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규모 팀에 노션과 슬랙을 도입한 이야기
조직 개편 이후, 새로 꾸려진 팀은 체계를 잡기도 전에 당장의 업무를 처리하는 데 급급했다. 일정 공유는 구두로만 이루어졌고, 수많은 업무 파일을 이메일로 주고받으면서 관리와 추적이 제대로 되지 않았다. 누가 어떤 일을 맡았는지 정리한 문서도 없었고, 진행 상황을 확인하려면 일일이 물어봐야했다. 중요한 정보가 누락되는 것은 당연지사였고, 같은 시장 조사를 두 번이고 세 번이고 계속해야하는 비효율도 반복됐다.
이런 상황에서 분명 효율적인 방법이 있을 것이라 생각했다. 그러던 중, 협업 도구를 활용한 사례를 다룬 블로그 글을 읽었다. 노션과 슬랙을 활용하는 스타트업들의 이야기였다.
노션을 사용하면 모든 팀의 문서를 한 곳에서 관리할 수 있어 최신 정보를 쉽게 공유할 수 있었다. 프로젝트와 할 일 관리 기능을 통해 업무의 흐름을 한 눈에 파악하고 조율할 수 있으며, 개인 작업과 팀 협업을 하나의 채널을 통해 동시에 진행할 수 있었다.
슬랙을 사용하면 팀원 간 실시간 커뮤니케이션이 가능해 이메일보다 더 빠르게 의사소통을 할 수 있었다. 채널별로 대화가 정리되어 필요한 정보를 그때그때 쉽게 찾을 수 있고, 노션을 비롯한 다양한 외부 도구와 연동하여 커뮤니케이션의 효율성을 높일 수 있었다.
이런 장점을 활용하면, 우리 팀의 업무 효율성이 높아질 것이라 생각했다.
팀에 노션 도입을 생각했지만, 많은 어려움이 예상되었다.
1. 가장 먼저, 내가 노션이라는 도구에 익숙하지 않았다. 도입했을 때 어떤 점이 좋아질지를 정확히 알지 못했다. 나 자신의 학습 부담도 문제였다. 팀에 도입한다고 했을 때 노션을 처음 접하는 팀원들도 기능을 익히는 데 시간이 걸릴 것이 분명했다.
2. 기존 자료를 노션으로 옮기는 작업이 필요한 것도 문제였다. 협업 도구 도입이 오히려 비효율처럼 느껴질 수 있었다. 당장 처리해야할 일들이 있었기에 더욱 부담스러웠다.
3. 팀 내 설득이 쉽지 않을 것 같았다. 비교적 젊은 팀원들의 경우에는 변화에 긍정적인 반면, 기존 업무 방식에 익숙한 팀장을 설득하는 것은 쉽지 않아 보였다. 향후 유료 결제가 필요할 경우, 조직의 상위 관리자에게 협업 툴의 도입을 설득하는 것은 또 다른 장벽이었다.
그래서 처음에는 혼자서 노션을 업무 처리에 도입하여 사용하기 시작했다.
혼자서 사용하니 아무래도 다른 사람을 설득할 필요가 없었다. 나 혼자서 기능을 익히는 차원에서 활용하는 것이기에 학습 차원에서 진행하기에도 좋았다. 거기에 노션은 개인 사용자는 차트와 같은 일부 기능 제한을 제외하고는 사용에 제약이 없었기에 더욱 좋았다.
나 스스로 할 일 관리와 정보 정리를 노션으로 진행하면서, 차츰 팀원 중 일부를 설득해 함께 사용해보기 시작했다. 이때는 이미 내가 노션을 통해 정리한 자료를 공유하고 협업 기능을 사용했다. 아무래도 팀장과 팀 전체를 설득하기보단, 일부 팀원이라도 함께 긍정적인 의견과 경험을 모아 설득하는 것이 더 설득력이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물론 이 과정부터도 쉽진 않았다. 다른 팀원 입장에서는 하지 않아도 될 회원 가입, 프로그램 설치, 기능 숙달이 필요했기 때문이다.
이 무렵, 팀원들과 함께 슬랙도 함께 사용해보기 시작했다. 회사 내에서 사용하는 메신저가 있긴 했으나 유명무실했다. 그래서 대부분 직원이 카카오톡으로 소통하고 있는 상황이었다. 이때 나는 슬랙의 여러 장점 가운데 선택적 알림 기능을 주로 어필했다. 항상 알림을 받아야 하는 단톡방과 달리 슬랙은 '멘션'을 통해 필요한 경우에 알림을 받을 수 있다는 점, 동시에 '스레드' 기능을 통해 새로운 정보를 놓치지 않는다는 점을 강조했다.
무엇보다 노션과 슬랙 모두 무료로 사용해볼 수 있다는 점 덕분에 부담 없이 시작할 수 있었다. 노션의 경우, 하나의 페이지에 팀원들을 게스트로 초대하면 별도 유료 플랜 전환 없이도 기능의 대부분을 사용할 수 있었다.
초기의 설득과 적응 과정이 끝난 이후, 팀원들도 점차 새로운 업무 협업 도구에 적응하기 시작했다. 점점 노션과 슬랙을 활용하면서 업무 흐름이 정리되고, 정보 공유가 원활해졌다. 이를 바탕으로 정식으로 팀장에게 업무 협업 툴 도입을 건의했다.
혼자였다면, 그리고 성급하게 도입을 건의했다면 쉽지 않았겠지만 다행히 업무 협업 툴의 효과를 느낀 동료 팀원들이 있었기에 협업 툴을 도입할 수 있었다.
하지만 협업 도구 도입이 끝이 아님을 금세 깨닫게 되었다. 팀 전체가 새로운 도구를 원활하게 사용해나가는 데에는 적응 기간이 필요했다. 도입을 건의한 나조차도 협업 도구를 계속 사용할지에 대해 의구심을 품는 순간도 있었다.
돌이켜 생각해보면, 협업 툴을 도입하면 앞선 팀 업무 처리의 비효율이 자연스럽게 해결될 것이라 생각했다. 하지만 협업 툴은 단순히 보조 역할을 할 뿐이었다. 팀 협업의 핵심은 협업 툴과 같은 유형의 도구에 있는 것이 아니라, 팀 내 신뢰에 기반한 명쾌한 업무 처리와 의사소통을 위한 노력과 같은 무형의 요소에 있었다.
협업 툴 도입을 주저하는 이들이 있다면, 지금이라도 협업 툴을 도입하는 것을 강력히 추천한다. 그 과정이 쉽진 않을 것이다. 그리고 도입을 한다고 해서 팀이 완벽하게 효율적으로 돌아가지도 않는다. 하지만, 그 과정을 통해 팀의 업무 효율성이 개선될 가능성이 크다.
모두와 함께하는 완벽한 시작보다, 오늘 하루 나부터 작게 시작해보시기를 추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