 저랬다 왔다 갔다 할 수 있다. 하지만 그런 우유부단함이 업무로 이어져서는 안 되는 것 아닌가. 아니 최소한 직원들을 혼내는 사유가 되어서는 안 되는 것이 아닌가. 대표의 이런 우유부단함 때문에 새롭게 시도했다가 끝을 보지 못하고 중간에 그만둔 것들이 수십 가지가 넘는다.


어제의 대표와 오늘의 대표가 다르고 내일의 대표가 다르다. 대표는 매일매일 자신과의 고독한 싸움을 한다. 대표는 생각하겠지. 회사를 위해 이토록 고민하는 사람은 자신 밖에 없다고. 하지만 그 싸움에 등이 터지는 건 새우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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