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바구니 앞에서 망설인 수요일

“진짜 음식”이라는 한 문장이 남았다

by 전의혁

퇴근하고 마트에 들르면, 장바구니는 늘 계획보다 무겁다.
형광등 아래서 포장지의 반짝임이 먼저 눈에 들어오고, 손은 습관처럼 과자를 집었다가 다시 내려놓는다.
오늘은 영수증보다 내 선택이 더 시끄럽게 느껴졌다.


그건 게으름이 아니라, 기준이 흐려진 피로에 가깝다.
나도 그랬고, 특히 “뭘 먹어야 하지”가 하루 종일 따라다니는 날 더 심했다.
혹시 당신도 냉장고 문을 열고, 닫고, 다시 열어본 적이 있는가?


20260111 _ 미국 식생활 지침, 가공식품·첨가당 왜 줄이라 하나 _ 2.png


수요일, 트럼프 행정부가 공개한 최신 연방 영양 권고안은 딱 잘라 말했다.
미국인은 통식품(whole foods)과 단백질을 더 많이, 고도로 가공된 식품은 더 적게, 첨가당은 더 적게.
보건복지부 장관 로버트 케네디 주니어와 농무부 장관 브룩 롤린스가 2025-2030년 ‘미국인을 위한 식생활 지침(U.S. Dietary Guidelines for Americans)’을 발표했고, 케네디는 백악관에서 말했다.
“내 메시지는 분명하다. 진짜 음식을 먹어라.”


지침은 신선한 채소, 통곡물, 유제품 섭취를 강조했다.
오래전에 폐기된 식품 피라미드 ‘거꾸로’ 세운 새 그래픽도 공개했는데, 단백질·유제품·건강한 지방·과일·채소가 상단에, 통곡물이 하단에 놓였다.


이번엔 “고도로 가공된” 식품과 정제 탄수화물을 더 분명히 겨냥했다.
칩, 쿠키, 사탕처럼 짠맛 또는 단맛이 나는 포장·조리·즉석 섭취 식품을 피하라고 촉구한다.
이 표현은 초가공식품을 달리 부르는 말이며, 미국 식단 열량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고 당뇨병과 비만 같은 만성질환과 연관된 것으로 보고돼 왔다고 했다.


포화지방은 ‘완전 철회’가 아니라 ‘유지’에 가까웠다.
문서는 고기, 전지 유제품(whole-fat dairy), 아보카도 같은 통식품(whole-food) 기반 포화지방 공급원을 고르되, 포화지방을 일일 열량의 10% 이하로 제한하라는 기존 원칙을 계속 유지하자고 제안했다.
그러면서 “다른 선택지로 버터나 소기름(beef tallow)이 포함될 수 있다”고 적었다.


문서는 10쪽짜리였다.
1980년 19쪽에서 2020년 164쪽(4쪽 요약 포함)까지 늘어왔던 것과 대비된다.
그리고 이 지침이 가장 크게 닿는 곳은 ‘전국 학교 급식 프로그램’이다. 지침에 따라 등교일 기준 거의 3,000만 명의 미국 어린이에게 급식을 제공해야 한다.
학교영양협회 대변인은 농무부가 이 권고를 급식 기준으로 “번역”해 반영해야 하고, 그 과정에 수년이 걸릴 수 있다고 말했다. 2023년에 제안된 기준도 2027년에야 완전 시행될 예정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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뒷이야기는 조금 복잡했다.
새 지침은 바이든 행정부가 구성한 20명 규모 패널의 조언을 대체로 거부했고, 수요일 공개된 부속 문서의 10명 전문가 집단에 의존했다고 했다.
그 10명 중 5명은 소고기·돼지고기·유제품 산업, 또는 분유·보충제 제조사와의 재정적 연관을 보고했다. 새그룹이 이전 패널 권고의 절반 이상을 거부했다고도 문서는 밝혔다.


그래도 “가공을 줄이자”는 큰 방향은 대체로 긍정 반응을 얻었다.
보스턴 소아병원의 데이비드 루드비히 박사는 모든 고도 가공 식품이 건강에 해로운 것은 아니며, 초점은 “고도로 가공된 탄수화물”에 맞춰야 한다고 말했다.


단백질 권고는 확실히 커졌다.
이전 권장섭취량은 체중 1kg당 0.8g이었고, 150파운드 기준 하루 약 54g이라고 했다.
새 권고는 체중 1kg당 1.2~1.6g이다. FDA 국장은 과거 권고가 건강을 위한 “최소한”에 가까웠다고 말했다.
다만 미국심장협회는 더 많은 연구가 필요하다며, 그전까지는 식물성 단백질·해산물·살코기를 우선하고 붉은 고기, 버터, 라드(lard), 탤로(tallow) 등 고지방 동물성 제품은 제한하라고 밝혔다.


그리고 첨가당은 가장 단호했다.
지침은 첨가당과 비영양 감미료를 피하거나 대폭 제한하라고 하며, “어떤 양도” 건강한 식단의 일부로 간주되지 않는다고 했다.
또 한 끼에 첨가당 10g, 약 2 티스푼을 넘기지 말라고 했다. CDC에 따르면 대부분의 미국인은 하루 약 17 티스푼의 첨가당을 섭취한다고도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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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코올은 숫자 대신 방향으로 바뀌었다.
여성 하루 1잔 이하, 남성 하루 2잔 이하라는 기존 권고는 삭제됐고, 대신 “더 나은 건강을 위해 알코올을 더 적게 섭취하라”고 조언했다.
임신부, 알코올 사용장애에서 회복 중인 사람, 마시는 양을 통제할 수 없는 사람은 피해야 한다고도 명시했다.


나는 오늘, 봉지 과자를 하나만 덜 집어보려 한다.
거창한 결심보다, 손끝의 방향이 더 현실적이니까.
식단 조정이나 치료 변경은 사람마다 다를 수 있어, 필요하면 의료진이나 약사와 상의해도 늦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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