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이!
이 여름 매거진의 마지막 주제가 ‘Cheers’래.
나는 이 주제를 받아들자마자 곧장 당신을 떠올리고 말았지 뭐야.
왜냐하면 나는 처음으로 여름을 사랑하게 되었고,
그 시작과 끝이 제이, 당신과 함께였잖아.
그래서 이 매거진을 빌려 당신에게 편지를 쓰기로 했어.
제이.
당신은 나의 조금은 슬프고 조용한 생일을 시끌벅적하게 만들어주었어.
네가 하고 싶은 건 뭐든 해도 된다고, 그래도 괜찮다고 말해주었어.
내가 고삐 풀린 망아지처럼 굴어도 되도록,
안전한 울타리가 되어주었지.
제이.
당신은 예측 불가하고 변덕스러운 여름의 여행을 사랑하게 해주었어.
정신이 산만한 내가 길을 잃을까 걱정하면서
나의 손을 꼭 잡고는, 포근한 마음으로 늘 결을 지켜주었지.
덕분에 나는 숨이 멎도록 황홀한 바다에 그저 감탄만 하면 되었던거야.
제이, 기억나?
당신이 그랬잖아,
“잘 잤으면 하는 마음이 사랑”이라고.
“네가 잘 잤으면 좋겠다”고
나는 그런 말은 태어나서 처음 들어봤지 뭐야.
이제 와 고백하건대, 나는 그날 펑펑 울고 말았어.
아마 그 순간부터였나 봐.
나는 당신한테 모든 마음을 솔직하게 꺼내놓게 되었어.
조금은 감추고 싶은 부끄러운 마음까지 말이야.
제이.
미안하지만 나는 당신이 조금 철없다고 생각했어.
그런데 사실 철이 없는 건 나였던거야.
그래도 제이, 술은 조금 줄였으면 좋겠어.
건강은 챙겨야 하니까.
헤어지고 집에 가서 혼자 마시는 건 이제 금지야.
알았지?
제이.
나는 당신이 참 좋아.
조금은 감정적이라 욱해 의도치 않은 실수를 저지르지만,
곧바로 그 실수를 인정하고 사과할 줄 아는 당신이.
나는 별로 재미있는 사람이 아닐 텐데도,
이상하게 티키타카가 잘 통하는 당신이.
글 같은 건 잘 안 본다면서도,
나의 글만은 열심히 챙겨 읽어주는 당신이.
아닌 척하면서도,
당신의 글에 달린 반응을 슬쩍 살펴보는 당신이.
단골로 출연시켜달라는 요청이 있었다는 말에,
수줍게 웃던 당신이.
평소엔 바보처럼 허허실실거리다가도,
“내가 미처 헤아려주지 못할 마음을 대신 위로받은 것 같아 다행”이라며 어른스럽게 구는 당신이.
제이.
우리가 함께한 여름은 끝났지만
찬란한 가을에도, 시린 겨울에도,
당신과 나는 함께할 거야. 그렇지?
이 편지를 읽고 있을 지금도
우리는 어느 치킨집에서 시원한 맥주잔을 부딪히고 있겠지!
“아, 나 진짜 바쁜데ㅡ!”라는 나의 외침은 당신 앞에선 늘 무용해지고 말잖아.
그렇지만 너무 감동스럽다고 울진 말아주길 바라!
나는 위로에는 영 소질이 없으니까 말이야.
날이 더 선선해지면 우리, 시원한 가을바람을 맞으며 밖에서 맥주 한잔을 기울이는거야.
나 떠나가는 여름엔 작별을 고하고, 다가오는 가을은 당신과 함께 맞이하고 싶어.
영원해 마지않을 우리의 우정에 건배하며ㅡ
Cheer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