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국 문을 열자마자 숨을 가다듬는 날

천식 염증의 ‘주인공’이 달라질 수 있다는 새 단서

by 전의혁

숨이 갑자기 얕아지는 날이 있다.


아침 8시 반. 셔터를 올리고 약국 불을 켰다.
차가운 공기가 문틈으로 밀려오고, 손끝은 아직 덜 풀린 채였다.
나는 카운터 위 영수증 더미를 한 번 눌러 정리한 뒤, 괜히 목을 가다듬었다.


그건 게으름이 아니다. 몸 안에서 무언가가 ‘켜지는 듯한’ 감각에 가깝다.
나도 그랬다. 특히 공기가 거칠게 느껴지는 날엔 더 그랬다.


혹시 당신도 숨이 먼저 예민해지는 순간이 있나?


20260205 _ 천식 치료, ‘가짜 류코트리엔’ 발견의 의미 _ 2.png


우리는 오래도록 천식의 염증이 류코트리엔 때문에 생긴다고 생각해 왔다.
기도가 자극될 때 백혈구가 방출하는 화학물질이다.
그래서 많은 천식 약물은 류코트리엔의 작용을 막는 쪽으로 설계됐다.


그런데 미국 오하이오주 클리블랜드의 케이스 웨스턴 리저브 대학교 연구진은,
겉모습은 비슷하지만 만들어지는 경로가 전혀 다른 분자를 확인했다고 했다.
이름도 낯설다. ‘가짜 류코트리엔’.


여기서 핵심은 하나다.
이 ‘가짜’가 천식의 중증도와 더 가깝게 맞물려 있을 수 있다는 점이다.


연구진 설명에 따르면, 기존 류코트리엔은 주로 효소 경로로 만들어진다.
반면 가짜 류코트리엔은 자유 라디칼이 ‘산화’ 과정을 일으키는 경로에서 생성된다.
즉, 효소를 거쳐 상대적으로 조절되는 길이 아니라, 통제가 흐트러지기 쉬운 길일 수 있다는 뜻이다.


살로몬 교수는 이 과정을 “폭발이나 화재”에 비유했다.
산소가 연료와 반응해 불꽃이 일어나듯, 쉽게 통제 불능이 될 수 있다는 말이다.
연구진은 천식 환자에서 이 과정을 눌러주는 항산화 체계가 상대적으로 약할 가능성도 언급했다.


20260205 _ 천식 치료, ‘가짜 류코트리엔’ 발견의 의미 _ 2-1.png


여기서 치료 전략이 갈라진다.
염증을 넓게 막기보다, 문제를 만드는 경로를 정확히 겨냥하는 방식이다.
살로몬이 강조한 가능성도 여기에 있었다.
수용체를 차단하는 것만이 아니라, 자유 라디칼 경로를 예방·완화하는 접근이 될 수 있다는 점이다.


류코트리엔과 가짜 류코트리엔은 결국 같은 수용체를 활성화해 염증을 일으킨다.
그 수용체가 켜지면 기도가 조여들고, 호흡이 불편해질 수 있다.
싱귤레어(Singulair) 같은 현재의 약물은 이 수용체를 차단하는 방식으로 작동한다.


하지만 질문이 남는다.
수용체를 막는 것보다, 애초에 ‘가짜 류코트리엔’이 만들어지는 과정을 줄이는 편이 더 나을 수도 있을까.


연구팀은 이 가설을 확인하기 위해 천식 환자 소변을 비교했다.
경증·중증 천식 환자와 천식이 없는 사람들의 샘플을 나란히 봤다.
그 결과 천식 환자에서 가짜 류코트리엔 수치가 4~5배 더 높았고,
그 수치는 질병 중증도와도 밀접하게 맞물렸다고 한다.


이 대목이 주는 실용적 의미도 있다.
이 분자들이 앞으로 천식을 추적하는 표지자(바이오마커)가 되거나,
치료가 얼마나 잘 작동하는지 가늠하는 지표가 될 가능성이다.


20260205 _ 천식 치료, ‘가짜 류코트리엔’ 발견의 의미 _ 2-2.png


내가 이 이야기에 오래 머무는 이유는, ‘숨’이 숫자보다 먼저 일상에 들어오기 때문이다.
퇴근길 지하철 문이 닫히는 소리.
마스크 안쪽의 눅눅한 공기.
갑자기 빨라지는 숨의 속도.


그때마다 나는 몸이 보내는 작은 신호를 조금 더 일찍 알아채고 싶어진다.


오늘은 숨이 불편해지는 순간을 ‘증상’이 아니라 ‘상황’으로만 적어보자.
어디였는지.
공기가 어땠는지.
내가 무엇을 하고 있었는지.


약을 새로 시작하거나 중단하거나 바꾸는 일은 개인차가 크므로, 의료진이나 약사와 상의하는 편이 안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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