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른놀이

더 이상 어린 시절의 소꿉놀이가 아닌 어른흉내의 삶

by 한은수

나름대로 나의 삶을 치열하게 고민하고 열심히

살아간다고는 하지만 반대편 밑 빠진 독 마냥 어딘가 놓친 부분을 다 해내기에는 내 손이 부족하다.


상냥함도 체력전이었고

누군가를 떠올리는 일도 하는 수 없이 시간의 여유가 있을 때 즈음에나 떠올릴 사치였던 건 나의 그릇이 그 정도인 탓이겠지


진심으로 나를 생각하고 사랑해 주는 사람에게 사랑과 감사만을 전하는 것으로도 부족할 텐데 나는 형편없는 하소연으로 괴롭히고 있고


착실히 살아내리라 다짐한 매일은 가득한 계획을 담은 생각만 머리에 채운 채로 흐르는 시간 따라 보내고 있다.


언제 즈음 나는 그럴듯한 어른이 되려나?

아직도 부모님 앞에선 한없이 어설픈 자녀일 뿐이고

나는 내 동반자와 함께하게 된 삶에서도 여전히 나일 뿐이라 어설픈 어른놀이가 아직도 어색하다.


무한도전 재방송을 보는데, 어릴 땐 아저씨들 같았던 그들이 알고 보니 지금의 나와 같은 젊은 친구들이었고


내 나이라고 별다를 것 없이 그냥 여전한 나인데 그 나이가 어른행세를 해야 한다는 듯이 시간이 흘러버린 것뿐이더라.


아이를 낳고 가정을 살뜰히 살아내는 학창 시절 친구들이 신기하고 대단해 보이고 나는 아직도 까마득히 철 모르는 아이 같아 어른연습을 조금 해보려 하는 게 주어진 삶에서 시간 맞춰 출근을 한다던가, 귀가하면 집안일을 하는 척해보는 거다.


결혼해서 같이 사는 내 동거인에게 여보 불러보고 더 이상 어린 시절 소꿉놀이가 아니라는 걸 생각해 본다. 이렇게 살아가도 더 이상 아무도 어린 시절처럼 잔소리를 하지 않으니까.


우리는 같이 어린이처럼 어른의 흉내를 내며 하루하루 서로의 부족함과 성장을 응원하며 껴안고 살아간다. 시간은 잘도 흘러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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