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암 10건 중 4건은 ‘바꿀 수 있었다’
휴대폰에 ‘세계 암의 날’ 알림이 떴다.
나는 무심코 화면을 내리다가, 숫자 하나에서 손이 멈췄다.
그건 겁이 많아서가 아니라, 내 삶을 지키려는 확인에 가깝다.
나도 그렇고, 당신도 가끔 그럴 것이다.
“대체, 어디까지가 ‘예방’일까.”
WHO와 국제암연구소(IARC)가 낸 새 분석은 그 질문을 정면으로 다뤘다.
‘네이처 메디신’에 실린 이 분석에 따르면, 2022년 새로 발생한 암의 추정 37%는 ‘수정 가능한’ 요인과 연관됐을 가능성이 높았다.
말로 풀면, 전 세계 새 암 10건 중 약 4건이다.
규모로는 약 710만 건이다.
이번 분석이 던진 메시지는 단순하다.
암은 운만의 문제가 아니라, 생활과 환경, 그리고 ‘접근성’의 문제이기도 하다는 것.
연구진은 185개국 데이터를 검토했다.
유방암·폐암·대장암·자궁경부암·위암·백혈병·흑색종 등을 포함해 36개 암 유형을 살폈다.
위험요인은 최대 30개까지 정리했다.
그리고 이번엔 처음으로 9가지 ‘암 유발 감염’까지 위험요인에 포함했다.
그 감염들은 이름이 낯설어도, 예방의 방식은 익숙하다.
예방접종과 선별검사, 위생, 적시 치료다.
다만 세계의 많은 지역에서 그 ‘당연한 것’이 여전히 멀다.
이번 분석에서 다룬 감염은 헬리코박터균 감염, 고위험 HPV, B·C형 간염, 엡스타인–바 바이러스, HHV-8, 사람 T세포 림프친화성 바이러스, 방광주혈흡충, 타이간흡충, 간흡충이었다.
감염은 특히 사하라 이남 아프리카와 아시아 일부 지역에서 암 부담을 크게 만들 수 있고, 그 배경에는 백신검사·안전한 물과 위생·치료 접근성의 격차가 있다고 IARC 측은 설명했다.
지역 차이도 뚜렷했다.
여성에서는 사하라 이남 아프리카에서 새 암의 38.2%가 수정 가능한 위험요인과 연관된 것으로 추정됐다.
남성에서는 동아시아에서 그 비율이 57.2%로, 거의 10건 중 6건에 가까웠다.
‘예방 가능한 요인’의 상위 3개는 더 분명했다.
흡연, 감염, 음주였다.
흡연은 전 세계 신규 예방 가능 암의 15%를 약간 넘는 비중(약 330만 건), 감염은 10%를 넘는 비중(약 230만 건), 음주는 3%를 넘는 비중(약 70만 건)과 연관됐다.
가장 흔히 진단되는 예방 가능한 암 유형으로는 폐암, 위암, 자궁경부암이 언급됐다.
폐암은 흡연과 대기오염, 위암은 헬리코박터균, 자궁경부암은 HPV와의 연결이 핵심 축으로 제시됐다.
성별 차이도 크게 나타났다.
전 세계적으로 남성의 새 암 사례 중 45%를 넘는 비중(약 430만 건)이 예방 가능한 원인과 연관된 반면, 여성은 약 30%(약 270만 건)였다.
남성에서는 흡연이 가장 큰 위험요인이었고(새 암의 23%를 약간 넘는 비중), 여성에서는 감염이 가장 두드러진 요인(11.5%)으로 제시됐다.
다만 IARC는 여성과 특히 관련성이 큰 일부 생식·호르몬 요인이 이번 분석에 포함되지 않아, 여성에서의 비율이 과소추정됐을 가능성도 함께 짚었다.
그러니까 이 숫자는 ‘결론’이라기보다, 정책과 예방이 어디를 먼저 봐야 하는지 알려주는 지도에 가깝다.
외과 종양학자 안톤 빌칙은 이 결과가 “암은 전 세계적 문제이며, 최대 40%는 생활습관 변화와 환경 노출 관리, 예방접종을 통해 예방 가능하다”는 점을 다시 확인해 준다고 말했다.
그리고 낮은 사회경제 수준의 국가에서 예방 가능한 암 부담이 더 커질 수 있다고도 덧붙였다.
그래서 오늘 내가 고를 수 있는 건 거창한 선언이 아니다.
‘모든 걸’이 아니라, ‘하나’를 먼저 정하는 일이다.
내가 흡연자라면, 금연을 “언젠가”가 아니라 일정표에 올리는 것.
아이와 청소년의 HPV 백신, 신생아의 B형 간염 출생 직후 접종이 ‘권고’가 아니라 ‘기회’로 닿도록 돕는 것.
고위험 지역과 집단에서 헬리코박터균 검사-치료 같은 현실적인 전략이 왜 필요한지도, 오늘은 한 번 더 떠올려본다.
암 예방은 개인의 결심만으로 완성되지 않는다.
하지만 개인이 시작할 수 있는 지점이 없지도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