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국 불빛 아래, 95번의 인용

가장 많이 인용된 비타민D 논문이 가이드라인을 다시 묻는다

by 전의혁

약을 고르기보다, 숫자를 고르는 날이 있다.
저녁 약국 불을 내리기 전, 모니터에 뜬 비타민D 수치를 한 번 더 들여다본다.
“정답”을 찾는 마음이 아니라, 덜 흔들리려는 마음으로.


그건 집착이 아니라, 근거가 갈라지는 피로에 가깝다.
나도 그랬고, 특히 비타민D 이야기가 “뼈”를 넘어갈 때 더 심했다.
혹시 당신도 같은 성분인데도 결론이 다르게 들린 적이 있는가?


20260109 _ 2025년 최다 인용 비타민D 논문, 지침 재검토 필요 _ 2.png


2025년, 비타민D 관련 논문 하나가 유난히 많이 불렸다.
국제 영양학 저널 《뉴트리언츠》에 실린 ‘Vitamin D: Evidence-Based Health Benefits and Recommendations for Population Guidelines(비타민D: 증거 기반 건강상 이점과 인구 지침 권고)’가 구글 스칼라 기준 95회 인용으로 2위(57회)를 크게 앞섰고, SCOPUS 기준으로도 2025년 최다 인용 비타민D 논문으로 평가받았다고 한다.
나는 그 숫자가 “유행”보다 “논쟁의 무게”처럼 느껴졌다.


95번의 인용은, 질문이 아직 끝나지 않았다는 표시다.


이 논문은 비영리 공중보건 연구기관 그래스루츠헬스(GrassrootsHealth) 과학패널 소속 연구진이 공동 집필했다.
윌리엄 B. 그랜트, 수닐 J. 위말라완사, 파벨 플루도우스키, 리처드 Z. 청 같은 비타민D 분야 권위자들이 저자로 참여했다.
2024년 국제 비타민D 가상 포럼 및 전문가 패널 토론에서, 미국 내분비학회의 보수적인 가이드라인 업데이트를 둘러싼 논쟁이 촉발점이 됐다고 했다.


이 논문이 가장 날카롭게 건드린 건 RCT였다.
연구진은 무작위 대조시험(RCT)이 뚜렷한 효과를 못 보인 이유로, 참가자의 기저 혈중 농도가 이미 높았던 경우, 투여량이 낮았던 경우, 대조군에도 비타민D 섭취를 허용한 경우, 의도치 분석으로 실제 성취된 혈중 농도를 반영하지 못한 점을 지적했다.
대신 관찰 코호트 연구가 대부분의 건강 결과에서 더 강한 역학적 근거를 제공한다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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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여기서, “효과가 없다”가 아니라 “설계가 놓친 게 있다”를 읽었다.


논문은 비타민D가 골격계 건강뿐 아니라 심혈관질환, 암, 면역 체계 지원(코로나19 포함), 당뇨병, 알츠하이머병, 임신 결과 등 광범위한 비골격계 건강과도 연결된다고 강조했다.
그리고 비타민D 결핍이 전 세계적인 공중보건 문제이며, 임신 전후부터 노년기까지 전 생애 건강에 핵심이라고 했다.
다만 코호트 연구에서도 추적 기간 중 비타민D 수치[25(OH)D]가 변하는 회귀 희석 문제가 있어, 메타분석에서 추적 기간 효과를 검토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권고는 꽤 구체적이었다.
혈청 25(OH)D를 최소 30ng/mL 이상, 이상적으로는 40~70ng/mL로 유지하자는 것이다.
인구 집단 평균을 그 수준으로 높이면 미국 내 주요 사망 원인 10가지 중 8가지의 발병률과 사망률을 유의미하게 낮추고, 임신·출산 관련 부정적 결과도 줄일 수 있다고 전망했다.


숫자는 목표가 아니라, 방향이 된다.


연구진은 “다음 RCT는 이렇게 해야 한다”는 제안도 내놨다.
기저 25(OH)D 20ng/mL 미만 집단을 선정하고, 수개월 내 40ng/mL 이상으로 올릴 수 있는 충분한 비타민D3 용량을 투여하며 필요시 조정하고, 대조군에는 보충을 금지하며, 6~12개월마다 혈중 농도를 측정하고, 당뇨 전단계처럼 발병 위험이 높은 집단을 모집하라고 권고했다.
칼슘, 마그네슘, 비타민K2 같은 공동 보충제를 병용하면 효과가 강화될 수 있으니, 모든 참가자에게 동일 용량을 제공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도 제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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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저자인 리처드 청 박사는 이번 인정이 단일 논문을 넘어, 증거 기반 영양의학과 정형분자의학, 시스템 수준 건강 접근법의 타당성을 보여준다고 말했다.
나는 그 문장을 읽고, 상담실에서 가장 흔한 질문이 떠올랐다. “그래서 나는 얼마나, 어디까지 믿어야 하나.”


오늘은 답을 단정하지 않기로 한다.
대신 내 몸의 25(OH)D가 ‘어디쯤’에 있는지부터 확인하는 쪽을 고르겠다.
보충제 용량 조정이나 병용은 개인차가 크니, 필요하면 의료진이나 약사와 상의해도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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