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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eul Oct 22. 2017

야구

기아 우승! 기아 우승!

예전에 소개팅했던 남자가 "야구랑 맥주는 어떤 조합이에요?"하고 묻길래 "인생 조지기 딱 좋은 조합인데요."라고 답변했다. 




사실 야구 본지는 오래 안됐다. 어렸을 때는 TV에서 강제로 틀어줘서 싫어했다. 뭐야, 나 드라마 재방 봐야되는데 쟤네 왜 이렇게 오래해? 공중파에서 프로야구 중계해주는 것이 싫었다. 좋아하는 사람이 별로 없을 줄 알았다. 나한테 야구는 그런 존재였다. 


야구를 보기로 시작할 때가 09년도였다. 그때 우승을 했다. 기아타이거즈가 한국에서 야구를 제일 잘하는 팀인 줄 알았다. 7차전 보던 날이 아직도 기억난다. 중간고사가 끝나고 텅빈 학원에서 일을 마무리 하고 있었다. 조용한 동안 해태 때부터 팬이던 원장쌤이 환하게 웃으시며 "끝났어!"하고 소리 질렀다. 
나는 그때 알림장을 만들던 중이었다. 나지완 이새끼.. 잘했어.  


10년도는 암흑기니까 건너뛰고, 11년부터 본격적으로 팬질을 시작했다. 애들이 야구를 엄청 잘했다. 상반기를 리그 1위로 마무리 했다. 최희섭, 안치홍, 김선빈 그리고 윤석민이 미쳐있었다.
 그리고 나도 미쳤다.   

게다가 12년도 시작과 함께 팀 레전드인 선동렬이 감독이 된다. 난 우리가 우승할 줄 알았지. 선동렬에 이순철에 이종범이라니. 누가 봐도 우승각 아니냐? 누가 그랬다. "선동렬이 자기 영구번호 18번을 감독번호로 거부한건, 자기도 알았던거지. 그때의 자기가 아니라는 걸.."  

암튼 그때부터 나는 주변에 야구 좋아하는 '여자 애'가 됐다.


그러다가 우연찮게 기회가 왔다. 야구도 좋아했고, 대외활동도 꽤 해서 야구 일을 하게 됐다. 준비된 자가 기회를 얻은건지는 모르겠는데, 운도 좋았다. 좋아하던 야구가 일이 됐다. 15년 3월 25일 오전 여덟시. 내 첫 출근 날이다.  

요샛말로 그런 걸 덕업일치라고 하는데, 맞다. 야구 일을 하던 9개월이 행복했다. 남들은 일생에 한번 밟기 어렵다던 그라운드를 몇번이고 밟았고, 덕아웃도 프런트도 들어가봤고, 오프더 레코드지만 뒷얘기도 몇번 들었다. 15년 시즌에는 기아 타이거즈보다 담당 팀 선수들을 더 잘았다. 뒷태만 보고도 이름 맞히고 그랬다. 


지금은 그 때 배웠던 또 다른 일을 한다.
 사람 일이 이렇게 풀리기도 한다. 스물 다섯의 나에게 돌아간다면 "걱정마, 다 잘 될거야."라고 말해주고 싶다. 불안에 미쳐 있었던 그 시절의 나에게.  

야구가 좋아서 여기까지 오게 됐다. 사람 사는 거 다 어떻게든 되더라. 뭐라도 하고 있으면 되긴 되더라고. 앞으로 내가 어떻게 살지 잘 모르겠는데, 어떻게든 될 거 같다는 자신감은 좀 얻었다. 왜냐면 진짜 어떻게든 되니까.  

암튼 

아, 야구 좋아하기 잘했다.  

PS. 나지완을 연호하고 기적의 우승이라며 자위하는 것도 7년이면 길었다. 나는 새로운 우승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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