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컨드 브레인의 맹점

세컨드 브레인을 너무 믿지 말아야 하는 이유

by 호롱

말 그대로 정보가 넘쳐 흐르는 시대이다.


우리는 매일 손 안에서 수백, 수천 개의 새로운 정보를 접한다. 그것이 자의든 타의든 간에 우리는 빅데이터의 홍수 속에서 살아간다. 하지만 우리의 생물학적인 뇌는 정보 기술의 발전 속도의 발 끝도 채 따라가지 못하는 양상이다. 수십만 년 전 구석기 시대의 뇌를 가지고 있는 우리는 이 정보 기술의 홍수 속에서 어떻게 살아남아야 할까?


세컨드 브레인의 등장과 기대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개념으로 '세컨드 브레인(Second Brain)'이 등장했다. 노트 앱, 메모 시스템을 기반으로 한 개인 지식 관리 시스템(Personal Knowledge Management System)이다. 유발 하라리가 『사피엔스』에서 이야기한 '사이보그의 등장'처럼, 우리는 이제 생물학적인 뇌 하나로 감당하기 어려운 정보를 어떻게든 감당하기 위해 디지털 뇌를 보조로 사용하게 되었다.


많은 사람들이 이제는 노션(Notion), 옵시디언(Obsidian), 롬 리서치(Roam Research)와 같은 도구를 활용하여 자신의 두번째 뇌를 디지털 세계에 구축하려 한다. 이러한 디지털 도구들은 단순한 메모를 넘어서 우리의 부족한 뇌를 보완하는 정보 관리 시스템을 제공한다. 우리가 잊지 않고 필요한 정보를 즉각적으로 찾아낼 수 있도록 도울 뿐만 아니라, 정보 간의 연결을 통해 우리가 미처 발견하지 못했던 연계 정보를 발견할 수 있도록 돕는다.


거인의 노트와 메모의 역할

김익한 교수는 『거인의 노트』에서 "메모는 기억의 보조수단이다"라고 말했다. 다시 말해, 메모는 기억을 대체하는 것이 아니라 강화하는 역할을 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오늘날 '세컨드 브레인'이라는 이름 하에 디지털 뇌를 구축하려는 사람들은 이와 많이 다르다. 많은 사람들이 이 무한한 디지털 뇌에 '정보를 저장하는 것'에만 집중하고, '기억하고 활용하는 것'은 놓쳐버리는 경우가 많다.


우리가 메모를 하는 이유는 단순히 정보를 축적하기 위해서가 아니다. 정보를 필요할 때 꺼내 쓰고, 이를 바탕으로 새로운 인사이트를 도출해내기 위해서다. 하지만 세컨드 브레인을 구축하는 과정에서 단순히 '저장'의 관점에서만 접근한다면 결국 이 디지털 뇌는 '사이보그의 뇌'가 아니라 단순히 디지털화되어 저장된 정보의 집합에 지나지 않는다.


세컨드 브레인의 맹점

우리 눈에는 시각적으로 볼 수 없는 '맹점'이 존재한다. 이를 빌어, 세컨드 브레인을 제대로 활용하지 못하게끔 하는 것들을 '세컨드 브레인의 맹점'이라고 칭한다.


대표적인 세컨드 브레인의 맹점이 있다.

무의미한 정보의 홍수 : 너무 많은 정보를 저장하려는 욕심에서 비롯된다. 웹클리핑, 분류 없는 메모 등으로 인해 정작 중요한 정보를 찾아야 할 때 못 찾는 경우이다. 아무리 검색 기능이 뛰어난 도구를 사용하더라도, 불필요한 정보가 쌓이다보면 유용한 정보가 보이지 않게 된다.

기억력의 약화 : '기록해두면 언젠가 쓰겠지' 라는 생각에 실제로 정보를 기억하려는 노력을 하지 않는 데에서 비롯된다. 단기적으로는 편할지라도, 장기적으로는 사고력을 저하시킬 수 있다.

활용 없는 정보의 축적 : 정보는 저장할 떄가 아니라 활용할 때 비로소 가치가 있다. 정보를 저장하는 데에만 집중하고 이를 활용하지 않는다면 결국 세컨드 브레인은 정보의 '무덤'이 되어 버린다.


올바른 세컨드 브레인 활용법

그렇다면 세컨드 브레인의 맹점을 벗어나는 방법은 무엇이 있을까?

필터링과 선별 : 모든 정보를 기록하려고 하지 말고, 정말 필요하고 중요한 저장만 요약하여 정리하는 습관을 들여야 한다. 중요한 정보와 그렇지 않은 정보를 구분하여 저장해두면, 저장된 정보의 양은 줄고 그 질은 높아진다.

정보의 되새김질 : 정보를 저장한 이후에는 이를 다시금 되새기고 활용할 수 있도록 주기적으로 돌아봐야 한다. 예를 들어, 저장된 정보를 일정 주기마다 읽거나, 또는 디지털 도구의 힘을 빌어 랜덤 노트를 꺼내어 볼 수 있도록 하는 방법이 있다.

기록, 그런데 사고를 곁들인 : 단순히 정보를 기록하기만 하지말고, 저장하는 시점에 이에 대한 나의 생각을 곁들이면 정보의 질이 한층 더 높아진다. 나중에 정보를 다시 돌아봤을 때, 미처 잊고 있었던

검색 대신 기억 : 이렇게 정제된 정보를 저장하다보면 아무래도 세컨드 브레인에 대한 의존도가 높아질 수 밖에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디지털 도구의 검색 기능에 의존하기 보다는 자주 사용하는 정보를 직접 기억하려고 노력해야 한다. 디지털 도구가 아무리 뛰어난들, 우리 뇌의 무의식적인 뉴런의 연결보다 더 창의적이지 못하다.


사이보그라도 괜찮아

세컨드 브레인은 분명 우리의 뇌를 보조해 주는 강력한 도구다. 잘 사용한다면 우리의 구석기 시절의 뇌를 한층 더 강화해줄 것이다. 하지만 맹점에 빠져 잘못된 방식으로 활용하면 오히려 정보의 홍수 속에서 길을 읽게 만들 수도 있다. 중요한 것은 '기록'이 아니라 '활용'이다. 정보는 '저장'하는 것이 아니고 '사용'하는 것이다.


세컨드 브레인이라 칭하지만, 우리의 뇌는 단 하나이다. 세컨드 브레인을 활용할 때도, 진짜 뇌를 활성화하는 방향으로 접근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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