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자재 중에서 유일하게 박사로 불리는 상품이 있다. 바로 구리다. 어쩌다 구리는 박사가 되었을까? 그냥 박사도 아닌 경제학 박사가 된 이유는 간단하다. 구리가 경제 바로미터로 사용되기 때문이다. 산업화가 시작된 이래로 구리는 우리 일상에 가장 많이 사용되는 원자재가 되었다. 우리가 하루 종일 가지고 다니는 스마트폰에도 구리가 들어있을 뿐 아니라, 거의 모든 전자제품에 구리가 사용되고 있다고 생각하면 된다. 때문에 구리 소비량은 곧 경제 소비와 연결 지어 판단할 수 있게 되면서 구리가 닥터 카퍼로 불려지게 된 것이다.
구리는 여전히 경제학 박사로서 글로벌 경제 상황을 파악하는 경제 파라미터로 작용하고 있지만, 예전에 비해 많이 왜곡되어졌다. 때문에 구리에 대한 신뢰도도 이전보다 크게 낮아진 것 같다. 이는 이전과 달리 구리가 수급에 의해서만 움직이지 않기 때문이다.
현재 구리를 움직이게 만드는 대표적인 변수를 고른다면 바로 미국과 중국이다. 미국과 중국의 정치 및 경제 상황 변화에 따라 구리 가격도 변화한다. 일단 미국이 중요한 이유는 구리가 달러로 거래되기 때문이다. 특히 최근 미국 연방준비제도가 강력한 금리인상 기조를 보이면서 달러강세 상황이 나타날 때마다 구리 가격이 하락하고 있다. 쉽게 말해 달러의 가치가 상승하면, 구리의 가치는 하락한다.
거기에 미국 연방준비제도의 공격적 금리인상 기조가 심화될수록 글로벌 경기둔화 우려가 부각되고 구리 수요 둔화 우려로 이어지기 때문에 미국은 중요하다. 물론, 미국이 중국 다음으로 많은 구리를 소비하고 있는 점도 크게 영향을 주고 있다. 다음으로 중국이 구리에게 중요한 이유는 중국이 전 세계에서 가장 많이 구리를 소비하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과의 무역전쟁으로 인해 그 영향력이 조금 줄긴 했지만, 중국은 여전히 세계의 공장 역할을 하며 세계에서 가장 많은 구리를 소비하고 있다. 때문에 구리는 중국의 지표 발표나 정책변화에 매우 민감하게 반응한다. 특히, 전 세계 구리소비의 1위와 2위를 차지하는 중국과 미국 간 정치-경제적인 이슈가 있을 때마다 구리 가격은 민감하게 반응하고 움직인다.
구리를 보고 있자면, 우리나라를 보는 것 같다. 이는 우리나라도 미국과 중국의 눈치를 보고, 미국과 중국의 정치, 경제 상황에 민감하게 반응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런 걸까. 우리나라 경제를 나타내는 코스피와 구리의 상관관계는 매우 높다. 구간별로 다를 수 있지만, 평균 80% 이상의 상관관계를 나타내고 있다.
결국, 코스피를 보면 구리가 보이고, 구리를 보면 코스피가 보인다. 구리가 수급 요인보다 미국과 중국의 대외적인 요인에 영향을 받는 것처럼, 내수가 약해 수출 의존도가 높은 우리나라 경제도 미국과 중국의 눈치를 본다. 때문에 경제학 박사 구리는 우리에게 정말 중요해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