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을 끊은 뒤, 다시 올라오는 숫자

체중 감량 약의 ‘끝’은 생각보다 빨리 찾아올 수 있다

by 전의혁

중단이라는 말은, 끝맺음 같아서 더 단단하게 들린다.


퇴근 무렵, 약국 카운터 위에 영수증이 한 장 더해지고 라벨 프린터가 짧게 울렸다. 손끝엔 소독제 냄새가 남아 있고, 휴대폰 화면엔 ‘오젬픽·위고비를 끊으면’이라는 문장이 떠 있었다. 나는 잠깐 멈춰 서서, 그다음 문장을 읽기 전 숨을 한 번 고르게 된다.


그건 게으름이 아니라, 몸이 원래대로 돌아가려는 힘에 가깝다.
나도 그랬고, 특히 “이제 좀 괜찮아졌으니 그만해도 되겠지”라고 마음이 앞설 때 더 심했다. 혹시 당신도 체중계 숫자가 다시 움직이기 시작하면, 나만 실패한 것처럼 느껴진 적이 있는가?


20260117 _ 오젬픽·위고비 중단 후 18개월 체중 복귀, 왜 _ 2.png


이번 분석은 오젬픽과 위고비처럼 널리 쓰이는 체중 감량 약을 중단한 뒤, 체중이 다시 늘어나는 일이 흔하고 그 속도도 예상보다 빠를 수 있다고 말한다. 연구진은 이전 연구 37개를 검토했고, 약 9,300명이 포함되어 있었으며 13가지 체중 감량 약물이 다뤄졌다.


몸은 생각보다 빠르게 ‘원래’로 돌아가려 한다.


핵심은 시간이다. GLP-1 약물을 중단한 뒤 대부분의 사람들이 약 18개월 안에 치료 시작 전 체중으로 되돌아갔다. 더 놀라운 건, 약을 중단한 사람들의 체중 재증가 속도가 식이요법이나 운동만으로 감량한 사람들보다 약 4배 빠르다는 점이다.


가장 흔히 쓰이는 GLP-1 계열에는 세마글루티드와 티르제파타이드가 있고, 브랜드명으로는 오젬픽, 위고비, 젭바운드 등이 있다. 공동 저자인 옥스퍼드대학교 생리학 연구자 샘 웨스트 박사는 “속도가 얼마나 빠른가”가 특히 눈에 띄었다고 말했다. 실제로 이 약을 복용한 사람들은 치료 중 평균 33파운드를 감량했지만, 중단 후 1년 안에 약 22파운드를 다시 늘렸다.


약을 끊는 순간, 싸움이 끝난 게 아닐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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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중만의 이야기도 아니다. 이번 리뷰는 혈압과 콜레스테롤 수치 감소처럼 체중 감량과 함께 따라오던 건강 지표의 이점도 시간이 지나며 줄어든다고 봤다. 평균적으로 약을 중단한 뒤 약 17개월이 지나면 이런 지표들이 치료 전 수준으로 되돌아갔다. ‘숫자’가 되돌아오는 데는, 생각보다 긴 인내가 필요하다는 뜻이다.


이 결과를 본 일부 전문가들은 놀랍지 않다고 했다. 케임브리지대학교 유전학 교수 자일스 요 박사는 “백신을 제외한 대부분의 약물은 복용하고 있을 때만 효과가 있다”고 말했다. 그는 GLP-1 약물을 혈압약에 비유하며, 혈압이 정상으로 돌아왔다고 약을 끊으면 다시 비정상이 되는 것처럼 체중도 비슷한 일이 벌어질 수 있다고 했다.


물론 한계도 있다. 37개 연구 중 세마글루티드 또는 티르제파타이드를 다룬 연구는 6개뿐이었고, 대부분의 임상시험 데이터는 환자를 1년 미만으로만 추적했다. 그래서 더 장기적인 결과는 ‘추정치’에 가깝다. 그럼에도 미국에서 수백만 명이 GLP-1 약물을 사용하는 상황에서, 이 질문은 피하기 어렵다. 게다가 연구들에 따르면 사용자 중 최대 절반이 1년 안에 복용을 중단하는데, 그 이유는 비용, 부작용, 접근성 같은 현실적인 벽인 경우가 많았다.


웨스트는 체중이 줄면 신체가 자연스럽게 그 변화에 저항한다고 말했다. 배고픔을 늘리고, 칼로리 소모를 낮추는 방식으로 말이다. GLP-1 약물은 그런 충동을 조절하도록 돕지만, 중단하면 갈망이 다시 돌아오는 경우가 많다고 했다.


성공은 약을 먹는 동안 만들어진 습관이 남느냐에 달려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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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마지막 문장이 남는다. 2024년 한 연구에서는, 체중 감량 약물을 사용하는 동안 운동을 했던 사람들이 운동을 하지 않았던 사람들보다 약물 중단 후에도 더 많은 체중을 유지했다고 했다. 요는 “도구들, 요리법, 습관들, 출근길에 새로 만든 자전거 경로” 같은 것들이 남는다고 말한다. 힘든 순간에 꺼내 쓸 수 있는 것들 말이다.


오늘은 ‘언젠가 끊을 날’을 앞당겨 걱정하기보다, 내 하루에 남길 한 가지를 적어보면 좋겠다.


그리고 약을 시작하거나 중단하는 결정은, 개인의 상황과 위험을 함께 봐야 하는 일이라서 의료진이나 약사와 상의해 조율하는 편이 더 안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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