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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위한 cheers

by 홀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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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늘

누군가를 위해 잔을 들었다.


친구의 생일, 누군가의 기념일.

웃음 속에서 부딪히는 잔은

언제나 타인의 이름을 불렀다.


그러나 문득,

나는 스스로에게 물었다.

‘나를 위해 잔을 들어본 적이 있었던가.’


그래서 오늘,

이 잔은 나를 위해 올린다.


흔들려도 꿋꿋이 서 있는 지금의 나에게,

쓰러질 듯하다가도 다시 일어난 나에게,

아무도 몰라주는 자리를 묵묵히 걸어온 나에게,

나는 오늘 박수를 보낸다.


작은 성취조차 의심하며

스스로를 초라하게 여겼던 순간들,

그럼에도 느리더라도 멈추지 않고

한 발을 내디디던 나.

그 모든 발걸음 위에

오늘의 내가 있다.


지금의 나에게, 치얼스.


그리고 또 다른 잔은

앞으로의 나를 향한다.


아직 오지 않았지만 언젠가 다가올,

더 단단해지고 더 자유로워질 나.

다시 넘어져도 일어나기를 포기하지 않을 나.

남의 시선이 아니라

나만의 속도로 걸어갈 나.


순탄치 않아도 괜찮다.

때로는 눈물이 섞여도 괜찮다.

그 길 위에서 나는,

더 깊어지고 더 넓어질 테니까.


앞으로의 나에게, 치얼스.


오늘의 나와 내일의 나는

다른 시간에 서 있지만,

결국 같은 이름

같은 길 위에 있다.


그래서 나는 원망을 거두고,

두려움을 내려놓고,

스스로에게 약속한다.


가장 먼저 축하해야 할 사람은,

가장 오래 함께할 사람은,

언제나 나 자신이라는 것을.


잔을 들며, 조용히 속삭인다.


“지금의 나에게, 그리고 앞으로의 나에게. 치얼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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