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조한 1월, 나는 한 잔을 남겼다

“안전하지 않다”는 말 앞에서, 내가 다시 세운 기준

by 전의혁

연말이 지나면, 술을 쉬어야 하나 싶은 마음이 슬며시 올라온다.


저녁 식탁에 와인 한 잔을 올려두고도 나는 잠깐 멈칫했다. “어떤 양의 알코올도 안전하지 않다”는 경고를 읽은 직후였기 때문이다.
Dry January(1월 한 달 금주) 나 Sober October(10월 한 달 금주)처럼 한 달 금주를 권하는 목소리가, 그날은 유난히 크게 들렸다.


그건 게으름이 아니라, 불확실성 앞에서 몸을 지키려는 본능에 가깝다.
나도 그랬고, “끊을까, 아니면 가끔은 괜찮을까” 사이에서 오래 서성였다.
혹시 당신도 금주와 가끔 음주 사이에서, 어느 쪽이 더 ‘과학적’인지 묻고 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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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최소 8개 이상의 의학 학회와 정부 기관이 알코올과 건강에 대한 보고서를 냈다. 공통점은 분명했다. 중등도에서 과도한 음주는 심각한 건강 및 사회적 해악을 만든다는 점이다.
다만 금주와 가끔 음주 사이에서 고민하는 사람에게 어디까지를 “가이드”로 삼을지, 그 지점에서 의견이 갈렸다.


중요한 건 ‘상대적 위험’이 아니라, ‘절대적 위험’이었다.


예를 들어 비음주자 1,000명 중 2명이 질병에 걸리고, 가벼운 음주자 1,000명 중 3명이 걸린다면 상대 위험은 50% 증가로 보인다.
하지만 내 일상에서 체감되는 건 1,000명당 1건의 차이, 그러니까 개인 위험이 약 0.1% 늘어나는 쪽이었다.


암 위험을 둘러싼 문장들도, 생각보다 단정적이지 않았다.
2025년 미국암연구협회 진행 보고서는 유방암·간암·대장암과의 연관성을 근거로 음주 감소 또는 금주 권고에 인용돼 왔지만, 270페이지 중 알코올 관련 내용은 세 문단에 그쳤고 주로 과도한 음주에 초점이 있었다.
또 널리 인용되는 메타분석에서는 통합 후에야 소폭 증가가 관찰됐고, 60건의 전향적 연구 메타분석에서는 유방암과의 약한 연관성을 제외하면 저수준 음주와 전반적 암 위험의 연관성을 찾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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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혈관 쪽은 더 미묘했다.
한동안 관찰 연구는 적당한 음주, 특히 와인이 심장병 위험을 낮출 수 있다고 시사해 왔다가 최근 도전을 받았다.
영국 바이오뱅크 분석에서는 평생 금주자를 제외했다는 점이 해석을 복잡하게 만들었고, 동시에 저녁 식사와 함께 한 잔의 와인이 낮은 사망률과 연관됐다는 결과도 함께 있었다.


같은 증거를 보고도, 결론은 갈라질 수 있다.


2025년 7월 미국심장협회 전문가 위원회는 여성 하루 1잔, 남성 2잔까지의 저~중간 음주가 주요 심혈관 손상과 연관되지 않으며 약간의 보호 효과가 있을 수 있다고 제안했다.
반면 유럽심장협회는 같은 증거를 검토한 뒤, 알코올이 심혈관 건강에 이점을 제공하지 않는다고 결론 내렸다.


그래서 나는 질문을 바꿨다. “무슨 병을 피할까”가 아니라, “전체 생존을 어디에 두고 살까”로.
그리고 내가 정말 알고 싶은 비교는 가벼운 음주자와 금주자였는데, 일부 연구는 편향을 줄이려 평생 금주자를 제외하면서 오히려 그 질문에 답하기 어려워졌다.
절대 위험으로 보면, 책임감 있는 가벼운 음주와 연관된 조기 사망 위험 증가가 아주 작아 보인다는 판단이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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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으로 남는 건, 내 가치관이었다.
좋은 와인의 맛이 음식과 대화를 더 풍요롭게 만든다는 현실도 내 삶의 일부였다.
알코올을 경고한 바로 그 보건복지부 장관이 사회적 고립을 주요 공중보건 위협으로 말했던 장면을 떠올리면, “한 잔”은 때로 관계의 언어이기도 했다.


그래서 나는 ‘건조한 1월’을 건너뛰기로 했다.
단, 변명처럼 마시지 않기 위해, “가끔”이라는 선을 더 자주 확인하기로 했다.
그리고 누군가에게 Dry January가 리셋과 성찰의 기회라면, 나는 그 선택도 존중할 수 있게 됐다.


만약 술과의 관계가 이미 두렵거나, 끊었을 때 몸이 흔들릴 것 같다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그럴 땐 혼자 결심으로 밀어붙이기보다, 의료진과 상의하는 편이 더 안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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