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면홍조보다 탈진이 더 흔하다는 새 숫자
몸을 챙기는데도 유난히 기운이 먼저 바닥나는 날이 있다.
저녁 무렵 불을 켠 약국 카운터에 영수증이 한 장씩 쌓인다.
히터 바람은 따뜻한데 손끝은 이상하게 차다.
나는 약봉투를 접다가 잠깐 멈춘다.
오늘도 “왜 이렇게 피곤하죠”라는 말을 여러 번 들었기 때문이다.
그건 게으름이 아니라 설명되지 않는 변화 앞에서 생기는 긴장에 가깝다.
나도 그랬고, 특히 몸이 마음보다 먼저 지칠 때 더 그랬다.
혹시 당신도 “이 나이쯤이면 원래 이런가” 하고 그냥 넘겨본 적이 있나?
1월 28일 《폐경기》에 실린 연구는 우리가 떠올리는 ‘그 시기’가 실제로는 조금 다르게 나타날 수 있다고 말했다.
연구에서 말하는 폐경 이행기(perimenopause)는 마지막 월경까지 이어지는 기간과 그 이후 1년을 뜻한다.
많은 사람은 이때를 안면홍조나 야간 발한으로 기억할 거라 예상한다.
하지만 연구진이 더 자주 확인한 건 탈진과 피로 같은 증상이었다.
탈진은 생각보다 앞줄에 서 있었다.
이번 분석은 여성 건강 앱 Flo 사용자 1만 7,000명 이상 데이터를 바탕으로 했다.
참가자는 158개국에서 모였고, 연구진은 특히 35세 초과의 중년 여성 1만 2,000명 이상에 초점을 맞췄다.
많은 여성이 “폐경 이행기라면 이럴 것”이라 떠올린 증상은 안면홍조 71%, 수면 문제 68%, 체중 증가 65%였다.
하지만 실제 폐경 이행기 여성들이 가장 흔하다고 꼽은 증상은 탈진 95%, 피로 93%, 과민함 91%였다.
수면 문제 89%와 우울 88%도 뒤따랐고, 브레인 포그(brain fog, 머리가 뿌옇게 흐려지는 느낌)는 87%였다.
한편 체중 증가는 79%가 경험했고, 안면홍조는 75%, 야간 발한은 70%가 경험했다고 보고됐다.
연구진은 “안면홍조가 가장 널리 인지되는 증상이었지만, 35세 이상 응답자들은 가장 흔하게 피로, 신체적·정신적 탈진, 과민함을 경험했다고 보고했다”라고 밝혔다.
주저자인 메리 헤지스 박사는 보도자료에서, 우리가 폐경 이행기를 여전히 얼마나 적게 이해하고 있는지와 그 영향이 일상에 얼마나 크게 스며드는지를 보여준다고 말했다.
열감보다 기운이 먼저 꺼질 수 있다.
그래서 오늘은 큰 결심 대신 작은 질문 하나를 남겨두려 한다.
잠들기 전 메모장에 “오늘 제일 힘든 증상은 무엇이었지”를 한 단어로 적어보는 것.
연구진은 폐경의 서로 다른 단계를 지나는 동안 어떤 증상을 기대할 수 있는지 더 많은 연구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나는 내 몸의 신호를 또렷하게 붙잡아두는 일부터 시작해도 좋겠다고 생각했다.
복용 중인 약이나 치료를 바꿀 때는 개인차가 크니, 의료진이나 약사와 상의해 보는 편이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