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면이 다음 날 걸음 수를 좌우했고, 걸음 수의 역효과는 작았다
운동을 못 한 날보다, 잠을 설친 날이 더 오래 남는 날이 있다.
새벽에 노트북을 덮고 침대에 누우면, 손목의 트래커가 오늘의 걸음 수를 조용히 보여준다.
숫자는 남아 있는데, 몸은 이미 내일을 포기한 쪽으로 기울어 있다.
그건 의지 부족이 아니라, 24시간 배분에 가깝다.
수면과 신체 활동, 그리고 좌식 행동은 하루 안에서 서로 자리를 밀고 당기며 건강한 노화를 만든다.
수면과 운동 중 하나를 골라야 한다면, 연구는 ‘수면’을 먼저 보라고 시사한다.
‘커뮤니케이션즈 메디신’에 게재된 대규모 다국가 연구에서, 하루 8,000보와 7~9시간 수면을 동시에 충족한 사람은 12.9%에 불과했다.
13%가 채 안 되는 숫자라서, ‘둘 다 하자’는 말이 생각보다 멀게 느껴진다.
연구진이 더 선명하게 보여준 건 방향이었다.
수면 시간이 다음 날 걸음 수에 영향을 줬지만, 걸음 수는 수면의 질이나 양에 거의 영향을 미치지 않았다.
나는 이 문장을 읽고, 내 하루의 순서를 다시 생각했다.
“먼저 걷고 나중에 자자”가 아니라, “먼저 자야 내일 걷는다”에 가까웠다.
이번 연구는 244개 지리적 지역에 거주하는 70,963명의 데이터를 3.5년 동안 모았다.
매트리스 아래에 두는 수면 센서와 피트니스 트래커 같은 소비자용 건강 추적 기기에서 나온 기록이었다.
수면은 ‘몇 시간 잤는지’만이 아니었다.
연구진은 수면 시간, 잠들기까지 걸리는 시간, 그리고 수면 효율, 즉 침대에 누워 있는 시간 중 실제로 잠든 시간의 비율을 계산했다.
수면 시간과 걸음 수의 관계는 역(逆) U자형 곡선으로 나타났다.
6시간 미만 또는 9시간 초과 수면은 다음 날 걸음 수 감소와 연관됐고, 전날 밤 6~7시간 수면은 다음 날 가장 많은 걸음 수와 연결됐다.
잠들기까지 걸리는 시간이 길어질수록, 다음 날 걸음 수는 줄었다.
반대로 수면 효율은 높을수록 다음 날 걸음 수가 늘어나는 쪽이었다.
걸음 수가 많으면 잠들기까지 걸리는 시간은 더 짧고, 수면 효율은 더 높게 나타났지만 그 영향은 작았다.
내가 하루 종일 발로 설득해도, 잠은 생각만큼 쉽게 흔들리지 않는다는 뜻처럼 들렸다.
이 연구가 말하는 건, 수면과 신체 활동이 ‘파워 커플’이라는 사실이다.
신체 활동 부족과 수면 부족은 각각 우울증, 비만, 당뇨병, 심혈관 질환, 염증, 그리고 전체 사망 위험 증가와 연관된 것으로 보고돼 왔다.
그래도 현실은 팍팍하다.
참가자의 16.5%는 7시간 미만 수면과 하루 5,000보(좌식 행동의 상한 기준)를 동시에 평균적으로 기록했고, 약 64%는 7~9시간 수면과 최소 하루 5,000보의 조합조차 달성하지 못했다.
나는 숫자 앞에서 자주 ‘나만 그런가’라고 생각했는데, 그 질문이 조금 바뀌었다.
혹시 당신도, 걷기 목표를 세워도 먼저 무너지는 건 잠인 편인가?
연구진은 한계를 솔직하게 적었다.
걸음 수는 수영 같은 활동을 포착하지 못하고, 활동의 강도와 시간대도 평가할 수 없었으며, 표본 역시 기기 사용자라 전 세계를 대표한다고 보긴 어렵다고 했다.
그래도 메시지는 명료했다.
수면과 신체 활동을 따로따로 겨냥하기보다, 7~9시간 수면을 돕는 동시에 신체 활동도 늘릴 수 있는 중재가 필요하다는 것.
오늘 밤 내가 고를 수 있는 건, 거창한 루틴이 아니다.
침대에 눕는 시간을 15분만 앞당겨서, 내일의 걸음 수가 시작될 자리를 먼저 만들어보는 정도다.
수면이나 활동 목표를 크게 바꾸기 전에는, 개인차가 있으니 의료진이나 약사와 상의해도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