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염이 ‘췌장’까지 닿을 때

예일대 연구가 던진 76%라는 숫자

by 전의혁

진료실 밖에서.
나는 가끔 종이를 펼쳐 본다.
검사 결과지 같은 종이다.


그 종이 위에.
낯익은 글자가 있다.
“HCV.”


C형 간염이다.
간에서 끝날 줄 알았다.
그런데 연구는 말한다.


췌장까지 이어질 수 있다고.


예일 의과대학 연구진이.
미국 의사협회지에 발표한 결과다.
대상은 미국 재향군인이었다.


숫자가 크다.
6,330,856명이다.
국가 단위 코호트였다.


그중 246,218명이 만성 HCV였다.
209,492명은 HCV 노출이 있었다.
연구 기간은 2001년부터 2020년까지다.


연구진이 보고 싶었던 건 하나다.
HCV와 췌장암의 연결이다.
정확히는 PDAC였다.


췌장관 선암.
가장 흔하고 공격적인 췌장암이다.
진단의 80% 이상을 차지한다.


이 병은 조용하다.
‘침묵의 질환’이라 불린다.
늦게 발견되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더 어렵다.
진단 시점이 늦으면.
치료도 더 힘들어진다.


2025년 기준.
PDAC의 5년 생존율은 13%라고 했다.
미국에서 암 사망 원인 3위라고도 했다.


이미 알려진 위험 요인도 많다.
흡연, 음주, 당뇨병, 비만.
만성 췌장염 병력, 가족력도 있다.


그런데 유전은 10%만 설명한다.
나머지는 어디서 올까.
연구는 그 틈을 본다.


20251219 _ C형 간염 있으면 췌장암 위험 76%↑ _ 2.png


HCV는 발암 바이러스다.
간세포암, 림프종 등과의 연관은 확립돼 있다.
이제 췌장도 질문에 올라왔다.


연구진은 단서도 적었다.
췌장 소화효소 세포에서 HCV 항원이 증가했다는 관찰.
간 질환이 악화될수록 췌장 효소가 증가한다는 흐름.


그리고.
췌장 염증은 PDAC 진행의 위험 요인이다.
그 연결을 의심할 만하다는 이야기다.


결과는 꽤 또렷했다.
PDAC가 발생한 사람은 33,451명이었다.
전체의 0.5%다.


여기서 눈에 들어온 건 ‘나이’였다.
HCV가 있는 사람은 더 일찍 진단됐다.
중앙값이 65.0세였다.


HCV가 없는 사람은 72.4세였다.
7년이 넘는 차이다.
‘일찍’은 언제나 마음을 흔든다.


위험도도 나왔다.
만성 HCV 감염자는 PDAC 위험이 76% 더 높았다.
보정 위험비는 1.76이었다.


과거 노출만 있어도 올라갔다.
만성 감염이 확인되지 않아도.
보정 위험비 1.18이었다.


그리고 또 하나.
유전자형이 갈랐다.
3형이 가장 높았다.


3형의 보정 위험비는 2.02였다.
그다음이 1형, 1.75였다.
2형도 1.35로 유의했다.


나는 여기서 잠깐 멈췄다.
“간염에도 ‘형’이 있구나.”
“그 ‘형’이 위험을 바꾸는구나.”


연구진도 조심스러웠다.
대상이 남성 재향군인에 치우쳤다.
그래서 추가 연구가 필요하다고 했다.


다만 메시지는 분명했다.
치료되지 않은 HCV는 ‘바꿀 수 있는 요인’ 일 수 있다는 점.
수정 가능한 위험이라는 표현이 남았다.


직접 작용 항바이러스제가.
이 위험을 줄일 수 있는지.
그건 앞으로 확인해야 한다고도 했다.


오늘 내가 이 글을 붙잡은 이유는 간단하다.
병은 한 장기에서 끝나지 않을 때가 있다.
이름은 ‘간염’인데, 이야기는 더 멀리 간다.


그래서 더더욱.
검사와 치료는 혼자 결론 내지 않는 게 좋다.
의심과 계획은 의료진과 같이 세우는 편이 안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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