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킨 시점’을 보고하는 알약이 등장했다
약을 챙겨 먹는 일은, 생각보다 감정이 많이 들어간다.
아침 식탁 위에 물컵을 올려두고도, 손이 잠깐 멈출 때가 있다.
나는 약국에서 “깜빡했어요”라는 말을 하루에도 여러 번 듣는다.
그건 게으름이 아니라, 삶의 복잡함에 가깝다.
최근 연구진이 위 안에서 무선 신호)를 보내 ‘삼켰는지’를 보고할 수 있는 알약을 개발했다.
처방약을 제때 복용하고 있는지 확인하는 새로운 방법인데, 설명을 읽다 보면 솔직히 조금 섬뜩한 느낌도 남는다.
하지만 연구진이 겨냥한 대상은 분명했다.
약물 복용 계획을 지키는 것이 필수적인 사람들, 예를 들어 면역억제제를 복용해야 하는 장기이식 환자, HIV나 결핵처럼 위험한 감염을 가진 사람들, 또는 장기간 치료가 필요한 사람들이다.
“먹었는지”가 건강을 좌우하는 약들이 있다는 뜻이다.
어떤 약은 효과보다 먼저, ‘중단’이 위험해진다.
선임 연구자인 조반니 트라베르소 박사는 “목표는 이것이 사람들이 필요한 치료를 받을 수 있도록 돕고, 건강을 최대화하는 데 기여하도록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MIT 기계공학 부교수이자, 보스턴 브리검 여성병원 소속 소화기내과 전문의다.
또 “복약 순응도 미준수가 있을 경우 개인에게 정말 해로운 결과를 가져올 수 있는 약물”을 우선 대상으로 삼고자 한다고 덧붙였다.
이 알약의 구조는 의외로 담담하게 설명된다.
알약에는 생분해성 무선주파수 안테나가 들어 있고, 연구진은 아연-셀룰로오스 안테나를 말아 올린 뒤 전달할 약물과 함께 캡슐 안에 넣는다고 했다.
트라베르소 박사는 이 소재들을 선택한 이유로 우수한 안전성 프로파일과 환경적 적합성을 들었다.
캡슐을 삼키면 코팅이 분해되면서 약물과 안테나가 함께 방출된다.
안테나는 작은 라디오 칩과 함께 작동해, 캡슐이 삼켜졌음을 확인하는 신호를 전송한다.
연구진은 이 전송이 알약을 삼킨 뒤 10분 이내에 이뤄진다고 밝혔다.
삼킨 뒤 10분, 위 속에서 “복용 완료”가 울린다.
그다음이 중요한데, 안테나는 분해되어 체내로 흡수된다.
다만 약 400 ×400 마이크로미터 크기의 라디오 칩은 생분해성이 아니며, 소화관을 통해 배출되어야 한다고 연구진은 설명했다.
연구에는 비교도 등장한다.
미국 환경보호청에 따르면 사람 머리카락의 폭은 약 70 마이크로미터이고, 고운 해변 모래 알갱이의 작은 자갈은 약 90 마이크로미터 정도라고 한다.
숫자만으로는 감이 안 오던 크기가, 갑자기 손끝으로 옮겨온다.
MIT 연구 과학자인 메흐메트 기라이한 사이 박사는 구성 요소들이 아연과 셀룰로오스처럼 안전성 프로파일이 잘 확립되어 있고 이미 의학에서 널리 사용되는 재료를 이용해 수일에 걸쳐 분해되도록 설계됐다고 말했다.
또 장기간 축적을 피하면서도, 복용됐다는 신뢰할 수 있는 확인을 가능하게 하는 것이 목표라고 덧붙였다.
기술이 임상 사용으로 향하는 과정에서 장기 안전성은 계속 평가될 것이라는 말도 이어졌다.
동물 실험에서는 위 내부에서 전송된 무선 신호가 외부 수신기로부터 최대 2피트 거리에서도 포착될 수 있었다.
연구진은 사람 환자들이 신호를 수신한 뒤 이를 의료진에게 전송하는 장치를 착용하는 형태를 구상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 기술이 도움이 될 수 있는 다른 집단도 언급됐다.
막힌 동맥을 다시 열기 위해 스텐트를 삽입한 사람들, 그리고 약을 먹는 것을 기억하는 능력이 저하된 정신건강 장애 환자들이다.
다만 실제 사용에 앞서 시스템을 더 정교하게 다듬기 위한 추가 연구가 필요하다고 연구팀은 덧붙였다.
나는 이런 기술을 떠올리면, 두 가지 감정이 동시에 온다.
한쪽에는 “감시받는 느낌”이 있고, 다른 한쪽에는 “놓치지 않게 잡아주는 손”이 있다.
어떤 사람에게는 그 손이, 회복을 놓치지 않는 마지막 안전망이 될 수도 있다.
새로운 기술이 일상으로 들어오기 전, 우리는 아마도 ‘효과’만큼 ‘관계’를 먼저 정해야 할지도 모른다.
누가, 어떤 상황에서, 어떤 방식으로 이 신호를 보게 될지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