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진실 불빛 아래, AI가 먼저 본 것

AI 보조 유방촬영술, ‘검진 사이 암(사이암)’ 12% 감소

by 전의혁

검진 날짜가 다가오면 마음이 먼저 바빠진다.


아침 일찍 휴대폰 알림을 끄고 물을 한 모금 마신다.
가방 속엔 예약 문자와 얇은 카드 한 장이 들어 있다.
건물 로비의 소독약 냄새를 지나며, 나는 괜히 어깨를 한 번 펴게 된다.


그건 겁이 많아서가 아니라, ‘놓치고 싶지 않다’는 감각에 가깝다.
나도 그랬고, 가족력이라는 단어를 들은 날엔 더 그랬다.
혹시 당신도 “정상이면 다 끝난 걸까”를 혼자 되뇌어 본 적이 있나?


검진은 ‘그날의 결과’로 끝나지 않을 때가 있다.
유방촬영술은 같은 사진을 보고도 미세한 병변이 지나갈 수 있다.
검진에서 음성으로 나왔는데, 다음 검진 전 암이 발견되는 경우가 있다는 뜻이다. 이걸 ‘사이암’이라고 부른다.


20260207 _ 유방암 검진, AI가 ‘놓친 암’을 줄일까 _ 2.png


그래서 1월 29일 《랜싯》에 실린 임상시험 결과가 조용히 눈에 들어왔다.
AI가 판독을 보조했을 때, ‘사이암’이 수년 추적에서 12% 줄었다고 연구진은 보고했다.
“검진 사이에 발견되는 암”이 줄었는지는, 이 기술이 실제로 도움이 되는지 가늠하는 핵심 지표였다.


AI가 ‘더 많이 찾는다’는 말은 이미 있었다.
연구진은 앞선 보고에서 AI 지원 유방촬영술이 위양성 증가 없이 암 발견을 29% 늘렸다고 밝힌 바 있다.
여기서 위양성은 ‘암이 아닌데 의심으로 잡히는 경우’다.
하지만 중요한 질문은 남는다. 더 많이 찾는 것이, 검진 사이에 등장하는 더 공격적인 암까지 줄이는 지다.


이번 연구는 그 질문에 한 발 더 들어갔다.


20260207 _ 유방암 검진, AI가 ‘놓친 암’을 줄일까 _ 2-1.png


스웨덴에서 유방촬영술 검진을 받는 10만 명이 넘는 여성이 AI 지원 검진 또는 표준 검진에 배정됐다.
표준 검진은 영상의학과 전문의 2명이 각각 영상을 판독하는 방식이었다.
검진은 2021년 4월부터 2022년 12월 사이에 진행됐다.


AI는 어느 날 갑자기 똑똑해진 게 아니었다.
이번 임상시험에 사용된 AI는 10개국이 넘는 여러 국가의 다수 병원에서 수행된 20만 건 이상의 이전 검사 자료로 학습과 검증을 거쳤다고 연구진은 설명했다.


그리고 결과는 ‘검진 시점’과 ‘검진 사이’에서 갈렸다.
AI 그룹에서는 암 사례의 81%가 검진 시점에 발견됐고, 표준 검진 그룹에서는 74%가 그 시점에 발견됐다.


검진 사이 기간에는 AI 그룹이 여성 1,000명당 1.55건, 대조군은 1,000명당 1.76건의 암이 발견됐다.
핵심은 이 차이가 ‘사이암 감소(12%)’로 이어졌다는 점이다.


내가 눈을 오래 두게 된 문장은 따로 있었다.


검진 사이에 나타나는 더 공격적인 암이 줄어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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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에 따르면 표준 검진과 비교했을 때 AI 그룹에서는 침윤성 암이 16% 더 적었다.
큰 종양은 21%, 공격성이 높은 암은 27% 더 적었다.
AI 지원을 받은 경우 암이 더 이르고 치료 가능성이 높은 단계에서 포착되는 경향도 관찰됐다.


다만 이 결과를 “AI가 모든 걸 해결한다”로 읽고 싶진 않다.
기계가 내 몸의 이미지를 먼저 ‘판단’하는 듯한 느낌이 불편할 수도 있다.


위양성 비율은 AI 그룹 1.5%, 대조군 1.4%로 거의 비슷했다.
그리고 제1저자 제시 고머스는 “AI가 의료 전문가를 대체하는 것을 지지하지 않는다”라고 선을 그었다.
AI 지원 검진에서도 최소 1명의 인간 영상의학과 전문의가 판독을 수행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대신 이 연구가 던지는 현실적인 질문이 있다.
사람이 부족한 현장에서, 시간을 어디에 더 써야 하는가.


이 임상시험의 초기 결과에서는 AI 지원을 통해 영상의학과 전문의 업무량이 44% 감소한 것으로 보고됐다.
고머스는 이런 변화가 업무 부담을 덜어, 전문가들이 다른 임상 업무에 집중할 수 있고 환자의 대기 시간이 단축될 가능성도 말한다.
크리스티나 랑 박사 역시 향후 추가 검진 라운드와 비용-효과성 분석이 장기적 이익과 위험을 이해하는 데 필요하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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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는 ‘대체’가 아니라 ‘보조’로 들어오는 장면이 더 현실적이다.


그래서 오늘 내가 붙잡고 싶은 건 거창한 결론이 아니다.
검진을 앞두고 있다면, 접수창구나 진료실에서 질문을 한 번만 꺼내보는 것이다.


“이번 검진은 2인 판독인가요, AI 보조가 포함되나요?”
“AI가 먼저 표시하고, 사람이 최종 판독하나요?”


다만 검진 선택과 치료 계획은 개인의 위험도와 환경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불안이 커지거나 계획을 바꿔야 할 상황이라면, 혼자 결정을 밀어붙이기보다는 의료진이나 약사와 상의하는 편이 안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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