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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등

집요함과 회피의 사이

by 한은수

슬픔을 대하는 저마다의 방식들이 있다

나는 그중에 그 슬픔을 오롯이 느끼며 아파한 뒤, 내가 왜 이렇게까지 아픈지. 이 아픔이 내게 오게 된 이유가 뭔지. 나는 이 아픔을 계기로 앞으로 어떻게 해야 하는지. 이 아픔이 내게 어떤 의미로 남고 지나갈지를 생각한다.


아픔을 다독여 만지며 그 아픔이 바보같이 되풀이되지 않기 위해 서툴지만 방법을 찾고 고민하고 해결하려고 시도하고, 표현하려고 하는데. 참 쉽지 않아.


특히나 갈등상황에서 우리가 세운 규칙을 지키려고 얘기를 한다던가, 왜 그렇게 행동하는지 서로 선을 잡으려 할 때에, 감정이 더 앞서는 상대가 이미 머릿속에 뻔한 상황으로 시뮬레이션을 미리 돌려놓고 포기하듯 말할 때 정말 힘이 빠진다.


내 노력 앞에서 눈 맞춤 하나 없이 폰을 뒤적이며 “네가 그렇다 하면 그런가 보지”라고 대꾸할 때에 나는 허무함을 느낀다.


감정이 부딪히고 힘든 순간까지도 자기감정에 휩싸이지 않고 서로가 더 건강하게 대화하고 해결하려고 노력해야 하는 것인데, 그런 내 노력을 “강압”이라고 표현하더라. 그냥 내버려 두면 되는데 안 그런다고.


회피하고 상황을 넘기면 그대로 없었던 일이 되어버리는 게 어떻게 해결이 될 수 있는 거지? 서로가 이해하려는 노력 없이는 아무것도 나아질 수 없는데. 포기라면 이 관계에 의미가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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