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개 대규모 임상이 본 스타틴 부작용
작은 글씨가 유난히 크게 들리는 밤이 있다.
약국 마감 뒤 카운터 위에 남은 약 봉투를 한 번 더 만지작거린다.
포장 안내문은 얇은 종이인데, 부작용 목록은 길고 불안할 정도로 빽빽하다.
그건 게으름이 아니라 경고문 앞에서 마음이 먼저 굳어지는 느낌에 가깝다.
나도 그랬고, 처음 스타틴이라는 이름을 마주했을 때 더 심했다.
혹시 당신도 그 목록을 읽는 순간 마음이 먼저 굳는 편인가?
2월 5일 《랜싯》에 실린 새 근거 검토는, 여러 대규모 임상시험 결과를 한데 모아 다시 따져본 분석이다.
이번 분석은 “경고문에 적힌 부작용이 실제로도 늘었는가”를 묻는다.
연구진은 과거 대규모 임상시험 23건의 데이터를 모았다.
19건은 약 12만 4천 명에서 스타틴과 위약을 비교했다.
4건은 약 3만 1천 명에서 저용량과 고용량을 비교했다.
경고문은 길지만, 숫자는 더 조용했다.
연구진이 확인한 건 단순했다.
포장 경고문에 들어 있는 거의 모든 부작용에서 스타틴 복용 군과 위약군이 보고한 건수는 비슷했다.
기억 문제나 치매, 우울과 수면 문제처럼 사람들이 특히 겁내는 항목에서도 “의미 있는 증가”는 없었다.
발기부전이나 체중 증가, 오심과 두통 같은 항목도 큰 차이가 없었다.
0.2%는 0.2%였다.
예를 들어 기억 문제 또는 인지 장애는 스타틴 사용자에서 약 0.2%였다.
위약에서도 같은 0.2%였다.
비정상적인 간 수치 위험은 0.1% 증가했다.
하지만 이 수치 변화가 간 질환 위험 증가로 이어진 것은 아니었다.
연구 책임자인 라이스는 스타틴을 “지난 30년 동안 수억 명이 사용해 온 생명을 구하는 약물”이라고 말했다.
그럼에도 안전성 우려 때문에 심근경색이나 뇌졸중 위험이 큰 사람들조차 치료에서 멀어져 왔다고 했다.
콜린스의 말은 라벨의 “출처”를 짚는다.
제품 라벨이 잠재적 이상 건강 결과를 나열하는 방식은 주로 비무작위 연구에서 나온 정보에 기대어 있다.
그 정보는 편향의 영향을 받을 수 있다고 했다.
경고는 ‘가능성’이었고, 이번 분석은 ‘확인’에 가까웠다.
이번처럼 대규모 무작위 임상시험 정보를 종합해 평가하면, 스타틴 관련 정보는 더 빠르게 개정될 필요가 있다는 결론으로 이어진다.
이번 검토에 참여하지 않은 영국심장재단의 브라이언 윌리엄스는 이렇게 정리했다.
66개 중 연관성이 확인된 건 4개뿐이었다.
물론 “아무 일도 없다”는 뜻은 아니다.
연구진은 이전 연구에서 스타틴이 치료 첫 1년 동안 약 1%에서 근육통과 통증을 유발한다고 밝혔다.
혈당 수치는 소폭 상승할 수 있다.
의미 있는 증가는 주로 이미 당뇨병 위험이 높은 사람들에서 나타난다고 했다.
이번 검토는 근육 문제와 혈당 증가 외에도 몇 가지 위험이 아주 작게 늘 수 있다고 덧붙인다.
소변 변화와 관련된 의학적 문제 위험은 0.1% 미만으로 증가할 수 있다.
발목·발·다리 부종을 유발할 수 있는 수분 저류 위험도 매우 작게 증가할 수 있다.
다만 저용량과 고용량을 비교한 4건의 임상시험 분석에서는 이런 부작용의 유의한 초과 위험이 나타나지 않았다.
연구진은 그래서 이 위험이 실제인지 여부에는 여전히 물음표가 남는다고 말했다.
나는 가끔 약 봉투의 작은 글씨를 끝까지 읽지 못한 채 마음부터 접어버리는 사람들을 본다.
오늘은 그럴 때 “제가 겪는 이 증상이 정말 스타틴과 관련이 있나요?”라고 한 문장만 꺼내보면 좋겠다.
복용 중인 약을 스스로 중단하거나 용량을 바꾸기 전에는, 의료진이나 약사와 한 번 더 이야기를 맞춰 보는 편이 안전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