혈압이 오를 때, 지방도 한몫한다

갈색 지방이 ‘조절’에 관여할 수 있다는 쥐 연구

by 전의혁

혈압을 재는 순간, 숫자가 먼저 나를 평가하는 것 같다.


약국에서 팔을 걷고 커프를 감을 때, 어깨가 괜히 굳는다.
잠깐 숨을 고르려는데, 머릿속은 이미 “요즘 내가 뭘 먹었지”로 달려간다.
그 짧은 시간에 삶이 압축되는 느낌이 든다.


그건 의지가 약해서가 아니라, 몸이 보내는 신호에 예민해진 상태에 가깝다.
나도 그랬고, 특히 스트레스가 쌓인 주에 더 그랬다.
혹시 당신도 혈압이라는 단어만 들어도, 생활습관부터 떠올리나?


고혈압의 원인은 여러 가지고, 비만도 그중 하나다.
비만이 있는 사람은 보통 에너지를 저장하는 백색 지방이, 칼로리를 태우는 갈색 지방보다 더 많다.
백색 지방은 칼로리를 저장하고, 갈색 지방은 활성화되면 에너지를 태워 열을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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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서 연구가 한 발 더 들어간다.
사이언스(Science)에 게재된 새 연구는 쥐 모델에서 갈색 지방이 혈압을 실제로 조절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음을 보고했다.
지방은 단순히 ‘덩어리’가 아니라, 기능이라는 말이 이런 순간에 실감난다.


연구진은 갈색 지방을 형성할 수 없도록 유전적으로 변형한 쥐를 사용했다.
쥐의 지방세포에서 Prdm16 유전자를 제거해 갈색 지방세포 정체성이 사라지게 했다.
제1저자 마샤 코에넨은 우리가 흔히 떠올리는 피하·내장 지방 저장고는 백색 지방세포가 과잉 에너지를 지질 형태로 저장하는 곳이라고 설명했다.
반면 열발생성 지방은 갈색 지방세포를 포함하고, 활성화되면 에너지를 태워 열을 만든다고 덧붙였다.


그리고 핵심은 ‘혈관 옆 지방’에서 벌어졌다.
갈색 지방이 생성되지 않도록 설계된 쥐에서 백색 지방의 표지자가 발현되기 시작했는데, 그중 하나가 안지오텐시노겐이었다.
안지오텐시노겐은 주로 간에서 만들어지는 비활성 단백질로, 혈압을 올리는 호르몬의 전구체로 알려져 있다.


연구진은 혈관을 둘러싼 지방에 이런 백색 지방 표지자가 포함돼 있음을 확인했다.
이 쥐들은 혈압과 평균 동맥압이 상승했고, 혈관 주위로 경직되고 섬유성인 조직이 축적되기 시작했다고 보고됐다.
갈색 지방의 결핍이 혈관 경직과 엮여 들어간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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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임 저자 폴 코언은 이전 연구에서 인간에서도 열발생성 지방이 부족한 사람이 고혈압 유병률이 더 높았다고 말했다.
다만 그 관찰이 인과관계를 의미하는지, 분자 기전이 무엇인지는 불분명했다고 한다.
그래서 인간에서의 관찰을 쥐에서 재현하는 역번역 연구를 택했고, 지방세포만 유전적으로 변형했는데도 혈관계에 영향이 나타났다고 설명했다. 지방 조직과 혈관 사이의 상호작용을 시사한다는 말이다.


코언은 PRDM16의 소실이 대표적인 혈관수축 물질(ANGII)에 대한 민감도 증가와 혈관 섬유화를 유발해 혈압 상승으로 이어진다고 덧붙였다.
혈압은 ‘피가 세게 흐르냐’만이 아니라, 혈관이 어떤 방향으로 굳어가느냐와도 연결돼 보인다.


연구진은 치료 표적의 실마리도 제시했다.
QSOX1이라는 효소를 확인했는데, 갈색 지방은 자연적으로 이 효소를 ‘꺼지게’ 하는 데 도움을 준다고 했다.
반대로 QSOX1이 과도하게 생성되면 고혈압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연구진은 설명했다.


코에넨은 QSOX1이 지방세포에서 PRDM16에 의해 직접 음성 조절되는, 분비되는 효소임을 확인했다고 말했다.
지방세포에서 Prdm16이 삭제되면 QSOX1이 극적으로 상향 조절됐고, Prdm16과 Qsox1을 모두 삭제해 상향 조절을 막으면 혈관의 섬유성 재형성과 ANGII 과민감성을 예방할 수 있었다.
QSOX1은 효소이므로, 열발생성 지방이 부족한 사람에서 혈압 조절을 위한 새로운 치료 표적이 될 수 있다는 제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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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이 이야기는 아직 ‘쥐’의 언어에 가깝다.
캘리포니아 새들백 메디컬 센터의 중재 심장 전문의 청-한 첸은 이번 연구가 지방의 ‘유형’이 혈관의 취약성과 연결될 수 있음을 보여줬다고 평가했다.
또 이 분자 기전이 인간 생물학에서도 중요한지, 이를 표적으로 하는 약물이 혈압 조절에 역할을 할 수 있는지 향후 연구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지방은 단순히 ‘빼야 할 것’이 아니라, ‘어떻게 존재하느냐’의 문제일 수 있다.


오늘은 실천을 크게 잡지 않으려 한다.
혈압을 잴 때, 숫자 하나로 나를 단정하지 말고 “내 몸 안에서 어떤 상호작용이 벌어지고 있을까”를 한 번만 떠올려보자.
복용 중인 약이나 치료, 검사 계획은 개인차가 크니, 바꾸고 싶어질수록 의료진이나 약사와 먼저 상의하는 편이 안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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