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트레스를 주는 관계는 노화 속도와 닿아 있었다
한 사람 때문에 하루 전체가 무거워지는 날이 있다.
퇴근 직전, 메신저 창이 또 깜빡이고 나는 의자 등받이에 등을 붙인 채 한숨부터 삼킨다.
답장을 보내기도 전에 목이 마르고, 손끝이 먼저 차가워진다.
그건 예민함이 아니라, 오래 긴장한 몸에 가깝다.
나도 그랬다.
특히 문제를 해결한 뒤보다, 또 무슨 일이 생길지 기다리는 시간에 더 심했다.
혹시 당신도 누군가의 이름만 떠올라도 숨이 얕아지는 순간이 있는가.
이번 연구는 바로 그런 사람들을 들여다봤다.
연구진은 삶을 괴롭히고, 문제를 만들고, 하루를 전반적으로 더 힘들게 하는 사람들을 “‘해슬러(hasslers, 스트레스 유발자)”라고 불렀다.
이 연구는 미국 국립노화연구소의 지원을 받아 진행됐고, 지난달 미국국립과학원회보에 실렸다.
중요한 건, 이 불편이 기분에서만 끝나지 않았다는 점이다.
연구팀은 인디애나주의 건강 조사에 참여한 2,000명 이상의 자료를 분석했다.
참가자들에게 지난 6개월 동안 삶을 더 어렵게 만드는 사람이 얼마나 자주 있었는지 물었고, 자신의 전반적인 건강 상태도 평가하게 했다.
또 타액 샘플을 모아 후성유전학적 표지를 확인했다. 겉으로 보이는 나이와 별개로, 몸의 노화 속도를 가늠해 보려는 시도였다.
생물학적 노화는 달력의 나이와 꼭 같지 않다.
결과는 생각보다 선명했다.
정기적으로 접촉하는 스트레스 유발 인물이 1명 늘 때마다, 생물학적 노화 속도는 약 1.5% 증가했다.
연구진은 달력상 1년이 흐를 때 몸은 약 1.015년씩 더 빨리 늙을 수 있다는 뜻이라고 설명했다.
숫자는 작아 보여도, 관계는 매일 반복된다.
공동 저자 브레아 페리는 작은 영향도 누적될 수 있다고 말했다.
다만 연구진은 이 결과가 곧 까다로운 사람이 직접 노화를 일으킨다는 뜻은 아니라고 선을 그었다.
주저자 이병규 교수도, 여기서 확인한 것은 어디까지나 그런 사람의 존재와 노화 속도 사이의 연관성이라고 설명했다.
그래서 이 결과는 더 현실적으로 읽힌다.
우리는 모든 관계를 끊고 살 수 없기 때문이다.
연구에서도 스트레스 유발 인물은 낯선 누군가보다 가족인 경우가 많았다.
배우자보다 부모와 자녀가 더 자주 지목됐다.
가족 밖에서는 친구보다 직장 동료, 룸메이트, 이웃이 더 많이 언급됐다.
가까울수록, 정리하기 어려운 관계가 있다.
여성은 남성보다 그런 사람을 더 많이 보고했다.
건강 상태가 더 좋지 않은 사람들, 어린 시절 힘든 경험이 있었던 사람들도 비슷했다.
전문가들은 이것이 여성이 관계의 좋은 영향과 나쁜 영향을 모두 더 크게 느끼는 기존 연구 흐름과도 닿아 있다고 봤다.
그래서 어떤 날의 피로는 일이 많아서만은 아니다.
누군가의 말투, 반복되는 요구, 설명해도 바뀌지 않는 분위기가 몸 안에 남는다.
나도 그걸 늦게 알았다. 마음만 닳는 줄 알았는데, 몸도 함께 오래 버티고 있었다는 걸.
전문가들의 조언은 의외로 단순했다.
가능하다면 그런 사람과의 접촉을 줄이고, 그게 어렵다면 관계의 경계를 세우는 것.
그리고 지지와 동반자 관계를 주는 사람들 곁에 조금 더 오래 머무는 것이다.
오늘 당장 모든 관계를 정리할 수는 없다.
대신 한 가지는 붙잡아둘 수 있다.
누군가를 만난 뒤 유난히 숨이 가빠지고 어깨가 굳는다면, 그 감각을 너무 쉽게 성격 탓으로 돌리지 않는 것.
당신이 유난한 게 아니라, 그 관계 앞에서 몸이 먼저 긴장하고 있는지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