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사지는 ‘정상’인데, 마음은 자꾸 무너질 때

비타민 B3 대사와 NAD가 반복 유산과 연결될 수 있다는 예비 연구

by 전의혁

병원에서 돌아오는 길은 이상하게 조용하다.
가방 안에는 접힌 검사 결과지, 손에는 미지근해진 커피, 머릿속에는 같은 문장만 맴돈다.
“다음엔 괜찮을 거예요.”


그건 희망이 부족해서가 아니라, 설명이 부족해서 더 아픈 감각에 가깝다.
나도 그랬고, 특히 원인이 분명하지 않을 때 더 그랬다.
혹시 당신도 “왜 하필 나에게”라는 질문을 입술 안쪽에서만 삼킨 적이 있나?


20251231 _ 비타민B3·NAD 대사 이상, 반복 유산 위험 신호 _ 2.png


최근 『인간생식(Human Reproduction)』에 실린 예비 연구는, 그 질문을 ‘대사’ 쪽으로 가져간다.
두 번 이상 연속으로 임신 손실을 겪은 여성들의 혈액검사에서, 비타민 B3를 처리하는 방식이 다를 수 있다는 신호가 확인됐다는 것이다.
연구진은 반복 유산을 경험하는 여성들이 임신을 유지하는 능력에 영향을 미치는 대사 문제를 겪고 있을 수 있다고 제시했다.


“모든 유산은 가슴 아픈 일이다.”


시드니 빅터 창 심장 연구소의 선임 연구원 하르무트 쿠니는 보도자료에서 이렇게 말했다.
목표는 누군가를 탓하는 것이 아니라, 그 이면의 생물학을 이해해 시간이 지나 더 적은 가정이 이런 상실을 겪도록 하는 것이라고.


연구진은 배경에서, 임신을 시도하는 커플 약 50쌍 중 1쌍이 반복 유산을 경험한다고 밝혔다.
그리고 그 실마리로 비타민 B3가 분해되며 형성되는 니코틴아마이드 아데닌 디뉴클레오타이드(NAD)를 꺼내 들었다.
NAD는 임신 기간에 중요한 다양한 필수 생물학적 과정, 이를테면 세포 에너지 처리와 DNA 복구(DNA repair)에 관여한다고 연구진은 설명했다.


여기서 중요한 건 ‘비타민’이라는 단어보다, ‘대사 방식’이라는 표현이다.


연구진은 이전 생쥐 연구에서 NAD 수치가 낮으면 선천적 결함과 유산을 유발할 수 있고, 설치류에게 비타민 B3 보충제를 투여하면 이를 예방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번 연구는 사람을 대상으로 한 관찰이고, 더 조심스러운 단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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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새 연구에서 연구진은 20~40세 여성 88명을 비교했고, 그중 37명은 반복 유산 병력이 있었다.
혈액검사 결과 반복적인 임신 손실을 경험한 여성들에서 NAD 관련 대사체 3종에서 뚜렷한 변화가 확인됐다.
흥미로운 대목은 이 차이가 여성이 비타민 B3 보충제를 복용하고 있는지 여부와 관계없이 나타났다는 점이다.


그래서 연구진은 이렇게 말한다.
NAD 수치가 단순히 ‘너무 낮은’ 문제가 아니라, 비타민 B3가 대사 되는 방식의 변화가 핵심 역할을 할 수 있다는 것이다.
보충제를 먹는 행위 하나로 설명되지 않는, 더 깊은 수준의 대사 불균형이 관여했을 가능성을 열어 둔다.


이 연구의 결론은 “지금 당장 무엇을 하라”가 아니다.
연구진은 유산 위험이 더 높은 여성을 가려낼 수 있는 NAD 관련 표지자가 있는지, 그리고 보충제나 다른 방법들이 위험을 낮출 수 있는지 확인하기 위해 3년 연구 프로젝트에 착수했다고 밝혔다.
논문에는 임신 전과 임신 초기의 조기 개입을 가능하게 하려면, 유산 위험이 있는 여성을 식별할 바이오마커에 대한 미충족 수요가 있다고 적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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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이 문장을, 늦지 않게 손을 잡기 위한 준비로 읽는다.
“원인을 모른다”는 말이 전부가 아니도록, 혈액 속 작은 흔적에서 길을 찾는 시도다.
그리고 NAD가 배아 발달에 수행하는 필수 역할이 많은 만큼, NAD와 관련 대사체가 유산의 원인에 어떤 역할을 하는지 더 연구하면 예방적 개입 전략을 향한 이해가 개선될 것이라고 연구팀은 결론지었다.


오늘은 답을 서둘러 만들지 않고, 다만 한 문장만 남기고 싶다.
당신의 몸은 잘못이 아니라, 아직 설명되지 않은 언어를 갖고 있을지 모른다.


이 결과는 예비 연구이므로, 비타민 B3나 NAD 관련 보충제 선택을 스스로 결정하기보다 의료진과 상의하며 개인의 상황에 맞는 평가와 계획을 세우는 편이 안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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