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감 환자 옆에서도 멀쩡했던 밤

기침과 공기 흐름이 만든 뜻밖의 안전지대

by 전의혁

그날따라 엘리베이터 버튼이 유난히 차갑게 느껴질 때가 있다.


호텔 복도를 걷는 발소리가 카펫에 묻히고, 문 손잡이를 잡는 손끝만 또렷해진다.
문을 열면 좁은 방, 가까운 거리, 그리고 누군가의 코맹맹이 목소리.
나는 속으로 한 번 더 숨을 들이마신다.


그건 겁이 많아서가 아니라, “옮을까 봐”라는 계산이 자동으로 켜지는 순간에 가깝다.
나도 그랬고, 특히 독감 이야기가 돌기 시작하면 더 그랬다.
혹시 당신도 사람 많은 실내에 들어가면 가장 먼저 환기구를 찾나?


20260120 _ 독감 전파 실험, 같은 방인데 0명 감염된 이유 _ 2.png


그런데 이번 연구는 그 본능을 살짝 비틀어 놓는다.


연구진은 독감 환자 몇 명을 좁은 호텔 방에 넣고, 건강한 자원봉사자들과 몇 시간씩 함께 있게 했다.
대화도 하고, 카드 게임도 하고, 심지어 요가나 춤 같은 가벼운 활동까지 포함됐다.
그리고 결과는 예상과 달랐다.


아무도 아프지 않았다.


연구진은 대학생 연령대의 독감 환자들로 가득한 방에 있었음에도 건강한 참가자 중 단 한 명도 독감에 걸리지 않았다고 보고했다.
백신 덕분도 아니었다. 건강한 참가자 가운데 독감 예방접종을 맞은 사람은 몇 명뿐이었다.


이 실험은 ‘격리된 호텔 층’이라는 꽤 현실적인 공간에서 진행됐다.
2024년에 두 차례로 나뉘어 수행됐고, 서로 다른 두 집단이 호텔에 2주 동안 머무르며 참여했다.
실험실이 아니라, 사람들이 실제로 만나고 숨 쉬는 환경에 가까웠다는 점이 인상적이다.


첫 번째 실험에서는 독감 환자 1명이 건강한 사람 8명과 함께 시간을 보냈다.
연구진이 요구한 6회의 특정 이벤트 동안, 가까운 거리에서 교류하도록 했다.
두 번째 실험에서는 독감 환자 4명이 건강한 사람 3명과 총 17회 만났고, 연구진은 이를 “노출 이벤트”라고 불렀다.


이 이벤트는 111분에서 250분까지 이어졌다.
전체로 보면 수십 시간이었고, 첫 번째 집단은 거의 20시간, 두 번째 집단은 거의 63시간에 달했다.
말 그대로 “몇 시간”이 아니라, “웬만한 야근보다 긴 시간”이었다.


그런데도 전파는 없었다.


연구진은 장면을 아주 촘촘히 기록했다.
매일 비강 면봉 채취, 타액 샘플, 혈액 채혈로 감염 여부를 모니터링했고, 실내 공기와 날숨에서도 바이러스를 측정했다.
감염자와 건강한 사람들은 같은 마커, 태블릿, 마이크를 함께 다뤘고, 장비는 손에서 손으로 전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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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 왜 아무도 아프지 않았을까.


주저자 지안위 라이 박사는 감염자들의 코(비강)에는 바이러스가 높은 수준으로 존재했지만, 그들이 거의 기침을 하지 않았기 때문에 공기 중으로 방출된 바이러스 양이 적었다고 설명했다.
그는 “우리 데이터는 독감 전파 가능성을 높이는 핵심 요인을 시사한다 — 기침은 그중에서도 주요 요인”이라고 말했다.


기침이 적었다.
공기가 잘 돌았다.


연구진은 ‘환기’도 결정적이었을 가능성을 짚었다.
라이 박사에 따르면, 연구 방의 공기는 히터와 제습기에 의해 지속적으로 빠르게 섞였고, 그 결과 공기 중 소량의 바이러스가 희석됐다.
연구진은 공기가 거의 움직이지 않는 실내에서, 매우 가까운 거리로 얼굴을 맞대는 것이 가장 위험해 보인다고 말했다.


올해 독감 시즌이 특히 혹독했다는 언급도 연구에 담겼다.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 추정으로 이번 시즌 최소 1,500만 명이 독감을 앓았고, 사망자는 7,400명에 이르렀다.
또한 K 변이라는 새로운 변이가 높은 병원성을 보이며 확산을 주도해 왔다고 했다.


그런 상황에서 “전파가 전혀 없었다”는 결과는 더 질문을 만든다.
선임 연구자 도널드 밀턴 박사는 “이 시기에는 마치 모든 사람이 독감 바이러스에 걸리는 것처럼 보인다. 그런데 우리 연구에서는 전파가 전혀 없었다”라며, 독감이 어떻게 퍼지고 유행을 어떻게 막아야 하는지에 대해 무엇을 말해주는지 묻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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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에게 남는 건, 실내의 공기다.


집에서든, 사무실이든, 카페든, 우리는 공기를 ‘보지 못한 채’ 함께 나눈다.
그래서 자꾸 사람만 피하려고 한다. 누구 옆에 앉을지, 얼마나 떨어질지, 얼굴을 얼마나 맞댈지.
그런데 이 실험은 그 사이에 있는 공기의 움직임을 한 번 더 보게 만든다.


밀턴 박사는 휴대용 공기청정기가 공기를 섞고 정화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그리고 정말 가까운 거리에서 누군가가 기침을 하고 있다면, 최선의 방법은 마스크이며 특히 N95가 가장 좋다고 말했다.


오늘은 실내에 들어가면 창문을 한 번만 열어보자.
딱 3분만이라도, 공기가 “가만히” 있지 않게 만드는 쪽으로.
마스크나 공기청정기 같은 선택은 상황과 개인차가 있으니, 필요하면 의료진이나 약사와 상의하며 조정하는 편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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