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모그 낀 날, 숨과 신경이 함께 긴장한다

장기간 대기오염 노출이 루게릭병 위험과 진행 속도와 연관될 수 있다

by 전의혁

공기가 탁한 날은, 몸보다 마음이 먼저 움츠러든다.


아침 출근길, 휴대폰에서 대기질 알림이 먼저 뜬다.
목도리를 끌어올리고 숨을 짧게 들이마신 뒤, 코끝에 걸리는 냄새를 한 번 더 확인한다.
문을 나서는 동작이 평소보다 느려지는 날이다.


그건 게으름이 아니라, ‘예감’에 가깝다.
나도 그랬고, 하늘이 뿌옇게 내려앉은 날엔 괜히 몸이 조심스러웠다.
혹시 당신도 “오늘은 밖에 나가면 안 될 것 같은데”라는 생각이 먼저 드는가?


20260130 _ 루게릭병(ALS) 위험, 대기오염이 높일 수 있다 _ 2.png


1월 20일 자 미국의사협회지에 실린 새 연구는, 대기오염에 장기간 노출되면 루게릭병(ALS, 근위축성 측삭경화증)과 기타 운동신경원 질환(motor neuron diseases) 위험이 증가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보고했다.
더 나아가 대기오염은 ALS 진단을 받은 사람들에서 질병 진행을 더 빠르게 하는 것으로도 보인다고 했다.
카롤린스카 연구소의 캐롤라인 잉그레 박사는, 대기오염이 발병뿐 아니라 진행 속도에도 영향을 줄 수 있음을 시사한다고 말했다.


운동신경원 질환은, ‘내가 움직이자’라고 마음먹는 수의적 움직임을 담당하는 신경세포가 손상되는 병이다.
그 결과 근육 위축과 마비로 이어질 수 있다고 연구진은 설명했다.
그중 근위축성 측삭경화증(ALS)은 가장 흔한 유형으로, 전체 사례의 최대 90%를 차지한다.


스웨덴에서 최근 운동신경원 질환을 진단받은 1,463명의 대기오염 노출을 분석하고, 약 1,800명의 형제자매와 7,000명 이상의 건강한 사람들과 비교한 연구였다.
연구진은 스웨덴에서 관찰되는 비교적 낮은 수준의 대기오염이라 하더라도, 장기간 노출은 ALS 같은 운동신경원 질환 위험을 20%~30% 증가시키는 것과 연관돼 있었다고 보고했다.
책임 연구자 징 우(Jing Wu)도 스웨덴의 대기오염이 다른 많은 국가보다 낮은 편임에도 명확한 연관성이 보였고, 그래서 대기질 개선의 중요성이 더 강조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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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웨덴처럼 공기가 비교적 깨끗한 나라에서도, 연관성이 보였다.


또한 대기오염 수준이 더 높을수록 진단 이후 기능 저하가 더 빠르고, 사망 위험도 더 큰 것과 연관돼 있음을 연구진은 발견했다.
미국 노스웰 헬스의 재클린 몰린 박사는, 비교적 공기가 깨끗한 나라에서 나온 결과라 “더 극적”이라고 했고, 질병이 발생한 뒤에도 대기오염 노출이 지속되면 더 나쁜 예후와 연관될 수 있다는 점을 우려했다.


이 연구가 “왜 그런지”를 직접 밝히도록 설계된 것은 아니었다.
다만 연구진은 대기오염이 신경계에서 염증과 산화 스트레스를 유발할 수 있다고 언급했고, 몰린도 대기오염과 그 안의 화학물질이 염증을 촉진한다는 점을 상기시켰다.
그녀는 흡입된 입자가 폐로 들어가고, 일부는 신경세포에 변화를 일으킬 수 있으며, 이런 염증성 연쇄 반응이 뇌와 중추신경계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근거가 일부 있다고 덧붙였다.


대기오염은 발병뿐 아니라, 진행 속도와도 연결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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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하늘이 스모그로 가득하다면, 밖에서 보내는 시간이나 운동하는 시간을 조금 줄여보는 쪽으로 하루를 조정해도 좋겠다.
그 선택은 겁이 많아서가 아니라, 몸을 덜 흔들리게 만드는 현실적인 배려일 때가 많다.
증상이나 진단과 관련된 결정은 개인차가 크니, 필요할 때는 의료진이나 약사와 상의하는 편이 안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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