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산전 진료에서, 아스피린 한 알

만성 고혈압 유무와 관계없이 자간전증이 줄었다는 보고다

by 전의혁

임신 소식을 들으면, 기쁨과 걱정이 같이 온다.
특히 “자간전증”이라는 단어가 떠오르면 더 그렇다.


자간전증은 임신 합병증이다.
고혈압, 단백뇨, 장기 손상 징후가 함께 올 수 있다.
대개 임신 20주 이후에 시작한다.
치료가 늦으면 산모와 아기 모두 위험해질 수 있다.


그래서 산전 진료에서 늘 같은 질문이 나온다.
“미리 할 수 있는 게 있나.”


20260220 _ 자간전증, 첫 산전진료 아스피린 162mg의 근거 _ 2.png


학술지 《Pregnancy》에 실린 연구는 그 질문에 한 가지 답을 얹는다.
고위험 임신 집단에서 첫 산전 진료 때 아스피린을 ‘보편적으로(일괄)’ 지급했더니, 중증 소견을 동반한 자간전증 발생률이 7.12%에서 5.19%로 낮아졌다는 보고다.
발병도 더 늦게 나타났다고 했다.
출혈이나 태반 조기박리 위험은 증가하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이번 연구는 인셉션 코호트 연구다.
2020년 4월부터 2025년 7월까지 한 공립병원에서 이뤄진 분만 전체를 포함했다.
대상 집단의 상당수가 자간전증 중등도·고위험군에 속했다는 점이 연구의 배경이다.


핵심은 정책 변화였다.
2022년 8월 3일부터, 임신 16주 이전(또는 16주)에 내원한 모든 환자에게 아스피린 162 mg을 하루 1회 지급했다.
그 이전에는 위험 요인과 무관하게 아스피린을 권고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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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진은 ‘중증 소견’ 자간전증을 이렇게 정의했다.
중증 고혈압 또는 검사실 이상 때문에 황산마그네슘을 투여한 임상 진단이다.


분석에서는 제외 기준도 뒀다.
임신 17주 이후(또는 17주)에 첫 산전 진료를 받은 경우는 제외했다.
또 2022년 8월 3일부터 2023년 2월 3일까지 정책 전환기인 ‘세척 기간’의 분만도 제외했다.


비교는 단순했다.
아스피린 시행 전 코호트와 시행 후 코호트를 나눴다.
각 코호트는 18,457명씩이었다.


결과는 숫자로 정리된다.
중증 소견 자간전증 발생률은 7.12%에서 5.19%로 낮아졌다.
약 29% 감소에 해당했다.
진단까지 걸린 시간도 더 길었다.


만성 고혈압 여부와 무관했다는 점이 눈에 띈다.
만성 고혈압이 있는 환자에서도 위험이 28% 낮았고,
만성 고혈압이 없는 환자들도 위험이 37% 낮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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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전성 지표도 함께 봤다.
신생아 뇌실내 출혈과 복벽결손, 태반 조기박리 빈도는 유의한 변화가 없었다.
1,000 mL 초과 출혈로 정의한 산후 출혈은 오히려 감소했다(9.5% 대 8.9%).


실제로 약은 얼마나 전달됐을까.
약국 데이터로 확인했더니, 임신 16주 이전(또는 16주)에 내원한 14,754명(80.4%)이 아스피린을 지급받았다.
환자 1인당 지급 정제 수의 중앙값은 약 180 정이었다.


주저자 일레인 L. 더리어는 이렇게 말했다.
직접 지급한 아스피린이 발병을 지연시키고, 일부에서는 발생을 예방하는 듯 보였다는 것이다.
다만 다른 집단에서도 같을지는 확신할 수 없다고 선을 그었다.
그럼에도 이번 분석 범위에서는 아스피린과 함께 ‘해가 늘었다’고 볼 근거는 뚜렷하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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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서 중요한 문장도 남는다.
이 연구는 ‘원인’을 단정하기보다 ‘연관’을 보여주는 관찰 연구다.
그래서 누군가에게는 도움이 될 수 있지만, 누구에게나 자동으로 적용되는 ‘정답’은 아니다.


오늘 내가 할 수 있는 건 간단하다.
임신 중 약을 시작하거나 끊기 전에, 혼자 결론을 내리지 않는 것.
특히 아스피린은 용량과 시작 시점이 중요하고, 출혈 위험·병력·동반 약물도 함께 봐야 한다.
산부인과 의료진과 내 위험 요인을 함께 펼쳐 보고 결정하는 편이 안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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