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tau217 ‘시계’가 보여준 다음 단계
혈액 기반 검사들이 알츠하이머병 진단의 문턱을 낮추고 있다.
그다음 질문은 늘 같다.
“그럼, 언제 시작될까.”
2월 19일 《네이처 메디신》에 실린 연구는
그 질문에 예측 모델로 다가갔다.
혈액검사 한 번으로도 증상 발현 시점을 추정할 수 있을지를 본 것이다.
이번 연구의 중심은 p-tau217이다.
알츠하이머와 연관된 단백질로 알려진 혈액 표지자다.
미국 국립보건원 재단(FNIH) 바이오마커 컨소시엄이 주도했다.
연구진은 62~78세 성인 600명 이상의 혈액을 살폈다.
샘플은 최대 10년에 걸쳐 반복 채혈해 모았다.
처음엔 모두 인지 증상이 없었다.
그리고 ‘시계’를 만들었다.
시간에 따라 변하는 p-tau217의 궤적을
미래의 증상 시작과 연결한 통계 모델이다.
여기서 ‘증상’은 기억·사고 문제의 임상적 시작 시점을 뜻한다.
FNIH는 이렇게 설명했다.
이 모델이 기억·사고 문제까지 남은 시간을
약 3~4년 오차 범위로 추정할 수 있었다는 것이다.
이 정도면 어디에 쓸 수 있을까.
연구진이 먼저 떠올린 곳은 임상시험이다.
시험 기간 안에 증상이 나타날 가능성이 높은 사람을
더 정확하게 선별할 수 있기 때문이다.
연구팀은 시각화 도구도 함께 만들었다.
p-tau217 수치가 시간에 따라 어떻게 움직이고,
그 변화가 증상과 어떻게 맞물리는지
과학자들이 웹에서 확인할 수 있게 했다.
결과는 한 방향을 가리켰다.
p-tau217이 높을수록, 증상은 더 빨리 나타나는 경향을 보였다.
특히 나이가 많은 사람이 ‘상승 구간’에 들어선 뒤에는
진행 속도가 더 빨라지는 패턴이 관찰됐다고 했다.
예시가 있다.
연구에 따르면 80세에 p-tau217 양성에 도달한 사람은
약 11.4년 뒤 증상이 나타날 수 있었다.
반면 60세에 양성이 된 사람은
증상까지 20년이 걸릴 수 있다고 보고됐다.
즉, 같은 ‘양성’이라도 도달 시점(나이)에 따라 남은 시간이 달랐다.
물론 아직은 연구 단계다.
연구진은 정확도를 더 높이는 작업을 진행 중이라고 했다.
궁극적으로는 진료 현장에서
조기 치료 결정에
근거 정보를 보태는 도구가 되길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FNIH의 알레시오 트라발리아는
“혈액 기반 진단의 발전이 더 이른 진단과
더 접근 가능하고 정밀한 치료에 가까워지게 한다”는 취지로 말했다.
이번 연구에는 민간 후원 기관도 참여했다.
애브비, 바이오젠, 얀센 연구개발, 다케다, 알츠하이머협회 및 알츠하이머약물개발재단이 포함됐다.
혈액검사 한 번으로 미래를 ‘확정’할 수는 없다.
하지만 방향은 보인다.
알츠하이머는 점점 ‘늦게 알아차리는 병’에서
‘미리 위험을 계산해 보는 병’으로 바뀌고 있다.
증상이 있거나 검사를 고민 중이라면,
검사 선택과 해석, 치료 계획은 의료진과 상의하는 편이 안전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