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말미에 간 미국
지구 어디에 있어도 지금 하고 있는 일을 할 수 있을까? 세계 곳곳을 여행하고 정착해서 나의 일을 하는 것. 많은 디지털노마드들의 로망이다. *이름부터가 노마드(유목민)가 들어갔으니.
취준생 때부터 그런 삶을 무의식적으로 동경했던 것 같다. 혼자서 배낭여행을 다니곤 했는데, 해외에 가면 관광지만큼이나 꼭 방문하는 곳이 현지인들의 거주 지역이었다. '이곳에서 한 달간 살아보면 어떨까?' 이리저리 재보곤 했다. 자연스레 호텔보다 에어비앤비 같은 현지인 숙소를 더 선호했다.
또 가는 곳이 있는데, 코워킹 스페이스다. 지금은 한국에서도 비슷한 공유 오피스가 많이 생겼다. 하지만 몇 년 전만 해도 생소했던 공간이었다. 세계 각국의 사람들이 몇 주 ~ 몇 달간 숙박을 하면서 자신들의 일을 한다고 했다. 물가가 싼 지역 위주라곤 하지만 마냥 멋있어 보였다.
아 물론 '잠깐' 사는 것이 좋은 거다. 언어와 문화가 다른 곳에서 오랫동안 떨어져사는 건 힘들 것 같다. 이민을 할 바엔 한국에서 뼈를 묻고 싶다.
코로나가 풀리면서 해외로 나갈 수 있는 길이 다시 열렸다. 마지막 비행기가 19년이었으니 약 3년 만이다. 뉴욕행을 끊었다. 그동안 다들 참았는지 비행기 표값이 하루가 다르게 치솟았다. 삼개월 전에 예약했는데 지금은 그 때 가격보다 2배 가까이 뛰었더라.
한 번 경유하는 9시간+9시간짜리 장거리 비행기다. 중간에 하와이에서 내렸다. 하늘이 맑다. 제주도에 온 것 같다.
뭔가 먹어야겠다. 그런데 처음부터 영어로 주문하려니 입이 안 떨어진다. 3년간 영어 쓸 일이 없었다. 이리저리 돌아다녀 보니 익숙한 간판이 보인다. 버거킹이다. 반갑다!
달고 짜고 크다.
미국의 맛을 너무 빨리 알아버렸다.
어쩌어찌 한 끼를 보내고 뉴욕행 비행기를 타기 위해 준비했다. 또다시 9시간을 앉아 있어야 한다.
한국은 이제 새벽 시간이다. 그전에 온 일들을 처리했다. 각 채널 포스팅들도 이미 작성하고 예약으로 걸어놓았다. 기내 와이파이가 있다면 좋겠지만 아쉽게도 데이터를 꺼진 상태로 또 9시간을 가야 한다.
드디어 도착했다! 한국과 시차가 13시간 차이가 나는, 지구 반대편 뉴욕이다. 첫인상은 생각보다 평범했다. 가기 전에 막 '뉴욕은 고담시티의 모델이다', '경찰도 총이 있어서 무섭다.' 이런 이야기를 많이 들었다. 그래서인지 조금 긴장되고 두려웠는데, 실제로 가보니 별 거 없다. 그냥 사람 사는 곳 같다.
사방에서 영어가 들리는 것 빼곤, 뭐 낯선 곳은 아니었다. '서울이랑 크게 다르지 않은데?' 착각이 들 정도였다. 그리고 얼마 안 가서 이 생각이 크게 틀렸다는 것을 느낀다.
숙소에 짐을 풀고 아침이니 베이글을 먹어야겠다고 생각했다. 뉴욕 하면 베이글이지. 호기롭게 거리를 나간다. 몇 블럭을 걸어갔을까, 킁킁 뭔가 이상한 냄새가 나는데 이게 뭐지 싶다. 한국에선 못 맡아본 냄새다.
-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