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슬복슬한 동거인이 바꾸는 실내 공기

개는 “사람만큼, 때로 그 이상”을 남긴다

by 전의혁

개는 집에 온기를 들여놓는다.
그런데 새 연구는, 공기에도 분명한 흔적을 남긴다고 말한다.


지난달 《환경 과학 및 기술》에 실린 연구는
개가 공기 중 입자(예: 털·비듬·바깥 먼지), 가스, 미생물을 방출해 실내 공기질에 영향을 줄 수 있음을 확인했다.
특히 가스·입자·미생물 가운데 일부는 사람과 비슷한 수준이었고, 일부는 사람보다 더 높게 관찰됐다.


20260309 _ 반려견 한 마리, 실내 공기질까지 바꾼다 _ 2.png


연구진은 통제된 실험실에서 개가 내놓는 것들을 측정하고,
같은 공간에 있는 주인(사람)이 방출하는 것과 비교했다.


대상은 두 그룹이었다.
작은 개 4마리(치와와)와 큰 개 3마리(티베탄 마스티프·뉴펀들랜드·잉글리시 마스티프)였다.


각 그룹은 주인과 함께 방 안에 머물렀고,
연구진은 가스·미세 입자·미생물을 같은 조건에서 동시에 관찰했다.


가스 쪽에서 눈에 띈 건 큰 개였다.
큰 개들은 이산화탄소와 암모니아를 사람과 비슷한 수준으로 방출했고,
작은 개들보다도 훨씬 많았다.


20260309 _ 반려견 한 마리, 실내 공기질까지 바꾼다 _ 2-2.png


입자는 조금 다른 이야기를 한다.
작은 개와 큰 개 모두, 어떤 경우엔 주인보다 더 많은 공기 중 입자를 만들었다.
특히 가장 작은 개들이 가장 많이 만들었는데, 연구진은 실험 중 활동량이 더 많았던 점이 영향을 줬을 가능성을 언급했다.


미생물은 “밖을 들여오는 방식”에 가까웠다.
큰 개들이 공기 중 박테리아와 곰팡이를 가장 높은 수준으로 방출했고,
그중 상당수는 야외에서 유래한 것으로 보였다.
즉, 개가 집 안으로 바깥의 미생물을 실어 나르며, 실내 미생물 ‘구성’을 바꿀 수 있다는 뜻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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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 저자 두산 리치나는 이 현상을 “움직이는 오염물질 운반체”에 비유했다.
반려동물을 탓하자는 말이 아니다.
반려동물이 있는 환경을 전제로 더 현실적인 환기·노출 모델이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결론은 단순하다.
개가 있는 집의 공기는, 사람만으로 설명하기 어려워진다.
그래서 앞으로는 환기 시스템을 설계할 때 반려동물도 명시적 변수로 넣어야 한다고 연구진은 말한다.


다음 연구 대상은 고양이, 토끼, 설치류라고 한다.
복슬복슬한 동거인이 늘수록, 집 안의 공기는 더 “생태계(구성 변화)”에 가까워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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