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원, 퇴사, 동생과 한 달 맛집탐방, 연애, 결혼, 입원!
2025. 12. 30. (화)
손으로 쓰는 일기를 좋아한다.
어릴 적부터 늘 손 일기를 써오다가 생각 많고 비밀 많은 고등학생 시절 엄마가 내 일기를 본 뒤부터는 줄곧 비공개 블로그나 싸이월드 일기장에 쓰곤 했지.
30대가 되어서 가끔씩 블로그에 글을 쓰다가 현생이 바빠지며, 자유롭게 써 내려가던 글에 부담이 생기면서 일기를 멈추게 되었다.
나의 작은 기록의 소중함을 다시 떠올리며, 2025년을 마무리하는 시점에 만만한 노트에 가벼이 글을 써 본다. 역시 나는 이 시간이 좋다.
그리고 이렇게 남긴 글들을 미래의 내가 읽어 재밌어하겠지. 일기는 이런 재미에 쓰니까.
그간 정말로 많은 일들이 있었다. 34살에 다니던 직장을 나오며 너무 아파봤고, 늘 쉬지 않고 나를 몰아붙이며 정신없이 살던 내가 가족 곁에서 그저 살아감, 사랑을 받으며, 10여 년의 타지살이로 많은 시간을 같이 보내지 못했던 하나뿐인 동생과 한 달 내내 맛집을 찾아다니며 추억을 쌓았다.
그리고 생각지도 못하게, 연애를 시작했다. 너무나 서툴고 순수하고 나를 너무나 좋아해 주는 사람과. 나의 모든 게 좋다며 거침없이 내 삶에 들어와 일상을 바꾸고, 기어코 나는 올해 10월 18일에 그와 결혼을 했다.
이미 각자가 삶을 살아가는 방식이 잡히고서야 이어진 인연이라 밀접한 삶으로의 동행이 쉽지만은 않았지만, 그도 나도 너무나 서툴기 그지없었지만 그래도 느낀 점이 있었다.
‘우리는 함께 함으로써 스스로는 닿지 못했던 영역들까지도 성장할 수 있겠구나.’
방식은 확연히 다르지만 서로 이해하고 포용하고 다듬어가며, 설레는 사랑에서 안심하고 기댈 수 있는 나의 사랑으로 나아감을.
어쩌면 이제 시작인 둘이 하나로서의 이 걸음이 아직은 적응기간을 더 필요로 할 수 있겠지만 언젠간 자유롭게 걷기도, 달리기도, 춤을 추기도 하는 그날이 오기를.
모든 순간을 배우고 감사하며 소중히 살아야지 하는 다짐을 오늘도 해 본다. 서른여섯을 앞두고도 아직 어른이 되어가느라 애쓰는 나 자신을 기특히 여기며…
조금은 아쉽게도 여기는 병동 입원실이지만, 온전한 나만의 공간과 시간 속에서 돌아볼 수 있음에 감사하며! 앞으로도 열심히 배우고 생각하고 기록하며 매일을 살아가야지. 더 많이 사랑해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