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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oly Frege Sep 01. 2017

2017.8.30

노가다.

3년 동안 서귀포에서 폐인 생활을 하고 broke 되면서 조천으로 들어왔다.

일주일에 이틀 일한다. 육체노동. 어쩔 수 없다 먹고살려면...


그래서 노가다를 했다. 대리석을 나르는 일이다.  9to5에 4시간이면 끝내는 일이다.

노가다라는건 열심히 할 필요가 없다. 4시간을 8시간으로 뻥튀기했다. 꿀보직이다. 쉬엄쉬엄 일했다.


 같이 일하게 된 친구가 있다. 통성명을 했다. 제주 온 지 8개월이란다. 셰어하우스에서 여자 친구를 만났다한다.  같이 산다는데 부럽다. 제주에 대한 얘기나 서로 살아온 얘기를 했다.  


일할 때가 되었다. 친구가 배가 아프다고 한다. 화장실을 간다. 갔다 오려면 30분. 나 먼저 일하기로 했다. 엘리베이터를 타고 12층을 눌렀다. 11층에서 엘리베이터가 갑자기 멈춘다. 점검 중? 뭥미.. 이런 제길 아무 버튼도 눌러지지 않는다. 비상콜을 누른다. 동작이 되지 않는다. 119로 전화를 한다. 이런 시발 전화가 안된다. 음.. 5분만 기다리자! 침착해야 해! 5분 동안 있으면 뭔가 조치가 있겠지. 숨 쉬기가 힘들다. 밀폐된 공간이다. 더구나 엘리베이터 내부를 박스 까데기로 붙여놔서 찜통에 숨은 막혀온다. 안 되겠다. 사람 살려! 엘리베이터에 갇혔어요!. 외쳤다. 목이 쉬도록 외쳤다. 아무런 인기척이 없다. 


현실을 깨닫는다. 이 현장엔 사람이 거의 없다는 걸.  어쩌면 낼 아침, 아니 모레가 돼도 나는 발견되지 않을 거 다... 이렇게 죽는구나. 방도가 없었다. 나갈 아무런 방도가 없다. 내가 할 수 있는 게 없다. 지금까지 살아온 과정이 파노라마처럼 지나간다. 숨쉬기도 곤란하다. 


그래도 찾아야 했다. 문은 안 열린다. 천장을 봤다. 천장을 뜯기로 했다. 천장을 보기 위해, 죽을걸 각오하고 팔걸이에 발을 딛고 올라서는 찰나, 엘리베이터에서 삐그덕 육중한 소리가 들린다. 순간 식은땀이 흘렀다. 다시 내려올 수밖에 없다. 그래도 하나 남은 희망이 있다. 그 친구..


엘리베이터의 문을 두들기면서 소리쳤다. 소리가 밖으로 나가지 않는다. 어쨌든 문을 다시 열어 보기로 한다. 조그만 틈을 만들었다. 틈 사이로 또 다른 문이 보인다. 손톱이 까졌다. 약간의 공간이 벌어졌다.  엘리베이터에서 경고음이 들린다. 겁이 났다. 있는 힘껏 소리 질렀다. 갑자기 어지럽다. 산소부족에 더위... 이제 진짜 죽는 일만 남았구나. 바닥에 주저앉았다. 소용이 없었다. 5분이 지났다. 이젠 더 이상 힘이 없다. 


포기하기 전.. 그 친구가 떠올랐다. 마지막 한번 더! 


내 목소리에 반응하는 누군가가 있다. 필사적으로 소리쳤다. 소리가 명확하지 않다. 계속.. 목이 쉬도록..

한 5분이 지나고 사람 목소리가 들렸다. 조금만 기다리세요.


나는 구출되었다. 30분간 죽음의 사투. 나오자마자, 엘리베이터 관리자는 나를 위아래로 쳐다보곤 짜증 난다는 투로, 옷 입어!라고 한다. 엘리베이터 고장이 나 때문이란다. 말투가 아주 그랬다.  그래서 싸웠다.


인생 좆같다. 관리인이 다시 왔다. 미안하다고 한다. 저번에는 2시간 갇힌 사람도 있었다고 한다. 30분 가지고 호들갑이냐는 식이다. 바닥인생들은 모두가 그렇다. 친구의 말로는 지나가는 사람 1명이 있었는데 신경 쓰지도 않았다고 한다. 그렇다. 이게 바닥인생이다. 옆에서 누군가 죽어도, 신경 안 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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