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력에 동그라미를 그리다 멈춘 날

IVF는 ‘자연 주기’도 같은 결과를 냈다

by 전의혁

진료 일정이 잡히면, 나는 습관처럼 달력을 펼친다.
펜으로 날짜에 동그라미를 그리다가, 문득 손끝이 느려질 때가 있다.
‘그날’이 내 뜻대로 와주지 않을 수도 있다는 걸, 몸이 먼저 알고 있어서다.


그건 게으름이 아니라, 기다림을 조금이라도 덜 흔들리게 만들고 싶은 마음에 가깝다.
나도 그랬고, 특히 일정이 확정된다는 말에 안도하면서도 묘하게 불안해질 때가 있었다.
혹시 당신도 “차라리 계획대로만 됐으면” 하고 속으로 중얼거린 적이 있나?


최근 《영국의학저널》에 실린 중국의 임상시험은, ‘계획’이 항상 더 나은 결과로 이어지지는 않을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준다.
시험관 아기 시술(IVF)에서 냉동 배아를 이식할 때, 표준으로 여겨져 온 방식은 배란을 호르몬으로 ‘프로그램’해 시점을 맞추는 방법이었다.


그런데 연구진은 그 표준 방식과 비교해, 여성의 자연 배란 주기에 맞춰 냉동 배아 착상 시점을 조정하는 방식이 건강한 생존 출산을 달성하는 데 ‘똑같이’ 효과적이라고 보고했다.
그리고 중요한 차이 하나를 덧붙였다.
자연 배란에 맞춘 방식은 자간전증 같은 임신 합병증 위험이 더 낮았다.


20260212 _ IVF 자연배란 주기, 출산 성공 같고 합병증 낮다 _ 2.png


효과는 같고, 자간전증은 더 낮았다.


연구를 이끈 중국 산둥대학교의 천쯔장 연구팀은, 자연 배란 요법이 건강한 생존 출산을 달성하는 데 프로그램 요법만큼 효과적이었지만 자간전증 발생률은 더 낮았다고 결론 내렸다.
출생체중과 신생아 합병증 위험은 두 요법 간 차이가 없었다고도 덧붙였다.


왜 이런 비교가 중요할까.
선택지는 ‘임신이 되느냐’만이 아니라, 임신 기간의 위험까지 함께 포함하기 때문이다.
연구진은 현재 IVF 시술의 약 60%가 냉동 배아 이식을 포함한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호르몬으로 유도한 배란’이 ‘자연 배란’보다 생존 출산에 더 유리한지에 대해서는 오랜 논쟁)이 있어 왔다고 했다.


생식내분비·난임학회 회장인 앤 스타이너 박사는 이 지점에서 현실적인 이유를 덧붙인다.
그는 오랫동안 표준이 ‘프로그램된 주기’였다고 설명하면서, 여성에게 약 2주간 소량의 에스트로겐을 투여한 뒤 프로게스테론과 몇 가지 호르몬을 추가하고, 그다음 배아 이식을 한다고 말했다.


이 방식의 장점은 이식 날짜를 미리 잡아둘 수 있다는 점이다.
부부 입장에서도 정확한 날짜를 알고 계획할 수 있어 조금 더 수월하다는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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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냉동 배아를 이용한 IVF는 자연 배란에 맞춰서도 시행할 수 있다고 그는 덧붙였다.
배란 시점에는 호르몬 변화가 일어나기 때문에, 그 변화에 맞춰 배아 이식 시점을 조정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다만 이런 타이밍 조정은 더 많은 노력이 필요하다고 했다.


배란에 맞추면 내원 횟수가 더 많을 수 있다.
배란은 항상 같은 날 발생하지 않기 때문에, 이식 날짜를 미리 확정하기 어렵고 그래서 모니터링이 필요하다는 말이다.
모니터링과 관리가 조금 더 필요하지만, 여성은 여전히 호르몬을 복용한다. 다만 호르몬의 양이 더 적을 뿐이라고 그는 말했다.


이번 중국 임상시험은 규모가 컸다.
연구진은 냉동 배아 이식을 통한 IVF를 앞둔 여성 약 4,400명을 중국 내 24개 난임 센터에서 모집했다.
여성의 절반은 무작위로 자연 배란에 기반한 IVF를 받도록 배정됐고, 나머지 절반은 표준 프로그램된 배란 주기에 맞춰 배아를 이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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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과는 이렇게 나왔다.
건강한 생존 출산을 한 여성의 비율은 두 그룹이 비슷했다. 자연 배란은 42%, 프로그램 요법은 41%였다.
즉, ‘성공률’만 놓고 보면 두 방법은 거의 같았다.


하지만 자간전증 위험은 자연 배란 그룹에서 더 낮았다.
자연 배란 2.9% 대 프로그램 요법 4.6%였다.
초기 임신 손실, 태반유착 스펙트럼, 제왕절개, 산후출혈도 자연 배란 그룹에서 더 낮았다.


스타이너는 이 결과를 두고, 자연 배란에 맞춘 그룹에서 자간전증과 임신 합병증이 더 낮았다는 점이 주목할 만하다고 말했다.
다만 미국에서도 같은 질문을 검토하는 임상시험이 진행 중이며, 중국 연구가 그보다 앞서 결과를 내놓았다고 했다.


그리고 설령 미국 임상시험에서도 유사한 결과가 나온다고 해도, 선택지는 남을 가능성이 크다고 덧붙였다.
모든 사람이 자연 배란 방법을 사용할 수 있는 것은 아니고, 유연성이 필요하기 때문에 선택지를 없애고 싶지 않다는 말이었다.
배란에 맞춰 시점을 잡는 것이 너무 어렵고, 어떤 사람들에게는 약물을 사용하는 주기가 더 쉬울 수도 있다고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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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론은, 생각보다 단순하다.
자궁을 준비하는 데 두 방법 모두 좋은 선택지이며, 효과는 비슷할 수 있다는 것.


나는 오늘 달력에 동그라미를 하나 더 그리지 않는다.
대신, 내게 맞는 방식이 무엇인지 묻는 질문을 하나 준비해 둔다.
치료와 시술의 선택은 개인의 상황에 따라 달라질 수 있으니, 결정 전에는 담당 의료진과 충분히 상의하는 게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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