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이어트는 쉬워졌는데, 왜 마음은 더 지쳤을까

미국인 1,000명의 ‘감량 방식’ 속에 남은 피로의 흔적

by 전의혁

요즘 체중 감량 이야기는 너무 흔하다.
방법도 넘쳐난다.
그래서 오히려 더 막막해진다.


영양관리 기업 셰드(Shed)가 미국 성인 1,000명을 설문조사했다.
지난 1년 동안 76%가 체중 감량을 시도했다고 한다.
하지만 실제로 빼고, 유지한 사람은 3분의 1도 되지 않았다.


나는 이 문장에서 숨이 한번 걸렸다.
시도는 많고, 결과는 적다.
그 간극이 사람을 지치게 만든다.


더 놀라운 건 ‘극단’이 늘고 있다는 점이었다.
미국인 3명 중 1명인 29%가 24시간 이상 식사를 건너뛰었다고 답했다.
특히 Z세대에서는 그 비율이 더 높았다.


Z세대의 38%가 24시간 이상 단식했다고 했다.
또 33%는 하루 섭취량을 1,000칼로리로 제한해 본 적이 있다고 말했다.
숫자가 차갑게 보일수록, 그 안의 하루는 뜨겁고 불안했을 것 같다.


20251220 _ “빨리 빼라” 압박 속 극단행 증가 _ 2.png


그런데도 익숙한 도구들은 여전히 강했다.
칼로리 계산은 51%가, 간헐적 단식은 45%가 사용한다고 했다.
새로운 게 넘치는데, 사람은 결국 아는 방식으로 돌아간다.


셰드의 CEO 몰리 베이커는 말한다.
이제 체중을 줄이는 방법은 하나가 아니라고.
사람들이 문화적 압박, 의학적 조언, 온라인 트렌드, 정서적 건강을 동시에 저울질한다고.


나는 ‘저울질’이라는 표현이 정확하다고 느꼈다.
몸무게만 재는 게 아니다.
내 불안과 내 자존감도 같이 올라간다.


요즘 체중 감량에서 GLP-1 이야기를 빼기 어렵다.
그런데 GLP-1에 대한 관심에 가장 큰 영향을 준 요인이 ‘친구와 가족’이라는 응답이 33%였다.
빠른 효과나 의학적 조언, 소셜미디어보다 높았다.


가장 가까운 사람이 권하는 한마디.
그게 때로는 위로가 되고, 때로는 압박이 된다.
“너도 해볼래?”라는 질문이 가볍지 않다.


더 위험한 대목도 있었다.
Z세대의 4분의 1, 25%가 처방전 없이 온라인에서 체중 감량 주사제를 구매할 의향이 있다고 답했다.
‘의향’이라는 단어가 이미 마음속에서 몇 번은 결제 버튼을 눌렀다는 뜻처럼 들렸다.


돈도 따라간다.
밀레니얼 세대는 체중 감량에 가장 많은 비용을 쓴다고 했다.
3분의 1이 연간 500달러 이상을 지출한다고 답했다.


그런데도 신뢰는 높지 않았다.
47%는 체중 감량 산업을 신뢰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와 거의 같은 수준의 사람들이 ‘빨리 빼야 한다’는 압박을 느낀다고도 했다.


믿지 않지만, 기대게 된다.
의심하지만, 조급해진다.
그 모순이 가장 피곤하다.


20251220 _ “빨리 빼라” 압박 속 극단행 증가 _ 2-1.png


그래서인지, 80%는 업계가 ‘빠른 결과’가 아니라 ‘지속 가능한 건강’으로 방향을 바꿔야 한다고 답했다.
나는 이 문장을 마지막에 다시 읽었다.
사람들은 이미 알고 있다.
필요한 건 속도가 아니라 지속이라는 걸.


정서적 피로는 특히 Z세대에서 두드러졌다.
거의 40%가 체중 감량 시도가 정서적으로 지치게 한다고 했다.
29%는 자신의 행동이 강박적이거나 통제하기 어렵게 느껴졌다고 말했다.


정보를 어디서 얻는지도 의미심장했다.
Z세대의 43%는 GLP-1 수용체 작용제 정보에 소셜미디어를 의존한다고 답했다.
가장 큰 정보원이 화면이라는 건, 가장 큰 감정도 화면에서 흔들릴 수 있다는 뜻 같다.


이 설문을 읽고 나니, 체중 감량은 더 이상 ‘방법의 문제’만은 아니었다.
사람들이 무엇을 믿고, 누구의 말을 듣고, 어떤 감정으로 버티는지의 문제였다.
그리고 그 감정은, 생각보다 쉽게 지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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