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근길, 뉴스에서 멈춘 손

예산이 줄어도 2025년 의학은 ‘다른 길’을 보여줬다

by 전의혁

올해도 괜찮은 척 화면을 넘겼다.
12월 저녁, 셔터를 내리고 차가운 휴대폰을 쥔 채로 뉴스만 훑었다.


그건 무심함이 아니라, 지친 기대에 가깝다.
나도 그랬고, 특히 “나랑은 먼 얘기”라고 마음이 먼저 단정할 때 더 심했다.
혹시 당신도 비슷한가.


그런데 2025년의 돌파구들은 자꾸 생활 쪽으로 걸어 들어왔다.
폐경 이행기 여성의 80% 이상이 겪는 열성 홍조와 야간 발한은 잠을 빼앗고 낮의 컨디션까지 흔든다.
호르몬 요법이 가장 효과적이지만 유방암·자궁암·심부정맥혈전증 병력이 있으면 선택지에서 멀어지기도 한다.
올해 FDA가 승인한 린쿠엣(Lynkuet) 같은 비호르몬 알약이, 먼저 승인된 베오자(Veozah)와 함께 “빈칸”을 메우기 시작했다.


희망은 대단한 문장이 아니라, 선택지가 하나 늘어나는 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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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의 응급 상황은 더 선명하다.
식품 알레르기는 13명 중 1명의 아이에게 영향을 주고, 아나필락시스에서는 에피네프린을 얼마나 빨리 쓰느냐가 갈림길이 된다.
그런데 자동주사기는 망설임을 만든다.
주사 바늘 없이 쓰는 비강 스프레이 네피(Neffy)가 등장했고, 4세 이상 약 15~29.5kg 소아에서 승인됐다.


재생의학은 ‘미래’가 아니라 방향이 되었다.
도롱뇽 연구에서 레티노산 수준을 미세 조정하는 효소와 사지 크기·발달 유전자가 밝혀졌고, 인간도 같은 분자적 구성 요소를 가진다고 했다.
원숭이에서 심장벽을 강화하는 이식 패치가 개발됐고, 줄기세포로 기능하는 요관 조직도 만들어냈다.


진단은 종종 ‘문턱’에서 늦어진다.
해마다 200만 명이 넘는 미국인이 성매개 감염(STI) 진단을 받지만, 많은 사람은 감염을 모른다.
올해 틸 완드(Teal Wand)는 집에서 HPV 검사용 질 세포를 채취해 택배로 보내게 했고, 비스비(Visby)는 처방전 없이 임질·클라미디아·트리코모나스를 30분 만에 앱으로 확인하게 했다.


올해 가장 뜨거웠던 건 ‘한 사람’이었다.
필라델피아 아동병원 의사들은 희귀 유전 대사 질환을 가진 아기에게 맞춤 크리스퍼(CRISPR-Cas9) 치료를 설계했고, 생후 7개월과 8개월에 투여했다.
지질 나노입자로 유전 지시를 간에 전달해 효소 생성이 가능해졌고, 초기 결과는 건강이 극적으로 개선됐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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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체면역결핍바이러스(HIV) 예방도 단순해졌다.
효과적인 노출 전 예방요법(PrEP)이 있어도 미국에서 혜택 대상 중 실제 사용은 3분의 1에 불과하다고 했다.
올해 FDA는 연 2회 주사 예즈투고(Yeztugo)를 승인했고, 6개월마다 맞으면 전파를 거의 모두 막는 것으로 연구에서 나타났다.


백신은 감염을 넘어선 신호를 남겼다.
대상포진 백신은 19건 연구 검토에서 뇌졸중 16%, 심근경색 18% 위험 감소와 연결됐고, 다른 연구에서는 3년 동안 치매 가능성이 최대 3분의 1 낮아졌다.
진행성 폐암·피부암 환자에서 면역요법 시작 전 3개월 이내 COVID-19 mRNA 백신을 맞은 사람은 종양 반응이 개선되고 더 오래 살았다.
이유는 확실치 않지만, 지속 감염 바이러스와 면역 활성화라는 단서가 함께 언급됐다.


췌장암은 ‘생기기 전에’라는 문장을 남겼다.
진단 후 5년 생존이 13% 미만인 이 암에서, 쥐와 인간 세포 연구는 FGFR2 단백질을 차단하면 초기 세포가 암으로 진행하는 것을 막을 수 있다고 했다.
사람 대상 임상은 아직 필요하지만, 고위험군에서의 시험을 연구자들이 바란다고 했다.


그리고 인체 아틀라스는 큰 지도를 펼쳤다.
영국 연구자들은 10만 명 자원자의 10억 건이 넘는 의료 영상 목표에 도달했고, 영국 바이오뱅크의 일부로 뇌·심장·뼈·혈관 등을 MRI와 초음파로 담았다.
최대 7년 후 재촬영으로 ‘시간에 따른 변화’를 보려 하고, 4만 건이 넘는 영상에서 심장에 질병 징후가 있을 때 뇌에도 흔히 징후가 있다는 발견도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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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에게 가장 가까운 돌파구는 기록이다.


오늘은 거창한 다짐 대신, 내 몸의 신호를 한 줄만 적어두자.
잠과 열감, 숨과 통증 같은 것들로.
약이나 치료, 검사 계획을 바꾸고 싶어지는 순간이 오면 그때는 의료진이나 약사와 함께 천천히 맞춰가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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