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DA 승인 소식이 ‘그동안의 공백’을 조용히 드러냈다
어떤 단어는 참 무겁다.
‘폐경’이라는 말이 그렇다.
끝맺음처럼 들리는 순간이 많다.
특히 성 이야기에선 더 그렇다.
나이 든 여성의 성은, 종종 침묵 속에 묻힌다.
“이제 그런 건…”이라는 말 뒤로.
그런데 FDA 승인이라는 뉴스가 하나 올라왔다.
플리반세린 100mg이, 65세 미만 여성의 성욕저하장애(HSDD) 치료로 승인됐다는 소식이다.
폐경 후 여성의 성 건강에서 “역사적인 진전”이라고 했다.
나는 ‘승인’이라는 단어를 오래 붙잡았다.
약이 생겼다는 의미만이 아니었다.
그동안 비어 있던 자리가, 공식 문서 위에 드러난 느낌이었다.
이번 승인으로 플리반세린은, 폐경 후 성욕저하장애가 있는 여성을 위한 최초이자 유일한 1일 1회 경구 약물이 됐다고 한다.
치료의 공백을 메운다는 표현이 뒤따랐다.
보도자료에서 레이철 루빈 박사는 이렇게 말했다.
10년 전, 이 약이 여성 성 건강 분야에서 “역사적인 첫 사례”가 되었던 순간에도 현장에 있었다고.
그리고 그 뒤로 계속 이 순간을 기다려왔다고.
그 말속에는 오래된 답답함이 섞여 있었다.
폐경 후 환자들이 성욕 저하의 무게를 짊어진 채, 의지할 FDA 승인 치료 옵션이 없었다는 고백이다.
그는 이번 결정을 “마침내 그들을 포함한다”는 신호로 읽었다.
즐거움과 웰빙, 삶의 질이 중요하다는 인정이라고 했다.
근거 기반 치료가 삶의 모든 단계에서 모든 여성에게 제공돼야 한다는 문장도 남겼다.
그렇다면 HSDD는 무엇일까.
메이오 클리닉에 따르면, HSDD는 여성에서 가장 흔한 형태의 성기능장애로 소개된다.
약 40%의 여성에게 영향을 미친다고 했다.
핵심은 ‘욕구의 감소’만이 아니다.
성적 관심이나 욕구가 지속적으로 결여되어, 개인적 고통이나 대인관계의 어려움을 유발하는 상태라고 설명한다.
원인도 하나가 아니라고 했다.
암, 다발성경화증, 당뇨병 같은 만성질환이 있을 수 있고, 신경전달물질 불균형, 약물 이상반응도 포함된다.
우울과 불안 같은 정신건강 요인도 함께 거론됐다.
폐경 후 여성은 특히 더 큰 영향을 받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고 한다.
나이에 따른 에스트로겐과 테스토스테론 감소가 성욕 저하에 기여할 수 있고, 우울증 같은 동반질환에 취약해 증상이 악화될 수 있다는 설명이 붙었다.
치료는 가능하고 관리도 가능하다고 한다.
하지만 선택지는 제한적이라는 문장이 따라온다.
성 치료가 한 축이 될 수 있다.
약물 치료도 일부 사용된다.
다만 “무엇이 욕구를 올리는가”라는 질문 앞에서는, 답이 늘 부족했던 모양이다.
에스트로겐이나 프로게스토겐은 질 위축에 일부 효과가 있고, 질 윤활을 늘리고 성교통을 줄이는 데는 도움을 줄 수 있다고 한다.
하지만 성적 욕구 자체를 개선하는 데는 효과가 없는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플리반세린은 접근법이 다르다고 소개된다.
성욕 저하를 유발하는 ‘뇌의 변화’에 초점을 맞춘다.
1일 1회 복용하는 경구 약물로, 성적 흥분과 관련된 뇌의 신경전달물질에 작용한다고 했다.
그 균형이 깨지면, 성적 관심과 욕구 수준이 감소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이 약은 2015년 폐경 전 여성을 대상으로 FDA 첫 승인을 받았고, 이번에 65세 미만 폐경 후 여성으로 적응증이 확대됐다.
대표적 폐경 전문가로 소개된 메리 클레어 헤이버 박사는 말했다.
“폐경은 여성의 성의 끝이 아니다.”
의학이 너무 오랫동안 그렇게 취급해 왔다고.
이번 승인은, 폐경 후 여성도 성욕 저하에 대해 근거 기반 치료 옵션을 받을 자격이 있다는 뒤늦은 인정이라고 했다.
여성들의 경험을 정당화하고, 수백만 명이 실제 선택지를 갖게 된다는 점에서 역사적이라고도.
나는 이 이야기가 약 하나로 끝나지 않길 바란다.
승인이 불러온 건, 결국 질문이기 때문이다.
누구의 삶의 질이 ‘치료’의 영역에 포함되는가.
그리고 그 질문의 답은, 약장뿐 아니라 말의 분위기에서도 결정된다.
필요하다면 의료진과 함께, 조심스럽고 구체적으로 이야기할 수 있는 환경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