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와 오래 대화하는 습관이 우울·불안과 함께 나타날 수 있다는 신호들
대답을 기다리며 화면을 한 번 더 새로고침하는 밤이 있다.
식은 물컵 옆에서 노트북 불빛만 밝고, 방은 이상하게 조용하다.
나도 그 조용함이 싫어서 ChatGPT 같은 창을 열어 둔 적이 있다.
그건 게으름이 아니라, 외로움에 가깝다.
최근 미국의사협회지에 1월 21일 보고된 연구는 이런 습관을 조심스럽게 비춰준다.
매일 AI 챗봇을 사용하는 사람은 최소 ‘중등도’ 수준의 우울 증상을 가질 가능성이 약 30% 더 높았다.
연구팀은 우울뿐 아니라 불안과 과민함 같은 부정적 정서 증상과도 유의하게 연관돼 있다고 결론 내렸다.
숫자가 말하는 건 “원인”이 아니라 “함께 나타남”일 때가 많다.
이번 연구는 2025년 4~5월, 미국 성인 약 2만 1,000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였다.
표준 정신건강 설문지로 우울 증상을 추적했고, 참가자들에게 AI를 얼마나 자주 사용하는지도 물었다.
약 10%는 생성형 AI를 매일 사용한다고 답했고, 그중 5% 이상은 하루에 여러 번 이용한다고 말했다.
그런데 연구 설계상, AI가 우울을 촉진하는지 아니면 우울한 사람들이 위안을 얻으려 AI로 더 몰리는지 판단하긴 어렵다고 연구진은 밝혔다.
이 대목이 나는 더 오래 남았다.
혹시 당신도 “내가 약해서 그런가”를 먼저 떠올리고 있지 않은가?
나이도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보였다.
특히 중년층에서 생성형 AI를 자주 사용할수록 우울 가능성이 더 높았다고 연구진은 썼다.
45~64세의 정기적 AI 사용자는 25~44세에서 우울 위험이 32% 더 높았던 것과 비교해, 우울 위험이 54% 더 높았다.
나는 이 숫자 앞에서, “내가 지금 기대고 있는 건 무엇이지”를 먼저 묻게 된다.
이 연구에 참여하지 않은 노스웰헬스 파인스타인 의학연구소의 서니 탕 박사는 방향성을 단정하기 어렵다는 데 동의했다.
이미 정신건강 증상이 있는 사람일수록 지지받기 위해, 외로움을 달래기 위해, 또는 인정과 확인을 얻기 위해 생성형 AI를 개인적으로 더 많이 사용할 수 있다고 했다.
그는 외로움이 중요한 요인일 수 있고, 원격근무 같은 이유로 고립감을 느끼는 사람이 늘면서 외로움이 우울·불안·과민함의 강력한 예측인자라는 점을 함께 봐야 한다고 말했다.
혼자 있는 시간은 쉬는 시간처럼 보이지만, 가끔은 마음이 더 크게 울린다.
탕은 또 한 가지를 강조했다.
AI 기업들이 사람들의 정신건강을 고려한 제품을 만들어야 하며, 히프크라테스 선서의 첫 번째 문장, “환자에게 해를 끼치지 마라(First, do no harm)”라는 의료의 오래된 원칙처럼, 해가 될 조언이 나오지 않도록 더 나은 가드레일이 필요하다고 했다.
나는 그 말을 읽고, 화면 속 문장만 다듬는 게 아니라 내 하루의 손잡이도 조금 더 단단히 잡아야겠다고 생각했다.
오늘은 챗봇을 켜기 전에, 사람에게 보낼 짧은 안부 한 줄을 먼저 써본다.
대답이 늦어도 괜찮다.
그 한 줄이 “내가 아직 관계 안에 있다”는 감각을 남겨주니까.
그리고 우울감이나 불안이 오래 이어지거나 일상을 흔든다면, 혼자만의 도구로 버티기보다 의료진이나 가까운 전문가와 상의하는 편이 더 안전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