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울은 주름을 보여준다

염증은 그 뒤에서 움직인다

by 전의혁

세수하고 나면 얼굴이 먼저 보인다.
눈가가 얇아진다.
입가가 먼저 접힌다.


나는 늘 콜라겐을 떠올렸다.
그런데 이번엔 ‘염증’이었다.
피부 노화의 핵심 동인으로, 염증이 지목됐다.


만성적인 연령 관련 염증.
주름을 만들고, 콜라겐을 고갈시키고,
피부 노화를 더 진행시키는 힘이라고 했다.


그래서 연구의 방향이 바뀐다.
노화 피부의 합병증을 막고,
겉모습을 개선하는 항염증 치료로.


뉴욕 마운트 시나이의 헬렌 허는 ‘평행성’을 말했다.
노화 피부와 염증성 피부질환이 닮아 있다는 뜻이다.
분자 과정이 겹친다는 말이다.


그 겹침이 질문을 만든다.
아토피 피부염 같은 질환이,
피부 노화를 늦추는 치료 모델이 될 수 있을까.


허는 더 구체적으로 묻는다.
염증성 피부질환에서 성공한 면역조절 중재가,
피부 노화에도 통할까.


20251221 _ 피부노화, 염증이 주름을 키운다 _ 2.png


염증노화(inflammaging)는 피부만의 용어가 아니다.
심장, 폐, 뇌, 간.
여러 장기에서 염증과 노화 질환의 연결을 설명하려고 생겼다.


면역노화(immunosenescence)와도 연결된다.
나이가 들수록 면역 조절이 흔들린다는 개념이다.
이제는 피부과 밖에서도 연구가 크다.


허와 동료들은 지도를 만든다.
건강한 피부와 노화 피부의 멀티오믹스 지도.
생검, 혈청, 테이프 스트립을 이용했다.


그는 근거를 든다.
피부 전사체는 나이가 들수록 더 염증성으로 변한다.
그리고 그 변화는 염증성 피부질환의 전사체와 닮았다.


관여 경로도 언급됐다.
T-헬퍼 2형 경로.
17형, 22형 경로.


혈액도 봤다.
전신 염증과 관련된 패널에서
350개 이상의 단백질을 측정했다고 했다.


흥미로운 지점이 있다.
혈액의 염증 표지자와
피부의 염증 표지자가 상관을 보였다.


이 말은 이런 가능성을 남긴다.
피부만이 아니라, 전신 염증도 함께 겨냥해야 할 수 있다.
노화를 늦추려면.


하지만 현실의 벽도 있다.
생검은 골드 스탠더드다.
그런데 반복이 어렵다.


특히 얼굴은 더 그렇다.
중요한 표적이어도,
얼굴을 계속 생검하는 건 불가능에 가깝다.


그래서 테이프 스트립이 떠오른다.
흉터가 남지 않는다.
대체로 통증도 거의 없다.


접착테이프를 붙였다 떼는 방식.
그럼에도 바이오마커를 충분히 잡을 수 있다는 근거가 쌓이고 있다.
건강한 피부와 비정상 피부를 구분할 만큼.


언젠가는 치료 반응도 볼 수 있다.
분자 수준에서.
그게 이 방식의 꿈이다.


다만 질문은 남는다.
염증을 무기한 억제해야 할까.
만성 염증성 피부질환처럼.


피부의 염증노화는 더 복잡할 수 있다고 했다.
전신 효과도 있고, 국소 효과도 있다.
한 줄로 정리하기 어렵다.


전신 치료도 거론됐다.
메트포르민, 라파마이신.
염증 관련 노화 과정에서 평가되고 있다고 했다.


아직 피부에 바로 연결되는 건 아니다.
하지만 더 완전한 멀티오믹스 지도가
피부 염증 표지자를 평가하고, 전신 치료와의 연결을 도울 수 있다는 기대가 있었다.


20251221 _ 피부노화, 염증이 주름을 키운다 _ 2-1.png


또 하나.
염증이 전부는 아니다.
활성산소, 햇빛, 대사 변화.


이것들이 염증노화와 얼마나 겹치는지,
어디까지 다른지는 불확실하다고 했다.


메이오 클리닉의 사란야 와일스도 같은 주제를 본다.
그는 염증노화를 정의한 공로를
미국 국립노화연구소의 루이지 페루치에게 돌렸다.


와일스는 장기 코호트를 들여다본다.
60년 넘게 이어진 볼티모어 장기 노화 연구.
연령대별 피부 조직의 분자 바이오마커와 대사체학을 본다고 했다.


피부건강수명(Skinspan)도 언급됐다.
표적화 가능한 노화 기전을 찾고,
피부의 건강수명을 늘리려는 시도다.


나는 다시 거울을 본다.
주름은 표면의 문제처럼 보인다.
하지만 그 아래에서, 염증이 시간을 밀고 있을 수 있다.


피부는 바깥에 있다.
그런데 몸의 안쪽 이야기를 한다.
노화의 속도와 방향을, 조용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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