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 한 방울이 바꾸는 알츠하이머 지도

pTau217 혈액검사가 ‘유병률’을 다시 계산하게 한 연구

by 전의혁

검사 결과를 기다릴 때는 늘 마음이 먼저 달린다.


식탁 위에 안경을 올려두고, 휴대폰 화면을 몇 번이나 켠다.
“괜찮다”는 말이 나오기 전까지, 숫자와 단어는 자꾸만 다른 뜻으로 읽힌다.


그건 겁이 아니라, 앞으로의 시간을 미리 정리하려는 마음에 가깝다.
나도 그랬고, 특히 ‘혹시’라는 단어가 가족 대화에 섞이기 시작한 뒤로 더 그랬다.
혹시 당신도 “생각보다 흔한 일인가”를 조용히 검색해 본 적이 있는가?

이번 연구는 그 질문을 ‘혈액’으로 다시 묻는다.


20260103 _ 알츠하이머병, 혈액검사로 본 유병률이 달라진 이유 _ 2.png


알츠하이머병(AD) 관련 신경병리학적 변화(ADNCs)를 평가하기 위해, 혈액검사를 사용한 최초의 인구 기반 연구가 12월 17일 네이처(Nature)에 게재됐다.
연구진은 노르웨이 HUNT 연구에 등록된 58세 이상 11,486명의 혈액 샘플에서 pTau217을 측정했다. pTau217은 초기 AD 병리에 대해 매우 정확한 혈액 바이오마커로 소개됐다.


알츠하이머는 ‘증상’만의 이야기가 아니라, ‘병리’의 이야기이기도 하다.


참가자들은 검증된 컷오프로 AD 병리 보유, AD 병리 없음, 또는 중간 결과로 분류됐다.
70세 이상 참가자 전원은 인지 평가를 받아, 경도인지장애(MCI)와 치매 같은 임상 진단과 혈액 바이오마커 소견이 연결됐다.


연령이 올라갈수록 ADNCs 유병률은 계단처럼 증가했다.
58~69세에서는 8% 미만, 70~74세는 18%였다.
5~89세는 58%였고, 90세 이상에서는 65%로 나타났다.


숫자는 냉정한데, 오히려 그 덕분에 현실이 보일 때가 있다.


20260103 _ 알츠하이머병, 혈액검사로 본 유병률이 달라진 이유 _ 2-1.png


인지 평가를 받은 70세 이상 성인 중 10%는 전 임상 AD였다. 인지 증상 없이 뇌 병리가 존재하는 상태다.
10.4%는 전구기 질환이었고, 9.8%는 AD 치매였다.
같은 70세 이상 집단에서 ADNCs는 치매가 있는 사람의 60%, MCI의 33%, 인지장애가 없는 사람의 23.5%에서 발견됐다.


여기서 마음이 한 번 더 멈춘다.
치매나 MCI라는 이름이 붙어도, 그 원인이 늘 AD는 아닐 수 있다는 대목 때문이다.
연구진은 혈장 pTau217 농도가 하한 컷오프보다 낮은 경우를 근거로, MCI 집단의 41%와 치매 집단의 19.4%에서 ADNCs를 배제할 수 있었다고 밝혔다.


“이건 진료실에서 한 걸음 물러나, 인구 수준의 알츠하이머 병리를 더 정확히 보는 일”이라고 연구진은 말했다.
나는 이 표현이 좋았다. 병원 한 칸의 진단이 아니라, 사회 전체의 ‘지도’를 다시 그린다는 느낌 이어서다.


20260103 _ 알츠하이머병, 혈액검사로 본 유병률이 달라진 이유 _ 2-2.png


또 하나의 문장이 오래 남는다.
70세 초과 성인의 10명 중 1명 이상이 인지 저하를 잠재적으로 늦출 수 있는 단클론항체 치료 기준을 충족했다는 점이다.
킹스칼리지런던의 다그 아르슬란드 박사는 간단한 혈액검사가 대규모로 조기 탐지에 명확성을 줄 수 있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이 지도가 모든 나라의 지도는 아니다.


연구진은 이 결과가 주로 백인 노르웨이 인구집단에 해당한다고 주의를 당부했다.
ADNCs는 교육 수준이 낮은 사람에서 더 흔했고, APOE 엡실론 4(APOE epsilon 4) 보유자에서도 더 흔했다.
남성과 여성은 전 연령대에서 ADNCs 비율이 유사했다.


20260103 _ 알츠하이머병, 혈액검사로 본 유병률이 달라진 이유 _ 2-3.png


외부 전문가들의 반응도 엇갈렸다.
루이즈 서펠 박사는 치매로 진단된 다수 개인이 pTau217 음성이었다는 점이, 진단과 표지자의 적용 범위에 중요한 질문을 던진다고 했다.
타라 스파이어스-존스 박사는 85세 초과에서 ADNCs가 약 60%라는 관찰이 2023년의 대규모 검토에서 보고된 55%~59%와 유사하고, 85~89세에서 치매가 약 25%라는 결과도 2025년 알츠하이머협회 데이터와 맞닿아 있어 “놀라운 일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나는 오늘도 ‘흔하다’는 말 앞에서 숨을 고른다.
흔하다는 건 가볍다는 뜻이 아니고, 드물지 않다는 건 준비할 시간이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피 한 방울이 보여준 건 공포가 아니라, 더 정교해진 질문의 방식이었다.

작가의 이전글밥상은 조용히, 위험을 낮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